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21

글씨와 놀다. 매거진 '글씨 21'

서예·캘리그라피

[Review]

2022-08-29
취묵헌 인영선 선생 2주기 추모서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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退溪先生 訓句 · 47×124 · 1977


취묵헌 인영선 선생 2주기 추모서예전이 충청남도 천안시 충청남도교육청 학생교육문화원 전시실에서 2022830()부터 97()까지 9일 동안 열렸다.

 

'천안시민이 사랑한 취묵헌 인영선'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천안이 낳은 대한민국 대표 서예가인 취묵헌 인영선 선생 2주기를 맞아 천안시민 56명이 소장하고 있는 선생의 작품 300여 점 중 선생의 업적과 발자취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작품 70점을 엄선해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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愛蓮說 · 32×126 · 1982


우리나라 대표 명필로 손꼽히는 인영선 선생은 시()()()에 능한데, 명리(名利)와 부귀(富貴)를 탐하지 않고 오로지 묵()에 취해 인생을 담아내는 세계와 글과 글씨가 묘하게 어우러진 새로운 차원의 문인화를 시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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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반구대암각화 · 137×66 · 1987


선생의 작품세계는 학서의 단계에서는 철저하게 고법에 충실하지만, 막상 작품에 임해서는 전에 학습한 고법마저 잊어버리고 거침없이 써 내려가 그 때 그 때의 다른 화선지와 먹, 그리고 붓에 따라 나오는 찰나적 일회성, 거기에 순간적으로 나오는 작가의 천부적 순발력 등이 하나가 되어 이루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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思母曲(자작시) · 68×62 · 1990

 

특히 그의 작품은 주로 전서(篆書)와 행초(行草)에 중심을 두고 있는데, 그 중 전서의 행의서사(行意書寫)는 독보적이다. 또 자신만의 글씨 취묵헌체도 구현해냈다.

 

평생을 붓과 함께했지만 쉽게 붓을 들지 않은 일화도 전해진다. 평택에서 대통령 모내기 기념 정자를 세울 당시 현판의 글씨를 부탁 받았지만, 글쓰기를 거절했고, 한 대학의 학장이 작품을 요청했을 때도 청탁한 사람이 직접 와서 부탁하지 않아 무례하다며 단칼에 잘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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六韜 · 150×150 · 1992

 

반면 마음이 가는 자리라면 기꺼이 붓을 놀렸다. 천안 불당동 시청사의 현판, 천안종합운동장, 천안문화원, 한국기술교육대의 교훈(實事求是) 등 곳곳에 그의 작품이 걸려있다. 박문수 유물관, 유관순 열사 기념관 등 역사의 흔적에도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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寒山詩句 · 30×130 · 1998


이번 전시를 주최한 이묵서회(以墨書會)’1970년대 중반 선생이 천안에 처음 연 서실로 지금은 전국에서 모임을 열고 옛 서체에 충실하면서도 자유분방한 선생의 글씨 세계를 알리고 있다.


취묵헌 인영선 선생 기념사업회의 이명복 사무국장은 취묵헌 인영선 선생은 우리나라에서 시서화와 문장까지 두루 실력을 갖춘 드문 작가라며,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선생이 마흔 한 살에 완성한 5m 크기의 대표작 금강경을 만날 수 있다.”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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鷄鳴新日出 · 50×144 · 2005

 

한편 인영선 선생은 충청남도 아산 출생으로 천안중학교와 천안농업고등학교, 경희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세 살 때부터 한자와 인연을 맺으며 서예에 심취해왔다. 스스로 호를 '먹에 취한 집'이라는 뜻의 취묵헌(醉墨軒)’이라 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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犬公 · 52×95 · 2005

 

1970년부터 독자적인 작품을 내놓았으며 특히 한 스승을 사숙하지 않고 법첩(法帖)을 놓고 독학했는데도 작품만으로 한국 서예의 대가 일중 김중현 선생으로부터 실력을 인정받은 흔치 않은 명필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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長松不老寒不衰 · 35×26 · 2007

 

1984년 현대미술 초대작가로 시작해 1989년에는 천안시민의 상을 수상했고 1991년부터 한국서예협회 상임부이사장을 지냈다. 2001‘21세기 대한민국 중진 서예가 10에 선정됐으며 2014일중 김충현 서예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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心靜興長 · 34×129 · 2008

 

순박하고 온후한 성품과 문인적 기질이 작품 속에 녹아 있어서 선생의 작품 앞에 서면 맑은 기운이 온전히 배어있는 한줄기 시원한 바람을 맞는 기분이다. 고전에서 전해주고 있는 형식의 기준을 무시하는 듯하지만, 철저히 그것들 안에서 움직이는 선생의 작품은 외형에만 치중하는 현대의 서예가들에게 서예와 문인화의 아름다움과 품격을 깊이 전달하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2022.08.29
한동헌 기자

 

 

<전시정보>

취묵헌 인영선 선생 2주기 추모서예전

'천안시민이 사랑한 취묵헌 인영선'

전시기간 : 2022830() ~ 97()

전시장소 : 충청남도교육청 학생교육문화원 전시실

(충남 천안시 동남구 옛농고141)

전시시간 : 09:00 - 18:00 / 매주 일 월요일 정기 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