박선영의<캘리그라피 천일야화>04
캘리그래피는 피로하다. 이 지긋지긋한 캘리그래피!캘리그래피의 수요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그에 발맞춰 캘리그래피를 배우려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명암 또한 존재한다.캘리그래퍼가 증가함에 따라 글씨가 다양해지고,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은 긍정적인 면이다. 또한, 캘리그래퍼들에게는 발전적인 자극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캘리그래피와 한글에 대한 이해와 인식 없이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현상은 우려스럽다. 그중에는 무조건 흘려 쓰면 예쁜 글씨가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적절치 않은 캘리그래피도 많기 때문이다. 어느 디자이너가 외쳤다는 \'이 지긋지긋한 캘리그래피\'라는 비명은 유행처럼 번진 캘리그래피 열풍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는 한글 캘리그래피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탓도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캘리그래피를 활용한 광고나 디자인이 홍수를 이루다 보니 그 또한 시각적 공해로 느껴진다. 각각의 고유한 특성은 물론이고, 글의 내용이나 미적으로 어떤 연관성도 없이 단순히 캘리그래피를 위한 캘리그래피인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그림1] 간판개선사업 전 여백이 아쉬운 목포 한 식당가 풍경. 우리 집에 오라고 아우성인 레터링 된 활자들[그림2] 제품포장에 캘리그래피와 강한 색을 썼지만 제품 간 구분이 어려운 신선식품 진열대 와글와글한 우리의 간판 문화를 개선한다는 취지로 시행되고 있는 관 주도의 획일화된 간판 개선사업처럼, 개선 전이나 개선 후가 다양성을 가지지 못하고 어떤 한 방향으로 획일화된 것을 볼 수 있다. 여러 분야에서 캘리그래피를 쓰면 한국적인 느낌이 나고 차별화가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또 하나의 획일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스럽다. 이런 현상의 밑바탕에는 한글을 깊이 있게 연구하지 않고 단지 표현의 수단으로 쉽게 이용하려는, 한글 캘리그래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제품 각각의 이미지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개성을 담아야 하는데, 개성 있는 솜씨보다는 오직 붓에 의존해 획일화된 글자를 생산하고 있는 듯하다. 붓으로 쓴 것이라 하여 모두 캘리그래피는 아니다. 문자에 담긴 뜻을 글자라는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이 캘리그래피다. 따라서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더불어 즐거움을 주는 감성적인 글꼴일 때 좋은 캘리그래피라 할 수 있다. 그동안 기업들은 감성적이고 차별적인 표현 요소로 캘리그래피를 선호했는데, 그러다 보니 글꼴과 표현이 모두 비슷해져 차별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브랜드의 개성이 잘 드러나지 않아 오히려 문제다. 캘리그래피의 홍수 속에서 철학과 주제, 그리고 품격을 찾기란 실로 어렵다. 한동안 그 화려함이 계속될 테지만 그것이 얼마나 건실한 토대 위에 서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요즘처럼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캘리그래피는 스스로 캘리그래피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자문해 볼 일이다. [그림3] 백설 2009년 로고 타입[그림4] 백설 2011년 로고 타입 기업들도 트랜드에 맞춘 무분별한 캘리그래피 로고 타입의 문제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1년 CJ제일제당이 단행한 브랜드 리뉴얼은 \'전통으로의 회귀(Return to roots)\'로 볼 수 있다. \'요리 재료\'라는 본래의 성격을 강화하기 위해 \'백설\'이라는 전통적인 브랜드로 회귀한 것인데, 기업 브랜드는 예쁜 글씨가 아닌 차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그것이 꼭 캘리그래피일 필요는 없다. 기업의 브랜드는 추구하는 방향에 따라 언제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_캘리그래피의 공급과잉캘리그래피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캘리그래퍼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나 강좌도 많아졌다. 늘어나는 교육장과 강사들, 넘쳐나는 수강생으로 인한 인력의 공급과잉은 이제 공공연한 일이 되었다. 혹자는 저변이 확대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한다. 하지만 독립적으로 사용되기보다는 디자인과 어우러졌을 때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캘리그래피의 특성상 디자인 시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며, 공급은 이미 차고 넘친다. 이로 인해 어디서 배운 티는 나지만 가독성에 문제가 있거나 심미적으로 수준 이하인 작업이 양산되는 것, 천편일률적인 글자체 스타일 또는 베끼기 등 여러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상업적 캘리그래피 시장만으로는 생활을 영위해 나가기 힘든 실정이며, 유명작가가 아닌 이상 아주 적은 금액으로 작업을 수주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캘리그래피 시장의 가치와 정체성을 흔들어 놓는 일이 된다. 공멸하지 않기 위해서는 캘리그래퍼들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결국, 교육으로만 빠져서 강사를 만들기 위한, 강사가 되기 위한 교육만 하게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이제는 양적 팽창뿐 아니라 캘리그래피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양한 방법으로 캘리그래피와 관련된 콘텐츠를 개발해야 하며, 한글을 이용한 상품 개발은 국가의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는 훌륭한 문화산업이기에 국가의 정책적인 관심과 지원도 기대해본다. 글씨는 특성상 꾸준한 노력과 수련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수료한 후 무엇인가가 될 것처럼 이야기하는 일부 단체의 민간자격증 시험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현재 수십 종의 민간 자격증이 있다고 한다. 그중 자격증을 주고 심사하는 단체와 사람들의 자질이나 권위가 과연 충분한지도 의문스럽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포트폴리오도 채우지 못한 단체나 사람이 누구를 심사할 수 있단 말인가? 시장에서 평가받아야 함에도 과거 POP나 북아트의 유행처럼 새로운 시장이나 직업을 창출하는 것이 아닌 오직 강사 자격증만을 위한 배움으로 변질될까 걱정스럽다. 캘리그래피의 희귀성이 결여되면서 시장의 혼탁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_캘리그래피의 생명력우리나라 캘리그래피 시장은 현재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한국적인 디자인 찾기의 맥락이 될 수도 있고, 감성디자인 또는 하나의 트랜드로 그칠 수도 있다.캘리그래피가 단순한 트랜드로 끝나지 않으려면 그것을 함께 다듬고 가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개성과 정서를 담아내는 것은 물론 다양한 표현을 시도해야 한다. 또한, 캘리그래피를 단순히 그래픽 모티브나 소스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까지 함께 부각해 예술적 작업으로 승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콘텐츠 개발을 통한 한글 문화상품 개발과 문화사업도 필요하며, 거기에 더해 생활에서 한글과 캘리그래피 문화를 자연스럽게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겠다.일찍이 다양한 분야에서 캘리그래피를 활용하고 있는 일본의 예를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한글은 문자가 아닌 이미지적 소통으로 주목받고 있다. 소통과 예술적 소재로서 한글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과학성과 실용성에 쏠렸던 무게중심이 소통과 예술성에 대한 한글 가치를 재인식하는 것으로 움직이게 되었다. 더불어 한글이 국가브랜드를 강화할 독창적인 문화상품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한글 캘리그래피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캘리그래피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 자체로 살아있는 한글문화이고 우리의 정체성을 나타내기 적절한 방식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글을 활용한 캘리그래피가 단지 한 시대의 트랜드에 그치는 것이 아닌 꾸준한 생명력을 가지고 생활 속에 녹아들어 자리 잡기를 바라본다. 박선영(야림) 그래픽디자이너, 캘리그래퍼현 996크리에이티브랩 소장, 사)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 이사, 전 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 이사로 활동했다. 동양적인 문화요소와 조형을 현대적인 디자인 언어로 융화시키는 작업에 관심이 많은 그는 독립적인 프로젝트 활동 및 출판과 한글 관련 프로젝트와 전시에 참여하고 있으며, 서울예술대학교에서 우리 문자의 조형을 강의한다. 논문 <캘리그래피(손멋글씨)의 조형적 표현과 활용에 관한 연구>(2005)를 발표했고, 이탈리아 Utilita Manifesta/ Design for Social 2010에서 작품이 선정된 바 있다.http://yarim.blog.me/
박선영의 <캘리그래피 천일야화>05
손글씨 서체 개발과 조합형 캘리그래피 서체의 대두에 관하여 최근 글자꼴 개발의 경향은 디지털 환경이 생산하는 딱딱하고 기계적인 느낌에서 손맛 또는 인간미가 느껴지는 부드럽고 감성적인 느낌을 선호하는 것으로 바뀌는 듯하다. 옛 목판체 등을 되살린 옛멋글씨, 서예가들의 글씨를 활자화한 필 시리즈 등은 물론이거니와 여태명, 정병례, 신영복, 강병인, 백종열 등 유명 작가의 글씨를 서체화하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그림1 효봉서체 / 상쾌한 아침 / 고암새김-나무 / 백종열체 / 신영복체 / 담운체 손글씨 서체개발 동서양을 막론하고 활자의 시작은 손글씨를 모방하는 것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꼭 누구의 글씨체라 이름 붙이지 않아도 서체개발에서 손글씨는 예전부터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쳐왔다. 기업전용서체도 예외는 아니어서 기존의 명조형과 고딕형 서체개발 외에 캘리그래피(손멋글씨)를 적용한 서체가 만들어지고 있다. CJ의 ‘CJ손맛체’, 롯데마트의 ‘다용도 캘리체’ 등이 그것이다. 이들 서체는 삼성생명 ‘SLI파트너H1’이나 네이버 ‘나눔손글씨’와 비교했을 때 용도가 더욱 구체적인데, 식품회사의 특성을 살려 자사의 식품 패키지와 그 주변에 사용할 수 있게 디자인되었다. 그림2-1 CJ패키지 전용서체(CJ손맛체) / 롯데마트 통큰서체(다용도 캘리체)그림2-2 삼성생명(SLI파트너H1, SLI파트너H2) / 네이버 나눔체(나눔 손글씨)기존 작가의 글씨를 서체로 만드는 것은 일정 부분 규칙성을 담보로 한다. 그러므로 아무리 탈 네모꼴 구조로 만들고 리듬감을 넣어도, 문장이 길어지면 일률적으로 보일 여지가 크다. 이를 탈피하고자 제한적으로나마 글자 모양을 선택할 수 있는 약간의 옵션 기능을 넣어 손글씨의 느낌을 더욱 살리고, 풍부한 표현을 가능케 했다. 그림3-1 ‘봄날체’ 피쳐링(Featuring) 옵션그림3-2 ‘CJ손맛체’ 글립(Glyph)기능 중 세 가지 버전(Basic, Glyph Style 1, Glyph Style 2) ‘봄날체’, ‘백종열체’, ‘CJ손맛체’ 등이 그 예인데, ‘봄날체’의 경우 피쳐링(Featuring) 옵션을 넣어 조사나 어미에 주로 사용되는 빈도수가 높은 글자(64자)를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변화를 꾀했다. ‘CJ손맛체’의 경우는 글립(Glyph) 기능으로 패키지디자인에 필요한 단어(108자)를 2종의 다른 스타일로 개발해 3종의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했다. 모두 서체의 일률적인 모습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였지만 변화가 가능한 글자 수가 적어 제한적인 사용에 그쳐 아쉬움이 있다. 그림3-3 ‘강병인의 영묵체’ 가변폭과 시각중심선그림3-4 포천시 고유서체인 ‘막걸리체’ 상세 부분 최근 발표된 서체들은 글자폭이나 획의 흘림을 다양하게 살려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중 하나인 2015년 출시된 ‘강병인의 영묵체’는 글자의 자소나 구조에 따라 글자폭(Width)의 변화가 다양하고 글자마다 굵기와 밀도가 달라 기존 손글씨 서체보다 좀 더 자연스러운 느낌을 준다. 또한, 글자의 무게중심을 가운데로 맞춤으로서 안정적이며, 많은 양의 텍스트에서도 무리 없이 잘 보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지역 고유서체 중 눈에 띈 것은 김대연의 캘리그래피를 바탕으로 만든 포천시의 고유서체인 ‘막걸리체’(2014)인데, 포천시의 설명에 의하면 포천막걸리의 부드럽고 깊은 맛을 표현한 서체라 한다. 갈필 느낌과 중성 획의 흘림을 살려서 붓글씨의 자연스러움을 볼 수 있으며, 자형마다 기울기와 가로세로 두께를 다르게 적용해 개성 있는 서체로 완성했다. 포천시는 ‘막걸리체’를 무료로 배포 중이며, 토속적인 느낌의 향토음식점 간판에 많이 쓰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조합형 캘리그래피 서체의 대두 기업이나 지자체 전용 서체의 캘리그래피 사용은 기업의 브랜드나 지역의 이미지를 좀 더 자유로워 보이게 도와준다. 하지만 서체화 과정의 한계로 기존 캘리그래피 원도보다 많이 다듬어져서 글씨의 맛이나, 표현의 적합성은 어느 정도 약해진다 하겠다. 기존 작가의 글씨를 서체로 개발하는 것은 일정 부분 규칙성을 담보로 하므로 서체의 변화가 작아지고 일률적으로 특성이 바뀌어 보일 여지가 크다. 그림4-1 릭스코(폰트릭스) 조합형 캘리그래피 서체 샘플그림4-2 캘리스토어 조합형 캘리그래피 서체 샘플그에 반해 자유로운 캘리그래피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식이 있다. 타이핑해서 쓸 수 있는 설치식 폰트가 아닌 벡터 파일(illustrator 8.0) 이미지를 조합해 사용하는 방식인 조합형 캘리그래피 서체가 그것이다. 혹자는 붓 느낌의 커스텀 폰트 소스라고도 하지만, 조합형 캘리그래피 서체는 일러스트 파일화된 자소를 분리해 사용하기 때문에 크기와 기울기 변화가 자유롭다. 한 자소당 30개 정도씩 주어지는 샘플들은 실로 다양한 자음과 모음의 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디자이너의 역량에 따라 결과물은 천차만별이다. 조합형 캘리그래피 서체의 등장으로 디자이너는 리듬감, 붓의 동선, 공간배열, 크기와 각도 등 캘리그래피와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이해가 더욱더 필요하게 되었다. 물론 조합형 캘리그래피 서체의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캘리그래피 사용과 구성의 질적 차이는 디자이너의 손에 상당 부분 넘어갔다고 볼 수 있다. 그림5-1 조합형 캘리그래피 서체(캘리스토어 맛글체)의 다양한 자모음 조합 예시그림5-2 자모음 크기 변화 적용 예시조합형 캘리그래피 서체의 제작은 네이버의 로고제작카페에서 이벤트로 진행하기도 하며, 이미지뱅크 회사의 새로운 사업 카테고리에 들어가 있는듯하다. 블로그에 개인이 올린 엉성한 수준의 조합형 캘리그래피 서체도 많지만, 몇몇 회사에서 출시한 조합형 캘리그래피 서체는 디자이너에게 손쉬운 캘리그래피 소스를 공급할 뿐 아니라 전각과 먹그림도 들어가 있어 어느 정도 쓸만한, 일정수준 이상의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지금처럼 캘리그래피 시장이 혼탁해지고, 좋고 나쁨의 구분이 뒤섞여 있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소스의 공급은 최악을 피해 가는 방법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고만고만한 조합형 캘리그래피의 사용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면 외부 의뢰 감소를 불러오고, 결국 다양한 캘리그래퍼의 출현을 막아 독이 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조합형 캘리그래피를 만든 캘리그래퍼에게는 새로운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합형 캘리그래피 서체의 사용으로 캘리그래피의 저변이 확대되어 캘리그래피 작업은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경쟁력 있는 캘리그래퍼는 오히려 줄어드는 기현상이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기우일 것이다. 조합형 캘리그래피 서체 공급사에서는 사용자 등록 절차를 통해 서체가 무분별하게 복사되는 것을 막고 있다. 하지만 수십, 수백 개의 획을 가진 캘리그래피 서체의 특성상, 매일 쏟아져 나오는 캘리그래피를 사용한 결과물의 홍수 속에서 무단사용과 복사를 과연 선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우리는 붓으로 글씨를 쓰면 지나치게 경외시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풍토에서 조합형 캘리그래피는 붓으로 쓰면 다 좋아하는 낮은 수준의 기대를 충족시키는데 꽤 괜찮은 방법이다. 그러나 조합형 캘리그래피 서체의 경우 작가들의 자유로운 캘리그래피와 비교했을 때 희소성이나 표현의 적합성이 어느 정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 하여도 지역의 간판이나 농산물 브랜드 등에서는 저렴한 제작 비용으로 효율적인 효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기능적인 가독성과 붓질의 형태를 넘어 감동을 주는 글씨가 나올는지 모르겠다. 상용 일러스트의 클립아트나 스톡 사진이 있다고 해서 일러스트레이터나 포토그래퍼에게 일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글씨는 특성상 따라 쓰기 쉽고, 시장이 좁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캘리그래퍼들 역시 서체와 경쟁하는 것이 아닌 자기 자신만의 색을 찾아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도록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미 있는 작은 파이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캘리그래피가 생활 속의 문화로 안착할 수 있도록 한 단계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교육으로의 집중이 아닌 새로운 상품화 시장의 개발과 다양성이 살아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글, 그리고 캘리그래피의 인기와 더불어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단지 한글을 디자인 요소로 차용했다고 해서 우리의 전통 미학이 살아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한글의 아름다움을 활용했다 하면서도 후줄근하고, 촌스러운 디자인을 수없이 많이 봤다. 한글로 만들었다고 무조건적인 박수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글의 멋이 살아있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것만이 자격이 있다. 이는 한글캘리그래피를 만들고 쓰는 사람뿐만 아니라, 부리고 사용하는 사람들의 시각이 높아져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한글 디자인과 캘리그래피, 더 나아가 한글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더 많은 실험과 다양한 작품에의 적절한 사용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 자료 제공 : 네이버, 롯데마트, 산돌, 윤디자인, 직지소프트, 초롱테크, 캘리스토어, 포천시, 폰트릭스, 폰트뱅크, CJ 박선영(야림) 그래픽디자이너, 캘리그래퍼현 996크리에이티브랩 소장, 사)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 이사, 전 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 이사로 활동했다. 동양적인 문화요소와 조형을 현대적인 디자인 언어로 융화시키는 작업에 관심이 많은 그는 독립적인 프로젝트 활동 및 출판과 한글 관련 프로젝트와 전시에 참여하고 있으며, 서울예술대학교에서 우리 문자의 조형을 강의한다. 논문 <캘리그래피(손멋글씨)의 조형적 표현과 활용에 관한 연구>(2005)를 발표했고, 이탈리아 Utilita Manifesta/ Design for Social 2010에서 작품이 선정된 바 있다.http://yarim.blog.me/
박선영의 <캘리그래피 천일야화>06
‘참이슬’에서 ‘참이슬’로~ 소주 알코올 도수 25도가 대세였던 시절인 1998년 ‘참眞이슬露’는 알코올 도수 23도로 출발했다. 그 시절 관점으론 무척 파격적인 결정이었다.이후 소주 업계에서 낮은 도수 소주 경쟁이 일어나고, 2006년까지 일종의 심리적 저항선이라 할 수 있는 20도를 살짝 넘는 20.1도를 유지했다.그러다 2006년 19.8도로 출시된 ‘처음처럼’의 영향을 받아 20도를 깬 19.5도의 ‘참이슬 후레쉬’가 2007년 등장했다. 그 후 여러 번의 리뉴얼로 ‘참이슬 후레쉬’는 ‘참이슬’로 이름이 바뀌고, 현재 ‘참이슬’은 17.8도이며, ‘처음처럼’은 17.5도이다.소주 시장은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이 이끄는 과점시장이라 볼 수 있다. 이는 주류의 유통구조와 마케팅의 영향이 크다. ‘참이슬’이 수도권에서 ‘처음처럼’과 혈투를 벌이는 사이, 지방 업체들은 앞다퉈 저도주(低度酒)를 시판하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은 저도주 중심의 감성적 캘리그래피를 사용한 새로운 브랜드들이 줄이어 출시되는 계기로 작용했다. 1도 1사의 원칙으로 그 도에 소재한 소주 회사의 제품을 보호했던 자도소주구입법이 20년 전 폐지된 이후 주류도매상과의 특수한 유통구조와 지역 마케팅으로 연명하던 지방 업체들은 저도주 출시 이후 해당 지역 점유율을 크게 높였다. 이 영향으로 한때 55%를 넘었던 ‘참이슬’의 점유율은 47%대로 떨어졌었다. 하이트진로는 ‘참이슬’의 시장 지배력 강화를 목표로 잦은 리뉴얼을 통해 점유율 50%대 회복을 마지노선으로 잡고 있는듯하다. 눈이 밝은 애주가라면 소주 알코올 도수의 인하와 함께 라벨에 있는 ‘참이슬’의 브랜드 로고 타입이 눈에 익을만하면 바뀌어 왔다는 것을 알 것이다. 물론 다 기억하기는 힘들겠지만. ‘처음처럼’의 침투 ‘처음처럼’ 라벨 변천(2006, 2007, 2010) ‘처음처럼’ 라벨(2010) 빅 브랜드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 새것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이렇다 할 경쟁자가 없던 ‘참眞이슬露’에게 ‘처음처럼’의 도전은 거셌다. ‘처음처럼’은 신영복 교수의 시에서 따온 문구를 캘리그래피 로고로 도입해 기존의 로고 타입들과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는 물론, 강력한 설득력까지 갖춰 소비자들로부터 신선한 반응을 끌어냈다. ‘처음처럼’은 출시 초기 참신하고 독특한 작명으로 눈길을 끌었다. ‘언제나 처음 같은 마음으로’ 살고자 하는 이상을 품고, 그런 자신과 닮은 소주인 ‘처음처럼’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하는 20~30대 헤비 유저들이 주요 타깃이었다. 라벨디자인은 장식 없는 단순함으로 순수함을 반영했다. 로고 타입에는 신영복 교수의 안정감 있는 순수서예작품을 사용했다. 새 소식을 전하는 까치와 새싹을 표현함으로써 ‘처음 시작하는 소주’, ‘새로운 소주’의 의미를 형상화했다. 또한, 원작 ‘ㅊ’에서 처음 시작하는 획의 각도를 위로 조정해 처음의 느낌을 더 살리려 했다 한다. 2007년 소폭 리뉴얼을 통해 ‘처음처럼’은 로고의 선을 부드럽게 처리하여 유려한 느낌을 강화했다. 또 가시성 증대를 위해 로고 크기를 15% 확대했다. 2010년 10월부터는 자원순환과 환경을 고려해 공용 병을 사용했다. 이때도 리뉴얼과 더불어 라벨 디자인이 바뀌기는 했지만, 이전 디자인과의 지속성을 고려한 듯하다. 자세히 보면 로고 타입의 조합과 하단 디자인 요소가 변화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본래 하단 디자인은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새싹 모양이었는데, 리뉴얼 버전에서는 물줄기를 연상시키는 획 한 줄로 바뀌었다. 전체적으로 더 세련되고 시원해진 느낌이나 새싹 그림에서 품었던 이야기는 사라진 것 같아 아쉽다. ‘처음처럼’(2012)‘처음처럼’(2014.02, 2014.12) 소주 회사 간 낮은 도수 술 경쟁으로 인해 알코올 도수를 조금씩 내릴 때 소주병의 라벨을 리디자인하게 되는데, ‘처음처럼’과 ‘참이슬’의 방식은 다르다 하겠다. 먼저 ‘처음처럼’은 브랜드 리뉴얼시 기존 신영복 선생의 글씨체를 기본으로 글씨 주변의 수풀이나 까치의 위치, 레이아웃이 바뀌더라도 중심이 되는 글씨체는 바꾸지 않음으로써 일관된 이미지를 구축해 나갔다.알코올 도수를 내린 2012년과 2014년 2월, 12월에도 로고 타입의 크기가 작아지고 왼쪽으로 배치하는 등 전체적인 레이아웃은 바뀌었으나 로고 타입의 글씨체는 유지한 것을 볼 수 있다.최근 ‘처음처럼’의 라벨을 보면 간략하게 표현했던 터치 대신에 새싹이 재등장하고 높이 올라가 있던 까치가 글씨 위로 다시 오는 등 똑같지는 않지만 2007년경의 안정적인 구도로 되돌아간 것을 볼 수 있다. 기존의 누적 이미지를 강화해 중심을 잡는 작업이라 할 수 있겠다. 로고 타입을 그대로 유지한 채 라벨 디자인을 바꾼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대부분의 소주병은 초록색이며 라벨은 미색, 캘리그래피는 검은색을 사용한다. 다른 색상을 쓰면 소주라는 술이 지닌 고유의 분위기와 맛을 나타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류업체들이 병과 라벨 색상을 쉽게 바꾸지 못하는 이유다. 실제로 라벨을 흰색으로 바꾸기만 해도 소주 느낌이 사라지고 청주 같은 분위기가 풍기거나, 투명 병을 사용하면 ‘한라산’ 소주처럼 강한 맛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처음처럼’(2016~) ‘참이슬 Fresh’의 반격 ‘참眞이슬露’ 라벨 변천(1998, 2002, 2006) ‘참眞이슬露’는 참이슬이라는 진로 본래의 의미를 되살리고, 맑고 깨끗한 제품의 속성을 표현하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다. 회사명이자 브랜드명인 진로(眞露)에서 한자 훈을 따온 것으로 크로스포인트의 손혜원 대표가 지었다. 발매 초기 상품명은 ‘참眞이슬露’였으며, 2006년 8월 ‘참이슬 Fresh’ 출시 이후 ‘참眞이슬露’와 ‘참이슬’ 브랜드를 혼용하다가 2009년 12월 리뉴얼과 더불어 브랜드명을 ‘참이슬’로 통일했다. ‘참이슬‘ 라벨(2006)’참이슬 라벨 세부(2006) ‘참이슬’ 라벨(2007) 브랜드 확장의 정석을 보여주는 ‘참이슬 Fresh’는 소주 소비 연령대가 젊은 층으로 내려오면서 신선한 이미지로 탈바꿈을 시도했다. 이에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디자인 개발이 무엇보다 강조되었다. 캘리그래퍼 강병인에 의해 개발된 글꼴 콘셉트는 ‘젊음, 깨끗함, 이슬’ 같은 느낌이었다. 신세대, 특히 젊은 20~30대 여성 소비층을 고려한 글꼴이었다. 기성세대 소비자들은 ‘참眞이슬露’에 그대로 두고, 알코올 도수에 좀 더 민감한 젊은 층을 ‘참이슬 Fresh’로 끌어들이고자 한 것이다. ‘참이슬 Fresh’의 라벨 디자인은 대나무 잎에 이슬이 맺힌 형상을 표현하여 순수하고 깨끗한 자연미를 살렸다. 2006년 성공적인 출시를 이룬 것으로 보이는 ‘참이슬 Fresh’의 디자인은 1년이 지난 2007년 10월에 빠르게 교체되었다. 당시 ‘참이슬 Fresh’와 ‘처음처럼’의 설탕 첨가 논쟁으로 인한 이미지 제고와 알코올 도수의 추가 인하로 인한 소폭 리뉴얼이었다. 새 라벨 디자인은 바탕에 파란색 번짐 효과를 줌으로써 깨끗한 이미지를 강화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글자꼴 또한 좀 더 세련된 인상을 주는 것으로 교체되었으나, 리뉴얼 전과 비슷한 구도를 사용해 알아채기 힘들 정도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참’에서 ‘ㅏ’획의 대나무 잎 형상화나 ‘슬’에서 ‘ㄹ’을 더 흘려 쓴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로고 타입의 색상 또한 자연을 강조한 진한 녹색에서 깨끗하게 떨어지는 검정으로 변화한 것을 볼 수 있다. \'참이슬\' 라벨(2009)\'참이슬\' 광고 컷(2009) 2009년의 리뉴얼은 기존의 변화 추이보다 크게 바뀐 형태로 리디자인에 가까운 느낌이다. 카툰 타입의 일러스트는 대중적인 이미지를 담으려 적용되었다. 복고풍 이미지가 연상되어 친근함은 더했지만, 세련미에서는 멀어졌다고 할 수 있겠다. 카툰을 소재로 한 것은 20∼30대의 미래 고객까지도 사로잡겠다는 전략적 포석이었다. 그러나 과연 효과적이었는지는 생각해볼 문제이다. 아울러 대나무 마디를 닮은 글자체를 사용해 자연을 닮은 모습을 표현하려 했지만, 이슬처럼 깨끗한 \'참이슬\' 네이밍과의 어울림, 일러스트와 삼행시와의 조화 여부에는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다. \'참이슬\' 라벨(2012) 2012년 1월부터 하이트진로는 기존의 \'참이슬 Fresh\'를 \'참이슬\'로, \'참이슬 Original\'은 \'참이슬 Classic\'으로 리뉴얼을 단행했다. 아저씨 이미지로 굳어온 소주에 젊음과 깨끗함, 도전 등의 새로운 이미지를 덧칠한 것이라고 한다. 이런 이미지의 추구는 이미 2006년과 2009년 리뉴얼 때 나오지 않았던가? 하이트진로의 분석대로라면, 2009년 리뉴얼이 젊은 이미지 형성에 한계를 보였다는 이야기인데, 그때의 디자인과 글꼴이 당시 하이트진로가 추구했던 이미지와 부합했던 것인지 살펴볼 일이다. 로고 타입과 디자인을 바꿀 필요성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전의 디자인보다 정리는 되었으나 전체적으로 밋밋하다. \'참이슬\'은 청정한 대나무 이미지로서 \'처음처럼\'의 새싹 이미지와 상대적인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번 리뉴얼은 그 디자인 자산을 버리고 이슬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과연 깨끗하고 맑은 이슬 같은 소주라는 제품의 속성을 로고 타입에서 충분히 표현했는지 의문이다. 로고 타입의 캘리그래피가 무표정한 얼굴 같기 때문이다. 좀 더 \'참이슬\'만의 이미지와 지향점이 표현되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참이슬 fresh 라벨’(2014.02) / ‘참이슬’ 라벨(2014.11) 2014년 2월과 11월 소주 알코올 도수의 인하와 함께 찾아온 두 종류의 ‘참이슬 fresh’ 로고 타입은 캘리그래퍼 이산이 작업했다. 2012년의 로고 타입보다 유려한 글씨이고 ‘참이슬’ 브랜드가 추구하는 콘셉트에 더 근접한 글씨라고 볼 수 있다.2014년 2월과 11월 출시된 두 종류의 로고 타입을 비교해 보면 ‘ㅁ’이나 ‘ㄹ’에서 볼 수 있듯이 세련되고 유려한 글씨체에서 좀 더 순수하고 정돈된 글씨체로 바뀐 것을 볼 수 있다.부가적인 요소로 2012년 하늘을 품은 이슬 일러스트의 연장 선상에서 이슬을 올린 달팽이가 등장한다든지(2014.02), 이슬에 더해 대나무 일러스트가 같이 등장한다던 지(2014.11) 등은 깨끗함을 표현하려고 한 요소임을 알 수 있다.제품의 라벨과 로고 타입만을 놓고 보면 큰 흠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브랜드 전체의 누적된 이미지를 생각하면 먼 길을 돌아 제자리를 맴도는 듯하다. 2006년, 2007년의 로고 타입(그림3-1, 그림3-3)과 2014년 2월, 11월의 로고 타입은 ‘ㄹ’의 모양이나 글씨체 전체의 이미지인 세련됨과 순수함, 깨끗함에서 순서만 바뀌었을 뿐 여러모로 닮아있다. 물론 비슷한 것이 잘못은 아니다. 브랜드의 추구하는 바를 콘셉트를 넣어 표현한 것이니 비슷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돌고 돌아 비슷한 콘셉트의 로고 타입과 레이아웃을 쓸 바에는 성공적인 리뉴얼로 평가받는 2006년이나 2007년의 로고 타입을 꾸준하게 사용해 일관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현재의 로고 타입을 지속성 있는 브랜드 로고 타입으로 사용하며 누적 이미지를 정립해 나가기 바란다. 이처럼 일관성 없이 자주 바뀌는 디자인이나 캘리그래피 로고 타입의 제작 기준이 궁금하다. 그저 교체를 위한 교체가 아니었는지 묻고 싶다. 로고 타입의 지속성에 대한 문제는 제쳐놓고라도 너무 장식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아닌지? 경영자와 핵심관계자, 디자이너의 역할이 아쉬운 대목이다. 추후 디자인과 브랜드에 대한 정보가 공개된다면 더 자세한 사항을 알 수도 있겠지만 대략 짐작은 간다. 경쟁 PT로 인한 디자인업체의 잦은 교체로 그 디자인 업체가 제시한 시안의 글씨체로 그때그때 바뀐다는 사실을... 저관여 상품이라고 해도 그때그때 바꿀 것이 아니라 브랜드 디자인의 일관성이 필요하며 이는 로고 타입에도 적용되는 문제이다. 또한, 캘리그래피 로고는 작가의 의도와 더불어 제품의 생명력을 담은 브랜드 이미지를 표현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브랜드가 제품으로서의 대상이 아니라 감정을 가진 주체로서 소비자들을 설득하는 차원에 도달해야 한다. 꼭 대가의 글씨가 아니더라도 기업의 철학이나 마케팅 전략, 그리고 네이밍에 걸맞게 제작된 글꼴이 나오고 유지되어야 한다. 자주 바꾼다는 것은 그만큼 그 디자인이나 철학을 뒷받침할 만한 힘이 약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참이슬’의 가치 제고 ‘참이슬 fresh’ / ’참이슬 클래식‘ 라벨(2015) 어느 브랜드나 마찬가지겠지만 잘 나갈 때는 굳이 손을 대지 않는다. 괜히 손을 댔다가 역효과가 오면 모든 책임을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매출 감소가 있을 즈음 브랜드 부활을 위해 갖은 노력을 하나,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때 가장 만만한 것이 브랜드 리뉴얼이다. 물론 긍정적인 면으로 보면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기 전에 주기적으로 브랜드를 강화하는 Brand Revitalizing(성장 속도가 줄어드는 브랜드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으나 너무 잦은 리뉴얼과 로고 타입 변화는 상품의 누적 이미지에 악영향을 준다. 제품의 시각적 이미지와 브랜드 자체의 이미지에 혼란을 주는 것이다. 이는 장기적인 브랜드 파워 형성에도 좋지 않다. 우리가 어떤 제품을 좋아하게 되는 과정은 그 제품의 반복적인 노출과 관련이 있다. 즉 친숙해진다는 건 비주얼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그 비주얼과의 경험 횟수와 더 관계가 깊다는 말이다. 일관된 이미지를 구축하면 소비자가 브랜드를 빨리, 오래 기억하는 각인효과가 생긴다. ‘처음처럼’이 브랜드의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그에 반해 ‘참이슬’은 지배적인 점유율로 인해 브랜드의 이름은 더 친숙할지 몰라도 ‘참이슬’ 로고 타입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은 드물다. 이는 꾸준함이 결여된 브랜드 이미지 관리에 있다 하겠다. 익숙해질 만하면 바뀌는 ‘참이슬’ 브랜드의 로고 타입을 일반소비자가 기억하기에는 쉬운 일이 아니다. ‘참이슬’의 방황은 도수를 낮추고 라벨 디자인을 바꾸는 것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참이슬’의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장기적 안목의 계획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브랜드 이미지인데, ‘참이슬’은 ‘처음처럼’을 따라가는 알코올 도수 인하와 같은 제품 자체 변화에 주력했고, 잦은 제품 변경으로 인한 로고 타입의 변경과 그래픽의 변화는 소비자에게 브랜드 이미지의 혼란만을 주었을 뿐이다. 기왕 바꾸었으니 브랜드 이미지 관리는 이제 시간을 두고 볼 일이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서 여우는 어린 왕자와 작별하며 비밀 하나를 가르쳐준다.“네가 행성에서 길들였던 장미가 그다지도 소중해진 것은 그 장미를 위하여 잃어버린 수많은 시간 때문이야. 사람들은 이런 진리를 잊고 있어. 언제나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해. 넌 네 장미에 대한 책임이 있어.” 이 대목을 떠올리며 ‘참이슬’을 생각해본다. ‘참이슬’ 브랜드는 1998년 출시된 이래 진로 브랜드의 선점 효과로 20년 가까이 소주 시장의 강자로 군림해오고 있다. 그런데도 잦은 라벨 디자인 교체와 그 과정에서 브랜드 로고 타입의 일관성 결여로 브랜드 이미지 확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이 아쉽다. 여우가 알려준 비밀처럼, 한 가지 통일된 정체성을 책임감 있게 꾸준히 길들인다면 좀 더 확고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지 않을까.• 자료 제공 :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박선영(야림) 그래픽디자이너, 캘리그래퍼현 996크리에이티브랩 소장, 사)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 이사, 전 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 이사로 활동했다. 동양적인 문화요소와 조형을 현대적인 디자인 언어로 융화시키는 작업에 관심이 많은 그는 독립적인 프로젝트 활동 및 출판과 한글 관련 프로젝트와 전시에 참여하고 있으며, 서울예술대학교에서 우리 문자의 조형을 강의한다. 논문 <캘리그래피(손멋글씨)의 조형적 표현과 활용에 관한 연구>(2005)를 발표했고, 이탈리아 Utilita Manifesta/ Design for Social 2010에서 작품이 선정된 바 있다.http://yarim.blog.me/
감성을 담은 타이틀
감성을 담은 타이틀, 책 디자인의 완성캘리그라피와 만난 타이틀이 독자의 마음을 이끌다 화제의 드라마 ‘도깨비’ 의 책 출판은 출간과 동시에 모든 서점의 베스트셀러를 차지하고 있다. 드라마 속 두 주인공의 중요한 연결 수단으로 등장한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또한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좌: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 (사진제공=알에이치코리아),우: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사진제공=예담 출판) 서점 가판대에서 독자와 처음 대면하는 책표지는 책이 갖는 내용을 함축적이고 은유적으로 포함하면서 개성과 독창성이 요구된다. 급속한 시각화 속에서 책의 외적인 부분에 대한 중요도가 급속하게 증가하면서 표지디자인의 역할은 대두되었다. 이에 캘리그라피는 기존의 획일적인 디지털 폰트에서 벗어나 신선함을 추구하려는 독자들의 트렌드를 잘 반영하고 있다. ‘도깨비’와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가 이 사례에 속한다. 80년대 베스트셀러 표지에서의 캘리그라피 적용사례 표지디자인에서의 캘리그라피는 현시대뿐만 아니라 과거에서도 적용 사례를 볼 수 있다. 1981년 발행된 ‘옛날 옛날 한옛날’ 은 이창우 작가 자신이 수갑을 차고 끌려가는 표지사진과 검정색 바탕에 대비되는 붉은색의 붓글씨를 타이틀에 적용하였다. 이는 그 시대의 흑막의 역사와 책이 담고 있는 자극적인 표현 수위를 상징한다.1985년 발행된 ‘처음을 위하여 마지막을 위하여’ 의 타이틀은 명조체를 사용하여 간결하고 깔끔한 느낌의 타이포그래피를 사용하였고, 일러스트에 한글과 한자를 조합한 캘리그라피를 삽입하였다. 신약성서의 일부를 붓글씨로 표현하여 작가의 신념을 유연하고 감성적으로 표현하였다. 좌: ‘옛날 옛날 한옛날’ (사진제공=두레),우: ‘처음을 위하여 마지막을 위하여’ (사진제공=자유문학사) 80년대의 베스트셀러 성향을 살펴보면 먼저, 독자들은 고도성장에 따르는 여러 문제들을 여과 없이 드러나는 작품에 관심을 가졌다. 이에 민주화 운동이라는 혁신적인 시대적 배경과 많은 정치적 사건을 표현하기 위해 캘리그라피를 사용하여 역동적이게 나타내었다. 또한, 에세이, 시집, 미래예측서는 급속한 산업화, 도시화로 인한 물질 만능주의 확산으로 인해 답답하고 어려운 상황을 감성적인 글씨로 작업하여 그들을 위로하였다. 90년대 베스트셀러 표지에서의 캘리그라피 적용사례 1995년 발행된 ‘고등어’ 는 캘리그라피를 사용하여 제목의 이미지를 형상화하였다. 전통적으로 써 오던 붓글씨의 개념에서 발전하여 조형적으로 묘사하는 글자 예술의 형태를 띠이게 되었다. 이는 비주얼커뮤니케이션이라는 새로운 기능으로 인식되게 하였다.1996년 발행된 ‘축제’는 화려한 일러스트레이션과 캘리그라피류의 서체가 더해져 역동적인 분위기를 주고 있다. 밝은 공간, 웨딩드레스 등 긍정적인 이미지가 연상되는 흰색의 색채를 사용하여 활기찬 느낌을 준다. 좌: ‘고등어’ (사진제공=웅진출판),우: ‘축제’ (사진제공=열림원) 표지디자인에서의 캘리그라피는 계속해서 많은 발전을 거듭하였다. 90년대 IMF로 인한 실업률의 증가는 사회 전반적인 문제로 인하여 불안과 혼란스러운 시대였다. 따라서, 무거운 이야기를 다루는 책 보다 가벼움과 일상성,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랑이야기 등을 다루는 출판물이 두드러졌다. 밝은 분위기의 일러스트레이션과 캘리그라피의 콜라보나 붓의 유연함으로 따뜻하고 감성적인 타이틀로 독자를 끌었다. 00년대 베스트셀러 표지에서의 캘리그라피 적용사례 2001년 발행된 ‘상도(商道)’는 푸른 계열의 배경과 판화 느낌의 나무 일러스트에 ‘商道’ 를 집자하여 쓴 글자가 어우러져 고전적이면서 옛스럽다.2005년 발행된 ‘황진이’는 제목의 세로쓰기와 서체에 율동성을 부여하여 리듬감 있게 표현하였다. 붉은 계열의 배경과 붓 느낌의 황색 꽃의 조화가 타이틀을 부각시킨다. 좌: ‘商道’ (사진제공=여백)우: ‘황진이’ (사진제공=이룸) 2000년대에는 역사 속 인물을 주인공으로 다루는 이야기가 유행하여 드라마로 제작되는 등 인기 저자들의 소설시장이 크게 성장하였다. 주인공 이름이나 키워드를 붓으로 타이틀 작업하여 이들을 더욱 부각시켰다. 이는 오늘날 캘리그라피와 디지털 폰트를 혼용하여 작업하는 것으로 발전하여 디자인적인 미와 강조 효과를 동시에 보는 추세이다. 이러한 캘리그라피의 표현은 정형화 되고 딱딱한 느낌의 디지털 폰트보다 우리 정서에 부합되어 한국적인 감성을 자극한다. 작가의 손에서 나오는 부드러움과 자연스러운 형태는 기존 서체에는 없는 독특함을 창출하여 독자의 시선을 끌고 감정에 호소하기에 충분하다. 80·90·00년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디자인 환경 속에서도 꾸준한 캘리그라피의 사용은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와 새로운 표현 세계로의 욕망이라 볼 수 있다. 그 결과, 캘리그라피는 책의 제목뿐만 아니라 기업의 이미지 로고(CI), 방송 프로그램과 공연, 영화, 축제의 타이틀, 간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어 디자인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왔다. 이자민기자
박선영의 <캘리그래피 천일야화> 00
캘리그래피, 비하인드 스토리를 시작하며 아름다움을 뜻하는 단어 \'캘리(Calli)\'와 화풍, 서풍, 서법 등의 의미를 지닌 \'그래피(Graphy)\'의 의 합성어인 \'캘리그래피(Calligraphy)\'는 말 그대로 글씨나 글자를 아름답게 쓰는 기술을 뜻합니다. \'아름다운 서체\'라는 뜻을 지닌 그리스어 \'Kalligraphia\'에서 유래된 이 단어는, 문자가 가진 본뜻, 즉 의미를 전달한다는 본래의 뜻에서 벗어나 순수하게 조형적인 관점에서 문자를 바라보고 있죠. 쉽게 말해 캘리그래피는 손으로 쓴 문자를 아름답게 묘사하는 기술 또는 아름답게 묘사된 글자를 일컫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서예나 손글씨 역시 캘리그래피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종종 캘리그래피를 서예로 번역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피(Graphy)\'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캘리그래피는 명확한 디자인 콘셉트와 의도에 맞는 글자 또는 이미지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전통 서예와 구분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손글씨도 마찬가지고요. 많은 사람이 캘리그래피를 주관적이고 감성적인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면 예술적인 표현의 관점만을 이야기한다면 맞는 이야기지만 캘리그래피가 글씨를 다루는 디자인의 한 분야이기도 한 것임을 고려한다면 캘리그래피 역시 디자인의 콘셉트와 의도에 맞춰 객관적으로 작업해야 할 필요가 있는 거죠. 예를 들어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2008)\'의 타이틀에 사용된 캘리그래피 속 \'뿔\'이란 글자처럼 말입니다. (\'엄마가 뿔났다\' 타이틀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다른 칼럼에서 다루겠습니다) 한글문자의 특성과 캘리그래피 작업에 담긴 주관성과 객관성, 디자인과 캘리그래피와의 관계, 그 사이에서 생겨나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문제점들이 바로 박선영의 ‘캘리그래피 천일야화’에서 전할 이야기입니다.앞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재미있게 때론 진지하게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가려 합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캘리그래피 천일야화와 함께 한 달에 한 번 찾아뵙겠습니다. 2017.03 박선영(야림) 그래픽디자이너, 캘리그래퍼현 996크리에이티브랩 소장, 사)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 이사, 전 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 이사로 활동했다. 동양적인 문화요소와 조형을 현대적인 디자인 언어로 융화시키는 작업에 관심이 많은 그는 독립적인 프로젝트 활동 및 문화예술 관련 프로젝트와 전시에 참여하고 있으며, 서울예술대학교에서 우리 문자의 조형을 강의한다. 논문 <캘리그래피(손멋글씨)의 조형적 표현과 활용에 관한 연구>(2005)를 발표했고, 이탈리아 Utilita Manifesta/ Design for Social 2010에서 작품이 선정된 바 있다.http://yarim.blog.me/
캘리그라피 X Collaboration 1st
캘리그라퍼와 여러 영역의 작가들이 뭉쳐 일명 ‘꿀케미’ 를 선보였다. 거침없이 확대되고 있는 융·복합의 트렌디에 맞춰 ‘글씨21’ 에서도 이를 주목하였다. 각 영역의 고유적인 본질을 바탕으로, 그들만의 스타일을 이색적이면서도 자유롭게 풀어냈다. 때문에 아날로그적인 캘리그라피 감성과 타 분야만의 고유성이 더해진 작품들은 더욱 세련되고 감각적이게 느껴진다. 다양한 예술세계를 공유하기 위해 영역의 벽을 허문, 콜라보 작품과 그 작가들을 만나보자. 섹션 Ⅰ 캘리그라피 X 일러스트레이션내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기다리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기다려지는 것 입니다_정준식 x 이동명 캘리그라피 작가 정준식 Jeong Joon Sik / 鄭埈植 생년월일 1986. 07.11이메일 jungwnstlr@naver.com정준식 작가는 대전대학교 서예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에서 서예·동양미학을 전공, 졸업하였다. 그는 ‘캘리공작소’의 대표로.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세계 속에서 아날로그적 감성을 그리워하는 이들의 갈증을 해소시키기 위해 전통미와 현대미를 융합한 캘리그라피 추구하고 있다. 그는 2016년 7월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 캘리그라피 전문가로 출연하여 캘리그라피와 수제도장을 시청자들에게 선보였다. 또한, 영화 「광해」,「관상」,「신의한수」등에서 서예 대필 및 서예자문을 하였으며, 드라마 「추노」,「성균관스캔들」등 다수의 작품에서 소품작업 및 서예자문을 하였다. 일러스트레이션 작가이동명 Lee Dong Myoung / 李東明생년월일 1989. 01.13이메일 dddudlee@naver.com이동명 작가는 단국대학교 패션산업디자인학과 졸업 예정에 있으며, 국내에서 패션과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패션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였으며 현재는 복잡하게 뒤엉키고 거친 라인을 통해 복잡한 내면의 감성, 본능을 표현한 일러스트레이션을 작업 중이다.그는 2017년 1월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뉴드로잉전’ 전시, 2016년 11월 용인시 미술.디자인대학 우수졸업생 초대전 ‘미래를보다2’ 전시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주요활동으로는 tvN 10주년기념 다큐멘터리 판타스틱패밀리 일러스트레이션, 애니매이션 제작, SBS 파일럿방송 인생게임 상속자 일러스트레이션 제작, 패션일러스트레이션 협회 한국을 대표하는 패션일러스트레이터 전시 참여 등이 있다. 스타일닷컴 일러스트레이터 공모전 대상 수상하였으며 부산국제패션일러스트레이션 공모전 대상 수상하는 등 두 분야 모두 두각을 보이는 작가이다. 섹션 Ⅱ 캘리그라피 X 사진오늘도 모두가 희망을 안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내일은 나아질거라고좋은 사람을 만나 더욱 행복해질거라고 _김현중 x 김도윤 당신을 만나 참으로 행복했습니다.어둡기만 했던 제 삶에 빛이 되어주었고밋밋하기만 했던 제 얼굴을 웃음 가득한 얼굴로 만들어 주었습니다.감사합니다 언제나_김현중 x 김도윤 캘리그라피 작가 김현중 Kim Hyun Joong / 金顯中생년월일 1987.05.05이메일 lino111@naver.com김현중 작가는 리노캘리그라피 대표이자 ‘리노’라는 필명으로, 하루를 살아가면서 느끼는 생각과 감정을 글씨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글씨에 생각과 감정을 담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작품을 만들며 소통하는 작가이다.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였으며 현재 문화예술그룹 ‘원스트라이크(ONE Strike) , 오민준글씨문화연구실 소속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그는 캘리그라피디자인그룹 어울림 사무차장으로 글씨의 미래를 위해 힘쓰고 있다. 글씨의 미래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조화에 있다고 보며 디지털기기로 글씨를 작품을 만들며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마음 가득 담은 글씨로 누군가를 웃음 짓게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은 작가이다. 한편, 남도서예문인화대전에서 삼체상을 수상하였다. 사진작가 김도윤 Kim Do Yoon생년월일 1986.01.08이메일 kgekge8618@naver.com김도윤 작가는 계명대학교 예술대학원 서예전공, 졸업하였으며,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개인전시를 하며 역량을 뽐내기도 하였다. 현재 지초일러스트 대표이며, 여행을 좋아하며 사진에 관심이 많은 작가이다. 여행을 통하여 삶의 의미를 찾고, 이를 사진으로 표현하여 세상과 소통하고자 한다. 풍경이나 사물, 또는 현상까지도 감성적이며 낭만적으로 조명하여 자신만의 스타일로 표현하는 작가이다. 이자민기자
간판, 캘리를 만나다
거리의 얼굴, 캘리를 입다.한국은 물론 일본 도시에서도 볼 수 있는 캘리그라피 간판 내국인 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의 관광객으로 언제나 북적이는 명동거리다. 프렌차이즈는 물론 각 상권의 디지털 폰트로 이루어진 간판들은 그들을 유혹하기 위해 보다 자극적이게, 보다 화려하고 크게, 각자의 얼굴을 들이 밀고 있다. 어떠한 교집합도 없이 존재하는 이 상권들의 간판이 과연 행인들에게 조화롭게 다가오는가. 이는 마치 시선의 전쟁터 같다. 명동거리의 간판 > - 출처: SP 투데이 도시환경에 있어서 간판은 그 도시의 첫 인상과도 같으며, 고유의 분위기와 문화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상점을 지시하는 기능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도시의 전반적인 이미지를 좌지우지하는 미적인 측면까지 갖추어야 한다. 거리 속 행인들은 간판디자인을 통해 도시환경과 상호 작용하며 거리문화에 대한 관심과 안목을 높인다. 그러므로 도시환경의 개선은 그들의 삶의 질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이에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시민들에게 더욱 쾌적하고 보다나은 환경을 제공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 시점에서 가로수길, 상수, 서촌 등을 중심으로 서울시의 간판디자인에 많은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간판 ‘앵두꽃’ - 출처: https://www.instagram.com/kiki_joohee ‘앵두꽃’은 서울 종로구 서촌 뒷골목 붉은 벽돌집 1층에 자리 잡은 전통주점이다. 진회색 바탕에 붉은색 색채를 사용하여 쓴 캘리그라피가 지나가는 행인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감성적인 서체를 사용하여 시각적, 심미적으로 개성 있는 차별화된 간판이다. 이 간판은 올해 ‘서울 좋은 간판 공모전’에서 좋은 간판 부문 대상을 받았다. 간판 ‘아재’ - 출처: https://www.instagram.com/mr_nove11 상수역 골목에 위치하고 있는 술집 ‘아재’는 획마다 변화를 주어 굵기를 조절하였다. 흔히들 말하는 ‘아재스러움’이 서체에서 고스란히 느껴진다. 컷팅한 캘리그라피 글씨와 어둡고 차분한 외벽이 만나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하얀색 여백의 미를 살린 큐브간판은 더욱 트렌디하다. 간판 ‘안즈나 선아 당신생각’ - 출처: http://www.pholar.co/pic/114410/528944 영화 <럭키>의 촬영 장소이기도 했던 맛집 ‘안즈나 선아 당신생각’은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의 발음을 재치 있게 표현하였다. ㅈ을 뒤집어 쓴 것은 마치 원형 스툴 의자를 형상화 한 듯하다. 가게 상호의 줄임말인 안·선·당을 전각 이미지로 활용하여 하얀 바탕과 검정글씨에 빨간색 인주를 더하여 디자인적 요소를 가했다. 일본 도쿄시의 간판은 서울시와 크게 다름이 없을지도 모른다. 두 나라 모두 한 건물에 여러 상권이 존재하여 각기의 간판이 얼굴을 내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의 간판은 서울시보다 질서 정연하고 깔끔한 이미지이다. 이는 딱딱한 디지털 폰트와 화려한 색채를 사용하여 시각적 혼란을 주는 한국의 간판과 달리 어느 특정한 간판만을 강조하지 않으면서 그 지역의 특색에 맞게 간판을 디자인하였기 때문이다. 일본 옥외 간판 - 출처: http://www.sho.ne.jp LED조명을 사용한 아크릴 간판에 일본 특유의 전통적인 느낌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는 간판이다. 첨단기술과 전통적인 붓글씨를 혼용하여 세련되고 깔끔한 느낌을 준다. 간판 전체를 글씨로 가득 채워 자신을 강하게 드러내려는 것과 달리 글씨와 바탕의 여백이 은은하게 어우러져 답답하지 않고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일본 가게 간판 - 출처: http://m.blog.naver.com/jineunjoo502 간판의 크기는 작지만 양쪽에서 가게 상호를 인지 할 수 있는 광고효과를 지녔다. 또한, 가게의 분위기에 맞는 아기자기한 서체와, 글씨 위의 심플한 세로 직선들은 선만으로도 일본스러움을 나타냈다. 일본 간판 - 출처: http://www.sho.ne.jp 옥외에 존재하는 돌출간판 외에 벽면과 조화를 이루는 간판도 눈에 띈다. 붓글씨로 상호를 디자인하였으며 후방에서 나오는 조명이 이를 돋보이게 한다. 돌출간판처럼 주목성이 있거나, 강한 색채가 사용된 화려한 간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시각적으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에는 글씨 자체에서 나오는 힘인 듯싶다. 획일화된 간판 속에서, 그 도시만의 분위기를 재해석하여 독특한 서체로 디자인한 간판들은 우리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가게가 갖는 이미지를 개성 있게 표현하고, 행인들의 눈을 사로잡는 법, 답은 캘리그라피 속에 있다. 이자민기자
박선영의 <캘리그래피 천일야화> 01
캘리그라피? 캘리그래피디자인? 멋글씨? 손멋글씨?지금까지 별다른 의심없이 써왔던 \'캘리그래피(calligraphy)\'라는 용어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외래어 표기법에 의하면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캘리그라피\'가 아닌 \'캘리그래피\'로 표기해야 한다)캘리그래피에 대한 개념은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조금의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인간이 사회를 이룩한 이래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고안된 형상을 손으로 쓰는 행위를 지칭하며, 문자를 가진 모든 문명권에서 공통된 예술로서 존재한다. (다양한 느낌의 손글씨 표현들) 최근 한국의 디자인계와 문화산업 여러 방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캘리그래피적 표현의 양상은 이성적이고 기하학적인 기능주의 디자인과는 그 표현이나 접근방식이 다르며, 우리의 미적 정서와 일정 부분 합치된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우리 민족의 멋과 미가 자연과의 조화라고 생각해 볼 때 캘리그래피의 자연스러운 표현과 일맥상통해 있으며, 기계적이고 기하학적인 서양의 모더니즘과 달리 친근하고 부드럽다는 점과 어딘지 불규칙한 형태를 취한다는 데에 그 매력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일반대중에게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친근감을 준다.서구에서 이식된 디자인표현의 한계성을 극복하고 한국적 디자인을 창출해 내기 위한 한 분야로서 캘리그래피적 표현은 좋은 시도가 될 만하다. 캘리그래피적 표현은 영화와 TV 타이틀, 광고, 편집물, 패키지, 서체, 간판, 각종 로고타입 등 우리의 생활과 시각문화 전반에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에픽테토스의 경구에 따라 그리스어로 쓴 클로드 메디아 빌라의 캘리그래피 작품(프랑스)여기서 국내 디자인에 나타나는 캘리그래피적인 손글씨의 개념과 범주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캘리그래피적인 손글씨라고 하면 손으로 쓰는 필기체를 떠올리거나 붓글씨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현재로써는 그 개념을 엄밀하게 구분해서 사용하지 않고 있다. 캘리그래피의 개념을 좀 더 명확히 정리하자면 ‘컴퓨터에서 개발한 일반 서체에 상대되는 개념으로서 손으로 직접 만들고 디자인한 모든 형태의 글씨’를 포함한다. 덧붙여서 현존하는 글꼴을 만지고, 다듬어서 새로운 인상을 나타내는 방식까지도 포괄할 수 있다.이규복 작가는 <캘리그라피(2008)>라는 책에서 calligraphy의 정의를 \"캘리그라피는 문자를 매개로 받아들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적극적 해석을 유도케 함으로써 단지 읽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이미지화하여 보여질 수 있도록 하는 현대 조형 예술의 하나\"라고도 했다. 피터 길더 달의 캘리그래피 작품(뉴질랜드)- 캘리그래피적인 표현의 우리식 용어 정립이 필요한가?한글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쓰임새의 확장성에 기여한다는 캘리그래피적인 작업이 우리식의 용어 없이 서양의 비슷한 단어를 무비판적으로 쓰는 것을 두고 과연 적정한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캘리그래피적인 작업이 한글에만 적용되는 사안도 아닌데 과연 한국적인 용어로 바꾸어 불러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생긴다. 한글 타이포그래피로 유명한 안상수교수가 제안한 ‘디자인’의 우리식 용어 제안인 ‘멋지음’으로 일시에 바꾸기는 어렵듯이 캘리그래피라는 용어가 퍼진 상태에서 어떤 특정한 단어로 바꾸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다만 이런 논의를 통해 점점 확대되는 캘리그래피의 외연에 대한 경계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며, 캘리그래피가 유행을 넘어 스스로의 자리매김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우리안에서 존재를 규명하고 용어를 정리해 보는 것은 유용해 보인다.캘리그래피라는 서양식 용어를 빌려 오기 전에 디자인 전반에 나타나고 있는 캘리그래피적인 표현을 우리나라 중심에서 우리의 시각 문화로 논의하고 용어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크다 하겠다. 용어나 말을 정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어떤 생각을 포괄하고 있으므로, 관념과 의식의 표현이며 존재를 규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이만 라드의 이슬람 캘리그래피를 사용한 포스터문자 조형과 창제에 있어 자주적 의도를 가진 한글이기에 오늘날 디자인에서 나타나는 캘리그래피란 서구식 용어를 우리식으로 표현한다면 그 차이는 꽤 크게 느껴질 것이다. 현재 ‘캘리그라피’, ‘캘리그래피’, ‘캘리그래피디자인’, ‘캘리디자인’ ‘손글씨’ 등으로 제각각 부르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현상을 이론적으로 규정해 제대로 표현한 용어는 아직 없다.손으로 써서 글자에 멋을 의도적으로 더했다는 의미로 작고하신 김진평 교수는 『한글의 글자표현』(1983, 미진사)에서 \'손멋글씨\'라 정리하기도 했고, 월간 디자인넷이 2003년에 주최한 좌담회에서는 한글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새로운 경향을 \'솜씨체\'라 제안한 바도 있다.여기서 말하는 ‘솜씨체’란 손으로 직접 쓴 글씨체이면서 글자에 표정을 부여하고 목소리를 끌어내는 등 감성적인 측면을 강조하며, 기계적인 것의 상대적인 개념까지 내포하고 있다. 그 외의 의견으로는 ‘멋글씨’, ‘멋짓글씨’, ‘감성글씨’, ‘마음글씨’, ‘표정체’, ‘상업서예’, ‘상업글씨’ 등이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상업서도’, ‘디자인서도’ 등으로 불리고 있다. 홍콩의 디자이너 칸타이킁의 포스터좀 더 문헌을 살펴보면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한국글꼴개발연구원의 『한글글꼴용어사전』(2011)에서는 \'손 멋 글씨\'를 <기계적 도구를 쓰지 않고 손으로 자유롭게 맵시를 나타낸 글자 표현. 손글씨의 개념보다 더 적극적인 조형 또는 디자인 개념을 강조한 글씨>라고 정의했다.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에서 편찬한 『타이포그래피사전』(2012, 안그라픽스)에서는 \'손멋글씨(캘리그래피)\' 옆 괄호에 캘리그래피를 넣어 동의어로 정리했다.『한글디자인교과서』(2009, 안그라픽스)에서는 글씨(書)는 글자를 쓴 것으로 손멋글씨라고도 한다. 서예의 현대화 또는 실용서예 등 서예의 관점에서 다룬 것을 이야기하며, 한글디자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글씨를 그리는 것(레터링)이 아닌 쓰는 방법으로 한글을 디자인하는 것이라 했다.필자 또한 고 김진평 교수가 제안한 \'손멋글씨\' 용어사용에 동의하는 바이며 캘리그래피라는 단어가 현재 한국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의 특수성을 설명하기에 충분치 않다고 생각되어 논문명에도 『캘리그래피(손멋글씨)의 조형적 표현과 활용에 관한 연구』(2005, 건국대디자인대학원, 박선영)라고 두 용어를 병기하였다. 먹의 번짐과 공간미가 돋보이는 중국의 현대서예 작품국립국어원 말다듬기위원회에서는 \'캘리그래피(Calligraphy)\'의 다듬은 말고 \'멋글씨\' 또는 \'멋글씨 예술\'을 선정하였다.(2012.07) 국립국어원은 의미의 적합성, 조어 방식, 간결성 등을 검토해 만든 것이라 하지만, ‘모두가 함께하는 우리말다듬기’ 홈페이지에서는 누리꾼의 추천을 받아 \'이모티콘\'을 \'그림말\', \'웹진\'을 \'누리잡지\', \'세꼬시\'를 \'뼈째회\', \'젠트리피케이션\'은 \'둥지내몰림\'처럼 다듬고 싶은 말을 한글로 순화해 추천하는 곳이라, 선정과정에서 어색한 표현도 있고 어감상 적합하다고 볼 수 없는 순화어 추천일 때도 있다.물론 \'리플\'을 \'댓글\', ‘피싱’을 ‘전자금융사기’로 추천한 것처럼 비교적 널리 쓰이는 용어도 있다. 마뜩잖은 것은 멋글씨냐? 손멋글씨냐?의 적합성 문제가 아니라, 기존에 유사한 대체용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사용하는 전문가들과 업계의 의견이 빠진 채 타자에 의해 정해지고 발표되어 혼란을 준다는 점이다. 일부 작가들 또한 국립국어원이라는 권위에 기대어 표준국어대사전에 수록되지도 않은 이벤트 형식의 순화용어 권장사항을 마치 금과옥조처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서 사용하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문헌과 역사적인 맥락을 살피지 않은 것에 기인한다고 본다.국립국어원 홈페이지 게시판의 순화어 설명 아래에는 ‘손’자가 빠지면서 기계로 찍은 인쇄 활자체도 멋지면 ‘멋글씨’라고 할 수 있지않냐는 반론도 있었다. 신영복의 처음처럼 서화캘리그래피를 서예 쪽에서는 동북아 한, 중, 일(서예(書藝), 서법(書法), 서도(書道))의 통합적인 용어로 書를 이야기하며 큰 틀에서 書의 범주에 넣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서예\'의 영문표기가 \'Calligraphy\'이기 때문에 구분을 요구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속한 것을 이야기하는 것과 현상 그 자체를 지칭하는 용어는 세분화가 필요하고 달라야 할 것이다.\'서예\'를 서양의 캘리그래피나 현재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캘리그래피 성황과 구분하기 위해 \'East Asian Calligraphy\'나 \'Chinese Calligraphy\'로 번역하기도 하며, 더 나아가 우리만의 \'Seoye(서예)\'로 표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듯이 말이다.또한, 서예과의 이름이나 서예 행위를 \'서예문자예술\', \'문자조형예술\'이라 하기도 하듯이 특정 분야와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는 구분해 사용할 필요가 있다.캘리그래피는 새로운 글씨체를 고안해서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글자를 표현하고 콘셉트에 의한 표현을 한다는 점에서 동양의 전통서예와는 구분된다 할 것이다.가끔 일각에서 서예의 순수성만을 강조하기도 하는데 현대의 캘리그래피는 분명 응용예술과 실용의 성격이 더 강한 것 아닌가? 사) 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에서는 시각디자인의 한 분야로 캘리그래피분과를 두고 있다.또한, 서예단체와 디자인단체 공모전에서 캘리그래(라)피 분야를 포함해 진행하고 시상하며, 일반인 대상의 가벼운 손글씨 공모전도 심심치 않게 개최되고 있다.근래에는 서예와 디자인계뿐만 아니라 생활예술의 범주로 들어가기도 해서 백화점과 구청의 문화센터나 사설 문화예술단체에서도 캘리그라피 강좌와 분과를 운영하고 있다. 유행처럼 각 단체의 성격(서예, POP, 펜글씨)에 맞게 캘리그래(라)피 용어를 넣어 조어해 사용하고 있는 현실이다. 신영복의 처음처럼을 활용한 소주잔사)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에서는 우리식 표현에 대해 장기과제로 논의 중이며 캘리그라피, 캘리그라피디자인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현재 캘리그래피디자인 교육기관에서는 \'캘리그라피\', \'캘리그래피디자인\', \'손글씨\', \'멋글씨\', \'손멋글씨\', \'감성 캘리그라피\', \'감성글씨\' 등의 용어를 각자 혼용해서 사용한다.자신의 특성에 맞게 각자 사용하는 것은 좋으나 용어가 길다는 이유로 \'캘리\'라는 정체불명의 약어로는 안 불렸으면 좋겠다. 최소한 글자로 표기할 때는 전체용어를 써줘야 하지 않을까? 아래의 캘리그래피 정의에서도 나오듯이 \'캘리(Calli)\'는 \'아름다운\'이라는 접두사이기 때문이다. 서양의 경우는 간단하고도 명확하다. 캘리그래피(Calligraphy)는 ‘아름다움’을 뜻하는 그리스어 ‘칼로스(κάλλος, kállos)’와 ‘글쓰기’를 뜻하는 그리스어 ‘그라페(γραφή graphẽ)’에서 비롯된 합성어로서, 아름다운 필적(筆跡), 달필(達筆), 능서(能書, Beautiful handwriting, Finepenmanship)를 의미한다. 우리말로 다시 해석하면 서법(書法)이나 서예(書藝)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캘리그래피를 곧 서예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를 위한 영어 표현은 펜맨쉽(Penmanship)이라고 따로 있다. Penmanship(서예)은 글자를 쓰는데 작가가 법칙을 가지고 문자를 예술화시킨 글씨를 뜻한다.또한, 서양에서 손으로 쓴 글씨체는 장식적 흘림체인 캘리그래피나 스크립트(script) 이외에도 거칠게 휘갈겨 쓴 Scrawl, 긁어내고 끌로 파낸 것 같은 Scratch, 장식적이고 디지털 타입을 손으로 모사한 Simulate, 글자에 입체감과 생명감을 넣어주는 Shadow 글씨체 등 다양한 기법에 따라 세분화해 불리기도 한다.서양과 동양의 캘리그래피는 필기구를 포함한 문자의 여건이 다르므로 서양의 캘리그래피를 라틴(영문)캘리그래피라 구분해 부르기도 한다.이슬람 캘리그래피를 터키에서는 자신들의 언어인 ‘하트(Hat)’라고 부르듯이 범용으로 사용하는 캘리그래피라는 단어와는 별개로 우리의 생각이 들어간 우리만의 용어를 정의하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문자를 이미지화한 작업, 데이비드 카슨의 레이건 잡지 표지- 순수서예와 상업서예의 차이, 캘리그래피디자인은 무엇인가? 서예는 글씨로 표현하는 시각예술이자 문자를 소재로 하는 순수 조형예술이다. 자신의 사상이나 감정 또는 이상을 서예로 표현하기에 주관적인 성격이 강하다. 본래 서예의 역사는 한자를 대상으로 하던 시대부터 시작되었고, 그 당시 글 쓰는 도구가 붓이었으므로 붓글씨라고 별칭을 가지게 되었다. 한자는 기본적으로 상형문자의 원형을 그대로 지녀왔고 붓과 먹, 종이를 통해서 나타나는 글씨는 그 자체가 조형적인 요소를 함유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자문화권에서는 일찍이 한자를 예술적 감상의 대상으로 삼아왔다. 우리의 고유 문자인 한글이 탄생한 것은 15세기에 들어서이고, 당시로는 그것이 심미의 대상으로 여겨지지 않았기 때문에 서예 하면 먼저 한자를 떠올리게 되고 붓글씨를 대표적으로 인식하는 것도 당연하다. 분명한 것은 현재 디자인 현장에서 활발하게 작업 되는 글씨들은 서예나 붓글씨의 개념과 범주와는 엄연히 다르게 구분되어야 한다. 캘리그래피디자인은 단지 글자를 쓰는 그 자체를 일컫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디자인 의도에 따라 콘셉트에 맞는 글자를 얻기 위해 다양한 필기구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캘리그래피디자인을 붓글씨 또는 서예의 개념으로 인식하면 범주와 미학적 측면에서 오류를 범하게 된다. 순수서예와 상업서예의 차이는 예술성이나 조형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목적에 있다 하겠다. 순수서예도 상업적인 목적에 의해 변형되거나 응용되어 쓰였다면 상업서예로 불리기도 한다. 다만 상업서예는 가독성에 더 방점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의 캘리그래피디자인은 서예가 아닌 손글씨와 활자 이외의 글씨 작업을 포함하게 되어 더 범위가 넓어졌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캘리그래피적인 표현의 손글씨들을 캘리그래피로 뭉뚱그려 부르다 보니 서예의 영문명 Calligraphy와 같아 혼동이 올 수 있다. 그나마 뒤에 디자인을 붙여 캘리그래피디자인이라고 명명함으로써 혼동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실생활에서는 캘리그래피 혹은 캘리로 줄여 부르기 때문에 전통 서예의 영문명인 Calligraphy와 구분이 되지 않는다. 활자에 이미지성을 부여한 네빌 브로디의 폰트샵 포스터디지털 시대 이후 새롭게 주목받은 캘리그래피는 활자가 기계의 한계를 넘어 다시 손의 세계로 회복되었고, 그 결과 ‘촉각성’까지 획득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캘리그래피디자인을 영향력 있는 새로운 스타일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는 측면도 있다. 그에 대한 견해나 입장보다는 이런 작업이 가능하게 된 정황적 근거를 살펴보자면, 디지털 기술이 우리에게 던져준 중요한 인식의 변화 중 하나는 활자의 이미지성을 파악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활자는 전달의 기능이 가장 중요한 임무였다. 그러므로 활자 한 자 한 자 낱자가 지닌 조형성이나 미학적인 가능성에 관해서는 관심을 두지 못했다. 그러나 컴퓨터 기술은 활자 낱자에도 이미지성을 부여할 수 있게 해주었다. 전달에만 전념했던 언어 본래의 목적에 대한 새로운 각성이 일어난 것이다. 지금 우리 문화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캘리그래피디자인은 바로 이런 활자에 대한 이미지성의 표현이라는 맥락에서도 파악될 수 있다. 글자 하나하나가 지니고 있는 표정과 목소리를 조절하고 만드는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므로 캘리그래피 디자인을 단지 기계 미학에 저항하는 손의 촉각성 회복이라는 대립적인 입장으로 파악할 것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디지털 기술 덕분에 새롭게 인식하게 된 활자의 이미지성에 대한 탐색과 실험의 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디지털 이전의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와 함께 이 둘의 장점을 합쳐 표현의 범위를 더욱 새롭게 확장하려는 움직임일 수 있다. 여태명의 작품 쉼(한국) 우리나라의 캘리그래피적인 손글씨는 서예에 기반을 두고 출발하긴 했으나 디자인과 문화로 범위를 넓혀 활자 이외의 손으로 직접 만들고 디자인한 모든 형태의 글씨를 포함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문자의 시각적인 이미지의 역할 확대, 실험적인 타이포그래피의 발달, 기계 미학에 저항하는 손의 촉각성 회복, 동양적 감성과 미적 정서에 맞는 표현, 모필 문화의 전통, 한글에 대한 조형의 발견이라는 측면에서 배경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파주타이포그래피학교의 날개 안상수는 “말은 하나의 이데올로기이며, 말은 그 자체로 이미 어떤 생각을 포괄하고 있고, 우리의 존재를 규명하는 것 또한 언어”라 했다.현시대에 캘리그래피라는 단어 또한 어떤 생각과 뜻이 들어가 있는지 우리만의 해석으로 정의 할 때가 온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던 용어와 그 정의를 작가와 사용자들의 생각과 존재가 들어가 있는 우리만의 용어로 의논하고 재정리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이다.앞으로 다양하고 활발한 논의가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박선영(야림) 그래픽디자이너, 캘리그래퍼현 996크리에이티브랩 소장, 사)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 이사, 전 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 이사로 활동했다. 동양적인 문화요소와 조형을 현대적인 디자인 언어로 융화시키는 작업에 관심이 많은 그는 독립적인 프로젝트 활동 및 출판과 한글 관련 프로젝트와 전시에 참여하고 있으며, 서울예술대학교에서 우리 문자의 조형을 강의한다. 논문 <캘리그래피(손멋글씨)의 조형적 표현과 활용에 관한 연구>(2005)를 발표했고, 이탈리아 Utilita Manifesta/ Design for Social 2010에서 작품이 선정된 바 있다.http://yarim.blog.me/
박선영의 <캘리그래피 천일야화>02
꼬리에 꼬리를 무는 캘리그래피이야기 몇 년 전에 기억을 잃어가는 한 여자와 그 여자를 지켜주는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로 안방극장을 ‘수애앓이’에 빠지게 한 드라마가 있었다. ‘천일의 약속’은 두 주인공 지형(김래원)과 서연(수애)의 슬픈 사랑 이야기는 물론 매회 드라마가 시작할 때 등장하는 타이틀에도 눈길이 갔다. 캘리그래피를 사용한 타이틀 중 ‘약속’이라는 단어가 어딘지 모르게 묘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림1] 천일의 약속(2011) _ 캘리그래피 강병인 드라마 ‘천일의 약속’ 타이틀에 사용된 캘리그래피를 쓴 강병인 작가는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의 타이틀을 소의 뿔 모양을 빌어 뿔난 형상을 시각화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타이틀에서는 ‘약속’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형상화해서 글씨로 표현했다. 하나하나 살펴보면 ‘약’의 ‘ㅑ’와 ‘속’의 ‘ㅗ’가 ‘ㅅ’을 뚫고 이어져 있는데, 이는 새끼손가락을 걸고 영원히 함께하자던 약속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어찌 보면 무리하게 보일 정도로 강하게 결합되어 있지만, 가독성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덕분에 ‘약속’이라는 의미의 상징성을 함축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단순한 글자가 아닌 하나의 이미지로 다가가게 한다. 좀 더 자세히 보면 ‘약속’이라는 단어의 자소가 가능한 한 모두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속’의 ‘ㄱ’이 ‘ㅗ’에 붙어 있어 결합, 즉 약속이라는 의미를 상징적으로 이어가는 것으로 보이지만 ‘ㄱ’의 얇고 허약함은 주인공의 불안한 상태를 보여주는 듯 위태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처럼 드라마의 콘셉트와 의도에 맞춰 전략적으로 만들어진 캘리그래피 타이틀은 시청자들의 시각을 자극했고, 이는 드라마 속 이야기로 감정을 이입하게 하는 효과를 주었다. 즉, ‘약속’과 슬픈 스토리의 의미를 상기시키며 시청자가 슬픈 이야기에 몰입하도록 힘을 실어주었다고 할 수 있다. 꼬리 1. 획, 어떻게 쓸 것인가? [그림2-1] 불꽃처럼 나비처럼(2009)[그림2-2] 불꽃처럼 나비처럼(2009)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의 첫 번째 포스터(그림2-1)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불’이다. ‘ㅜ’가 ‘ㄹ’에 똑바로 연결되지 못한 채 ‘ㅂ’과 ‘ㅜ’ 사이의 허획과 두께가 같아 자칫 ‘블’로 읽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지나치게 ‘흘려 쓰기’에만 중점을 두고 실획을 제대로 쓰지 않은 탓인데, 실제로 이 포스터는 홍보 포스터로 사용되다가 지적을 받고 정식 포스터에서는 ‘ㅜ’획의 세로획 두께를 두껍게 해 가독성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포스터 2). 하지만 ‘꽃’에서 ‘ㅗ’의 세로획이 불안정하게 처리돼 전체적인 자형의 완성도 면에서는 여전히 의문을 품게 하는 작품이다. 게다가 복사하여 두 번 연속으로 사용한 ‘처럼’이라는 글자는 캘리그래피의 유일성을 깨뜨려 인위적으로 보인다. 조형적으로는 ‘꽃’의 ‘ㅊ’이 칼날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배치되거나 ‘비’의 ‘ㅣ’가 무사의 칼날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야기의 상징성을 함축적으로 형상화해 내기에는 버거웠던 것 같다. [그림3] 아름답다(2007)또 다른 영화 ‘아름답다’는 ‘름’에서 ‘ㅡ’와 ‘ㅁ’의 연결 부분이 허획이 아닌 실획처럼 너무 두껍게 처리되어있고 ‘ㅁ’의 모양도 완전한 형태가 아니라 ‘ㄱ\'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한 ‘답’에서 ‘ㅂ’의 상단 획을 아예 생략함으로써 가독성을 지나치게 해치며 읽기 곤란하게 만든다. 그런데도 우리가 이것을 읽을 수 있는 이유는 한글을 글자 한 자 한 자의 정보가 아닌 익숙한 단어의 형태로 받아들이는 우리말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캘리그래피를 사용해 타이틀에 독창성과 차별성을 주고 싶다면 우선 한글의 자형과 획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또한, 허획과 실획의 구분을 명확하게 둬 가독성을 해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즉, 흘려 쓰더라도 한글의 기본적인 구조는 염두에 둬야 한다. 반면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이나 영화 ‘아름답다’의 타이틀과 달리 흘려 쓰거나 힘찬 표현을 할 때도 획을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표현한 작품들도 있다. [그림4] 상어(2013) _ 캘리그래피 전은선[그림5] 타짜(2006) _ 캘리그래피 이상현 드라마 ‘상어’의 타이틀에 사용된 캘리그래피는 어딘지 모르게 상어의 지느러미나 이미지를 닮은 것을 볼 수 있다. 전체적인 구도와 세부적인 표현이 하나의 덩어리로 상어의 이미지를 느낄 수 있게 표현됐다.이상현 작가가 쓴 영화 ‘타짜’의 캘리그래피는 거친 칡뿌리를 사용해 타짜들의 거친 삶을 강력하게 표현했다. 매우 거친 칡뿌리로 만든 붓을 쥐고 약간 두꺼운 종이에 먹이 팍 튀도록 써서 패를 자신 있게 내리치는 느낌을 주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글자들이 한 방향으로 일정하게 향해 있음을 볼 수 있다. 꼬리 2. 캘리그래피 재료에 관하여 [그림6]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 _ 캘리그래피 꽃봄 김혜진 영화 ‘타짜’의 타이틀 제작에 칡뿌리가 사용된 것처럼 영화 타이틀 중에는 붓이 아닌 다양한 재료로 상징성을 강하게 표현한 캘리그래피가 많다. 그중 하나가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인데, 2000년대 초반 영화 타이틀 제작에 한글 캘리그래피 열풍을 불러일으킨 작품이기도 하다. 나무젓가락을 사용해 거칠고 역동적으로 표현한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타이틀은 먹이 번지고 튀는 느낌이 주인공 류승범이 피를 토하는 장면과 조화를 이뤄 마치 혈서에 피가 튄 것 같은 효과를 준다. 즉, 타이틀에 사용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라는 캘리그래피는 핏덩어리를 형상화한 글꼴로, 영화의 치열하고 잔인한 폭력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결국, 상징성과 주목성이 두드러진 글자(캘리그래피) 자체가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림7] 다양한 캘리그래피 도구 이처럼 타이틀의 캘리그래피를 통해 영화나 드라마의 느낌을 함축적이고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꼭 붓이 아니더라도 각종 펜과 나뭇가지, 롤러, 면봉, 휴지 등 여러 가지 재료와 다양한 재질의 종이를 이용해 콘셉트에 맞는 캘리그래피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물론 같은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작가의 개성과 물의 농도 등에 따라 표현의 폭은 매우 넓다. [그림8] 파이란(2001) _ 캘리그래피 박우혁 [그림9]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2008) _ 캘리그래피 조원준 먹물이 튀거나 번지는 표현임에도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와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작품이 있다. 영화 ‘파이란’과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의 타이틀인데, 영화 ‘파이란’은 번지는 효과를 위해 휴지를 길게 뭉쳐서 썼다고 한다. 언제나 불안정한 하류계층의 거친 일상과 내면을 담아내는 영화에서 역동적이지만 불완전한 구도를 하고 있는 타이틀은 그러한 면목을 단번에 담아내고 있다. 또한, 서술형 카피로 사용된 보조 카피 역시 불완전한 구도와 필체로 인해 보는 이로 하여금 강한 애수를 불러일으켜 주목성과 상징성이 강조되고 있다.영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의 타이틀은 눈물이 번지는 듯한 어눌하고 순박한 글자들을 통해 영화의 감성을 표현했다. 특히 글자의 배치가 주인공 공효진의 시선 방향과 어우러져 하나의 시각적인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흔히 영화나 드라마 타이틀에 사용된 캘리그래피를 그냥 잘 쓴 글씨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캘리그래피는 단순히 잘 쓴 글씨가 아니라 작품의 콘셉트와 줄거리에 따라 달리 쓰일 뿐 아니라 그 작품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의 글꼴이다. 문자도 하나의 시각물로 볼 때, 개개의 글자와 연결된 문구들은 모양과 색, 레이아웃 등을 통해 여러 가지 감정을 표현할 수가 있을것이며, 이처럼 캘리그래피는 글자의 이미지화를 통해 감성적이고 상징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박선영(야림) 그래픽디자이너, 캘리그래퍼현 996크리에이티브랩 소장, 사)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 이사, 전 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 이사로 활동했다. 동양적인 문화요소와 조형을 현대적인 디자인 언어로 융화시키는 작업에 관심이 많은 그는 독립적인 프로젝트 활동 및 출판과 한글 관련 프로젝트와 전시에 참여하고 있으며, 서울예술대학교에서 우리 문자의 조형을 강의한다. 논문 <캘리그래피(손멋글씨)의 조형적 표현과 활용에 관한 연구>(2005)를 발표했고, 이탈리아 Utilita Manifesta/ Design for Social 2010에서 작품이 선정된 바 있다.http://yarim.blog.me/
캘리그라피 X Collaboration 2nd
캘리그라피 X Collabolation 1st에 이어 두 번째 콜라보가 이어졌다. 지난 콜라보에서 처럼 사진과 일러스트에 캘리그라피를 입힌 형태이다. 작가들의 다양한 공간구성과 톡톡 튀는 꿀케미를 감상해보길 바란다. 섹션 Ⅰ 캘리그라피 X 일러스트레이션 손을 잡는 순간 벌써 달아나버렸다정준식 x 이동명 캘리그라피 작가 일러스트레이션 작가정준식 Jeong Joon Sik 이동명 Lee Dong Myoung꽃은 누굴 위하여 지고 누굴 위하여 필가정준식 x 이동명섹션 Ⅱ 캘리그라피 X 사진 여행을 떠나자리노 x 김도윤 캘리그라피 작가 사진 작가리노 Linus 김도윤 Kim Do YoonHappy Dreamland리노 x 김도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