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서예술가 한천 양상철 작가의 열 아홉 번째 개인전 <바람의 생각을 품다>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모나리자산촌에서 2022년 8월 31일(수)부터 9월 10일(토)까지 열리고 있다. 갤러리 모나리자산촌 초대전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부부가 만나지 못한 격리 기간을 포함해 코로나19를 거치며 작가가 발견한 일상과 사소한 감정의 소중함을 제주의 자연을 빌어 표현한 융합서예 41점이 선보였다.
양상철 작가는 “코로나19에 감염돼 격리 되어 있는 동안 중요하던 것이 가벼워지고 가볍던 것이 심각하게 인식되었다.”며, “50년 동안 작품을 통해 예술의 무게와 숭고성만 전달하려 했는데, 일상과 사소한 감정에 묻혀 있는 나의 모든 면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번 전시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아크릴 물감과 여러 재료를 사용해 색감이 뚜렷한 작품을 만들었다. 한 번의 붓 터치로 제주 돌게를 그린 「투해(鬪蟹, 게 싸움)」는 무장한 우람한 장군의 이미지로 코로나19 역경을 잘 극복하자는 의미를 담았고, 「희망을 두른 사람」은 완치되어 희망에 찬 남자의 모습을 그렸다.
비대면 시대에 따뜻한 가족의 모습을 담은 작품도 눈길을 끈다. 「폭포 아래서」는 작가가 볼 때마다 가족의 모습을 느낀다는 정방폭포의 청둥오리를 형상화 했고, 「두 나무와 일곱 마차」는 수레 거(車) 자로 부모와 일곱 형제를 표현했다. 「엄마목마 타고서」는 정겨운 일상을 기억 속에서 가져왔다.
양상철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예술은 유희다.”라며, “이성적 의식을 감성적 일상으로 옮겨 놓는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사람의 마음은 고요한 것이나, 상황이 만든 정감에 의해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된다. 바람에 대처하듯 떠오른 생각들을 즉발적으로 작품화하였다. 가끔은 심각하고, 가끔은 우습고, 가끔은 고요하고, 가끔은 격렬해진 마음의 상태를 바람 품은 초서심미로 창작했다. 나는 서예의 필획으로, 글씨를 쓰듯 그림을 그린다. 이게 예술을 일상화한 내 방식이며, 노장(老莊) 사상을 바탕으로 한 서예의 정신성을 담보한다.”
50년이 넘도록 전통서예와 현대서예를 함께 하고 있는 그는 현대서예를 자신의 방식에 맞춰 융합서예예술이라는 이름으로 20여 년째 창작해 오고 있다.
김유정 미술평론가는 양상철 작가의 작품에 나타난 미학적 특성을 네 가지로 분류한다. 고대적 감성의 회복과 즉흥성에서 비롯된 속도의 힘, 그리고 구성주의적 요소와 물성의 효과에 의한 절박함이다. 양상철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컨템포러리 퓨전 캘리그라피(contemporary fusion calligraphy)’로 정의한다. 서예에 현대미술이라는 서구미술을 접목한 것은 낯설음 때문이었다.
초창기는 문자로 작업했지만 문자는 그림처럼 직관화 하기 어렵다. 지금은 획의 특성을 극대화 해 회화적인 작품을 창작한다. 그래서 선을 중심으로 면도 반복된 선으로 처리한다. 1950년대 서예의 선에만 주목했던 서구의 추상표현주의가 서체주의에 함몰했다면 양상철 작가는 반대로 서예의 특성을 살려 먹의 묘한 맛과 속도감, 농도로 표현하는 원근감, 서예의 부드럽고 날카로운 성정을 드러내는 방향으로 작업하고 있다. 그는 요즘 문자와 조각의 경계를 허물면서 추상화된 형태를 만드는 서예조각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제주도의 용암이 분출해 흘렀던 자리에서 국내외 작가 열 여섯 명과 함께 서예성을 현대적으로 드러내는 설치 예술을 작업 중이다. 10월에 공개될 예정이다.
한편 한천 양상철 작가는 제주에서 태어나 중학교 때 소암 현중화 선생에게 서예를 배웠고 건축공학석사를 취득하였다. 제주미의 정체성 구현을 위해 제주의 바람과 필획의 율동, 잠재적 무의식과 무작위성에 관심을 두고 창작하고 있다. 20년 전부터 서예의 동시대성을 구현하기 위해 전통서예를 중심으로 미술, 건축 등을 융합하여 다원화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초대 개인전 19회, 400여회의 국내외 전시에 출품했고, 한문 행초서로 한국서가협회 초대작가상을 수상했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예술의 전당 서예관, 중국 장해미술관, 제주도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성균관대박물관 등이 소장하고 있다. 저서 『기억의 시간과 몸짓』 등이 있으며 서예월간지에 현대미술로서의 ‘서예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논고’를 2년간 연재하였다. 제주특별자치도 박물관 미술관 진흥위원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원이며 제주원도심(한짓골) 완소재에서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 2022. 9. 8 한동헌 기자 <전시정보> 갤러리 모나리자산촌 초대 양상철전 <바람의 생각을 품다> 전시기간 : 2022년 8월 31일(수) ~ 9월 10일(토) (오전 11:00 - 오후 9:00 (연중무휴)) 전시장소 : 갤러리 모나리자산촌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30-13) 문의: 02-765-1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