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 전경
7월 22일 목요일부터 28일 수요일까지 일주일간 인사동 백악미술관 1, 2층에서 <한국서예일품전(韓國書藝逸品展)>이 열렸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서예가들이 한데 모여 서예의 진수를 보여줬으며, 지난 1년간 서예에 매진했던 서예가들의 노고를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었다. 초민 박용설 · 酬張少府 王維 · 35×138cm
2015년을 시작으로 매년 개최되고 있는 <한국서예일품전>은 그동안 한 번도 쓰이지 않았던 ‘일품(逸品)’이라는 단어를 타이틀로 내걸었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다.
마하 선주선 · 陋室銘 劉禹錫 · 75×143cm
동양화와 서양화의 예술정신에는 수많은 차이점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극명하게 대비되는 것은 일품(逸品)이라는 용어다. 형사(形似)보다는 신사(神似)를 중시하고 붓놀림 속에 형상을 다 담아낸다는 특징을 가진 일품은 타인과는 구별되는 자신만의 예술을 펼치면서도 무위자연을 지향한다. 죽암 여성구 · 泛菊 栗谷 李珥 · 55×180cm
기교가 경지에 오른 신품 너머의 일품을 논하는 것은 예술이란 단지 기교에만 머무르지 않고 보다 고차원의 세계로 확장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일품은 예술적 차원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을 창조하는 사람의 인품과 삶의 가치관, 지향점까지 함께 바라보도록 한다는 점에서 최고의 경지라 할 수 있다. 일속 오명섭 · 無題 金時習 · 68×201cm
따라서 이번 전시는 작품 감상과 함께 그 작품에 담긴 서예가의 정신과 일품의 경지를 마주하면서 서예가 지닌 아름다움과 본질적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강 전병택 · 李白 時 · 70×200cm
‘질문의 크기가 내 삶의 크기를 결정한다’는 말이 있다. 서예가는 서예의 의미와 정도(正度), 그리고 서예의 본질적 가치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집요하게 질문하고 또 스스로 답을 찾기 위해 평생을 매진하는 사람들이다. 죽림 정웅표 · 송준선생 시 · 34×58cm
<한국서예일품전>도 그러한 질문들이 켜켜이 쌓여 이루어졌다. 회원들의 면면을 봐도 어느 한 단체에 치우치지 않고 연령, 인품, 작품 수준, 창작 능력 등을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고 결정한 신중함이 엿보인다. 운대 정해천 · 前尉縣李案少府 · 100×185cm
이번 전시는 코로나19의 급속한 재확산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됐다. 과거에 비해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르고 그 어느 시대보다도 복잡성이 큰 요즘이지만, 언제나 변함없이 고고한 묵향을 머금고 그 자리에 꿋꿋이 서 있는 서예 작품들을 보면서 인생의 본질을 되돌아본다. 동우 최돈상 · 梅月堂詩 · 70×200cm
한국서예의 일품을 담고 있는 <한국서예일품전>이 내년에도 변함없는 일품의 정신으로 우리를 찾아와주기를 기대해 본다.
2021. 8. 6 객원기자 신혜영
<전시정보> 한국서예일품전 전시기간 : 2021. 7. 22(목) ~ 7. 28(수) 전시장소 : 백악미술관 1,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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