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21

글씨와 놀다. 매거진 '글씨 21'

서예·캘리그라피

[Interview]

2021-10-29
박여 김진희 초대전 -쓰고, 파고, 찍고-


기진맥진하여 쓰러졌는데 눈을 떠 보니 아직 죽지는 않았다.

여전히 한 손에는 붓을, 한 손에는 칼을 잡고 있었다.

겨우 숨을 고르고

번쩍

살기위해서 생각을 바꾸기로 하였다.

그 정답은 어디에도 다 있어

처음 붓을 잡고 선을 긋는 저 어린 학동의 붓 끝에도

그 놈은 숨어있어.

긋는 선마다 다 정답이야. 누가 어떻게 선을 긋든 다 정답이야


 

전시장2.jpg


지난 108()부터 1014()까지 서예·전각가 박여 김진희이 북촌 한옥갤러리 일백헌에서 열렸다. 지난 2015년 백악미술관 개인전 이후 6년 만의 개인전이다.

 

글씨21이 기획하고 일백헌이 초대한 이번 전시의 주제는 작가가 직접 쓰고, 파고, 찍은 서각전.

 

전시장1.jpg


하지만 작가는 전시를 위한 작업의 결과물을 서각이라 표현하지 않는다. 쓰고, 새기고, 탁본한 이 세 가지 행위는 각각 독립된 예술품이다. 그리하여 쓴 것이 어떻게 새겨지며, 새겨진 것을 탁본했을 때 어떻게 보이는가 하는 시각적 재미가 출중하다.

 

전시장3.jpg


작가는 글씨와 전각의 정답을 찾아 40년이 넘는 세월을 붓과 씨름하였고, 30년이 넘는 세월을 칼과 전쟁을 치렀다.

 

그러나 어디에나 다 있는 흔해 빠진 정답을 더 이상 찾지 않으려한다. 더 이상 칼을 들고 좋은 획을 찾지 않을 것이며, 붓을 들고 좋은 글씨를 찾지 않을 것이다. 그저 그냥 하기로 했다.

 

전시장4.jpg


붓과 종이의 마찰에서 확장된 획질이 나무라는 소재와 대면했을 때, 그리고 찍어 냈을 때 박여 김진희 작가만의 감성이 돋보인 전시였다.

 

 

2021. 10. 29
글씨21



<전시정보>

박여 김진희전

-쓰고, 파고, 찍고-

전시기간 : 2021. 10. 8() ~ 10. 14()

전시장소 아트센터 일백헌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11가길 1)

초대 일백헌

기획 글씨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