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3일 목요일부터 19일 수요일까지 7일간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백악미술관 전관에서 청람 이신영의 개인전 <大道無紋>이 개최됐다.
전시장 전경
이 땅의 젊은이들이 순수 서예가로 살아가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요즘, <대도무문>은 30대 청년 서예가의 도전정신을 마주할 수 있는 뜻 깊은 전시회였다. 시대가 흘러감에 따라 많은 것들이 변화하지만 삶의 진리는 변하지 않는 것처럼, 대한민국 서예도 세대교체를 통해 붓을 잡는 이들이 변해가지만 예로부터 계승된 서예의 정도는 변함이 없다.
청람 이신영 · 高啓 - 尋胡隱君 · 175×40cm
서예문화가 점점 위축되고 있는 요즘 시대에 서예가를 자처하며 서예의 길을 꿋꿋하게 항해하고 있는 청년은 한국서단에서 귀한 존재다. 선배들이 닦아놓은 길을 뒤따르며 또 새롭게 서예의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는 청람 이신영은 서예가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서예와 인연이 깊었으며 소질도 남달랐다. 가풍의 영향으로 2006년 경기대 서예학과에 입학했으며 자기만의 붓 길을 개척해내기 위해 대학원을 졸업할 때까지 홀로서기를 선택했다.
청람 이신영 · 王維 - 欒家瀨 · 174×40cm
이신영은 졸업 후 대한민국청년서예가 선발전에 수차례 등용됐으며 다산서예대전 우수상, 남도서예대전 대상,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기념공모전 우수상 등의 수상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서예일번지에서 첫 개인전을 맞이했다.
청람 이신영 · 劉禹錫 - 秋詞 · 35×70cm
그는 10년간 한문 오체의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졌으며 이번 전시회에서는 본인의 주특기인 행초서에 집중했다. 그의 필획은 자유롭고 속도감이 뛰어나 역동성이 느껴진다. 긴장감 있으면서도 자연스러운 글씨의 흐름이 인상적이다. 투박한 기풍을 바탕으로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내며 둘의 조화를 훌륭하게 이뤄냈다. 운필에 생동감이 넘치는데도 한 점, 한 획을 가벼이 여기지 않고 진중하게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이번 전시회의 이름이자 주제이기도 한 ‘대도무문(大道無紋)’은 진리나 정도를 실천함에 있어 꾸밈이나 특별한 문양을 없앤다는 뜻이다. 서예의 정도를 행하기 위해서는 꾸밈을 배제하고 묵묵히 정진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청람의 의지가 작품 하나하나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청람 이신영 · 元天錫 - 硯 · 205×97cm
청람은 “다들 ‘현대적으로, 현대인의 미감에 맞게’라는 말을 하는데 현대적인 것도 좋지만, 나는 전통에서 미감을 찾고 답을 찾고 싶다”며 “첫 전시인 만큼 현재 내가 어떤 공부를 하고 있고 어디에 몰두했는지를 드러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손에 지문 모양이 없어질 만큼 노력하고 꾸준히 정진 해야겠다”는 뜻을 전했다.
청람 이신영 · 杜甫 - 客夜 · 205×48cm
“나는 나의 손으로 먹을 갈아 쓰는 것이 좋다”고 말한 청람은 “먹 즙을 사용해도 되지만 이런 정도의 수고스러움과 노력은 고집하고 싶다”며 자신만의 신념을 표했다. 청람의 남다른 고집과 뚝심, 담대한 용기와 도전정신이 집약된 이번 전시회는 성황리에 마무리되며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청람이 이번 전시회를 시작으로 대한민국 서예의 젊은 기둥으로서 활약해주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