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 전경
지난 9월 1일(수)부터 7일(화)까지 종로구 인사동에 위치한 갤러리H에서 박승비 개인전 <숨; …비로소 숨을 쉬다>가 열렸다. 이번 전시회는 박승비 작가의 여덟 번째 개인전으로 코로나 시대를 대처해나가는 중견작가의 치열한 고민과 그럼에도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열정이 엿보였다. MindfulnessⅠ · 91×117cm · 2021
박승비 작가는 숨을 쉬는 행위를 통해 원기(元氣)를 흡입함과 동시에 정신이 원기 속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며 자아에 집착하는 마음을 버리고 자연법칙에 따르는 자유인인 진인(至人)이 되어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었다. 박승비 작가의 사유와 작업은 숨쉬기의 중요성에 대한 자각으로서, 인간의 생존에 절대적인 중요성을 가지는 숨쉬기를 통해 자유로운 경지에 다다를 수 있음을 작품을 통해 전했다. 氣 숨결Ⅶ · 40.8×53.5cm · 2020
박승비 작가는 홍익대 일반대학원 동양화과를 졸업한 후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이번 전시회는 2010년 <은유와 상징 속에 노닐다>, 2012년 <은유와 상징 속에 노닐다 2>, 2015년 <다시 봄 노닐다>, 2018년 <다전박승비학서전>에 이어 다섯 번째 개인전이며, 부스 개인전까지 포함하면 여덟 번째다. 2001년 동아미술제 특선을 시작으로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 서예문화대전 특선, 홍재미술대전 우수상, 중국 산동 만인루 당대 국제 전각전 입선 등 다양한 수상 경력을 쌓았다. 현재는 동방예술연구회, 한국전각협회, 한국서예협회, 겸수회 호연지기 회원이기도 하다. 氣 숨결Ⅸ · 50×60cm · 2021
이번 전시의 핵심 작품들인 <氣, 숨결> 연작은 장지에 흙을 발라 먹 또는 먹과 분채를 가한 후 표면을 긁어낸 작품으로 기(氣)가 우주를 떠도는 에너지의 흐름과 같이 자유롭게 표현돼 있다. 원기를 들이마시며 형성된 숨결은 이 거대한 에너지의 흐름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원기와 일체가 되면 정신은 생동하는 에너지 속에서 자유롭게 여행을 하게 된다. 박승비 작가는 ‘신유원기중’과 같은 원기에 대한 근원적인 탐색을 넘어 자연과 우주를 바라보는 자신만의 관점과 불교적 세계관을 융합하여 절대 자유의 경지를 심층적으로 살펴보았다. 그는 작품을 통해 세상 만물은 순간마다 생멸을 변화하고 있기에 고정된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불교적 화두를 던졌다. 氣 숨결 鳶飛魚躍 연비어약 · 23×53cm×2ea · 2021
박승비 작가의 <제행무상>, <비상비비상처>, <무안이비설신의 무색성향미촉법>, <자등명 법등명>은 세계는 무상이라는 것에 대한 자각이자 무명에서 벗어나 사유마저 끊긴 세계의 발견, 철저한 자기 사색과 수양을 강조한 작품이다. 숨을 평안하고 고르게 쉬면 마음이 고요해지며 정관자재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우리는 더 나아가 지속적으로 마음챙김에 힘쓰고 마음에 빗질을 해야만 한다. 그렇게 되면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는 자유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 이처럼 박승비 작가의 그림 주제는 표면적으로는 무거운 철학적 성찰을 드러내고 있지만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숨쉬기처럼 그의 작품은 청량하고 경쾌하다. 코로나19가 창궐하여 자연스럽게 숨쉬기가 어려운 세상에서 박승비 작가의 경쾌한 바람과도 같은 작품들이 관람객의 숨통을 트여주는 청량제 같은 역할을 했다. 無眼耳卑舌身意無色聲香味觸法 · 60.8x73cm · 2020
고차원적인 철학적 사유와 ‘숨쉬기’라는 생명체의 기본적인 생존 행위가 만나 탄생한 예술이 주는 생경한 감동은 서예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으며 박승비 작가의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예전처럼 우리 모두가 자유롭게 숨쉬던 시대가 곧 도래하기를 바라며 박승비 작가의 작품들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2021. 9. 13 신혜영(기자) <전시정보> 박승비 개인전 <숨; …비로소 숨을 쉬다> 전시기간 : 2021. 9. 1(수) ~ 9. 7(화) 전시장소 : 갤러리H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9길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