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 우리말, 소담스럽고 예쁘다는 뜻을 가진 ‘소예’를 만나보았다. ‘캘리그라피 소예’는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 협회 소속인 강지혜 작가와 캘리그라피, 수묵일러스트레이션 분야에서 활동 중인 최미작가가 함께 운영하는 작업실이다.
홍대입구역 바로 앞에 위치한 ‘소예 캘리그라피’의 작업실에 들어선 순간 깔끔하게 정돈된 소품들이 눈에 띄었다. 소품들을 지나 큰 창문 너머로 시원하게 펼쳐진 경치는 그들이 작업실을 그곳으로 선정하게 된 이유를 보여주는 듯 했다. 말끔히 정돈된 작업실만큼이나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두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소예”의 뜻은?
강지혜 & 최 미/ 소담스럽고 예쁘다라는 순우리말로 ‘소예’라고 합니다. ‘소예’에 관한 저희만의 또 다른 의미는 [웃을 소, 재주 예]입니다. ‘캘리그라피 소예’는 캘리그라피, 수묵일러스트레이션, 전각, 서예 등 강의와 디자인 작업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함께 운영하는 작업실이지만,
스타일은 조금씩 다를 것 같은데,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강지혜/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저는 디자인 전공, 최 미 작가님은 서예전공인 것 입니다. 최 미 작가가 가진 고전미와 제가 가지고 있는 현대미가 한 대 어우러져 더욱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저희의 차이점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강지혜 作
기업/제품의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체계화하는
BI, CI, 서체개발, 슬로건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와 작업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최 미/ 캘리그라피 디자인 회사에 입사하면서 실무를 배우고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캘리그라피는 아름답게만 표현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름다움을 넘어 무엇을 담고자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닮아가고자 하는지를 고민하고 디자인해야 합니다. 또한 조화를 어떻게 잘 이뤄내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우리가 다양한 감성을 지닌 여러 스타일의 사람들과 함께 맞춰 살아가는 것처럼 디자인도 컨셉, 분위기, 조화를 잘 이루도록 맞춰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상품성, 광고성, 홍보성에 모두 밀리게 되죠. 어떤 분야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먼저 파악하고, 제품에 대한 이해, 특징, 장점을 파악하여 컨셉을 잡고 서체를 분석합니다. 그리고 여러 해석으로 캘리그라피 디자인을 진행합니다.
최 미 作
캘리그라피 작가로 활동하면서
영향을 가장 많이 준 멘토가 있다면?
강지혜/ ‘모노디’라는 캘리그라피 전문교육기관에서 처음 캘리그라피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때 모노디에서 함께 근무했던 여러 작가들이 저에게는 많은 영향을 주셨던 것 같아요. 다양한 작가님들의 스타일을 보면서 저의 개성 또한 찾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었죠.
최 미 / 원광대 서예학과 수업과정 중에 캘리그라피 수업이 있었어요, 그때 지도해 주신 교수님이 ‘필묵’의 김종건 대표님이셨습니다. 캘리그라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필묵에 입사하게 되었지요. 저에게는 캘리그라피 뿐만 아니라, 인생에 새로운 시작점을 주신 선생님이십니다. 현대적인 사회 속에 한국만의 독창적인 멋을 잘 스며들 수 있게 흐름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제품들이 감성적인 캘리그라피 디자인으로 다시 재창조되고, 우리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흐름에 김종건 선생님과의 만남은 저에게 큰 행운이었습니다.
강지혜 作
요즘 최고의 관심사가 있다면?
강지혜 / 몇 년 전부터 영문 캘리그라피를 조금씩 배우기 시작 했는데 영문캘리그라피가 가지고 있는 형태나 작품을 표현하는 기법 등을 연구하고 연습하고 있습니다. 꾸준히 연습하지 못해 아직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늘 관심 두고 연습하고 있습니다.
최 미 / 음악입니다, 캘리그라피 작가다 보니 결과물이 시각에 집중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음악은 청각으로 표현을 하죠. 저는 작업할 때 음악을 자주 듣곤 합니다. 여러 음악을 듣다보면 글씨에 감정이입 하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표현 방식이 다를 뿐, 다양한 감성을 말하는 것 같아서 요즘 더욱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 미 作
캘리그라피 강의를 하면서 가장 큰 난관에 부딪힌 경험은?
강지혜 /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수화인들을 대상으로 캘리그라피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수업을 처음 시작한 작년, 수업 대상이 수화인이라고 들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하고 수업준비를 했습니다. 그리고 첫 수업, 저는 큰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수화인들 옆에 수화통역사가 있었지만 소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화 자체가 되지 않으니 수업의 진행이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교육내용 하나를 전달하고 이해하는 데에 일반인들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했죠. 또한 수강생의 연령대가 높아서 한글 교육을 받지 못한 수강생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글씨를 표현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그때 정말 큰 경험을 하게 되었죠, 누군가에게는 당연하고 평범한 일상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정말 많은 노력을 해야 이뤄진다는 것을 말이죠. 저는 바로 모든 커리큘럼을 수정하였고, 그 이후 어떤 수업이든 그 대상에 맞춰 연구를 하고 눈높이에 맞출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최 미/ 저의 역할은 캘리그라피를 보다 편하게 접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도전이죠. 캘리그라피를 쉽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지만, 절대 쉽지 않습니다. 간혹 쉽게 접했다고 해서 충분한 준비 없이 상업적 캘리그라피 프로젝트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조언을 해도 잘 이해하지 못하시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볼 때 참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몇 차례 프로젝트를 더 경험하고는 본인의 부족함을 알아차리곤 다시 돌아옵니다.
다이어트만 해도 수개월에서 수년을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땀을 흘리고,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데, 실무적 활동을 하는 것에는 더 큰 열정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캘리그라피에 대해 얕게 생각하는 수강생을 만나게 되면, 힘들 때가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더 마음이 가게 되죠. 그래서 제가 강의나, 작품으로 더욱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합니다. 그 분들이 올바른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최 미 作
‘소예’가 지향하는 최종 목표는?
강지혜 & 최 미/ ‘소예’만의 짙은 색을 가진 작품을 하고 싶습니다. ‘마크 로스코’가 초창기 작품에서 자신이 원하는 자기만의 색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고, 그 후 온전히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 냈죠. 이처럼 저희 또한 지금은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순수하게 또는 상업적인 시점에서의 해석 등을 표현하고자 하며 캘리그라피, 수묵일러스트레이션, 전각, 서예 등 다양한 강의와 디자인을 창작해 내고 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언제나 마음을 열고 다가와 주세요. 저희 ‘소예’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웃는 일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강지혜 作
인터뷰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는 ‘소예’는 서로에게 다정한 모습을 아끼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이 작업실의 유지 비결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작업과 강의를 병행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한껏 움츠린 토끼처럼 ‘소예’만의 색을 내기 위해 발돋움하는 두 작가였다. 한 분야에 머무르지 않고 쉼 없이 시도하고 발전하기 위해 뭉친 두 여자의 시원한 도약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