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八公山下’의 ‘八色造形’ 장지훈(경기대 교수, 문화재전문위원) 근현대 대구는 ‘교남시서화연구회’ 창립과 ‘영남서화원’ 개원 등 영남지역 서예교육의 중심이 되었고 팔하 서석지, 석재 서병오, 죽농 서동균을 비롯하여 걸출한 서화가들이 배출된 곳이다. 80년대에 와서는 서예교육기관이 500여개에 달하는 등 서예의 열기가 고조되었고, 90년대에는 중・청년작가들의 실험적인 전람회가 이틀이 머다 하고 열렸으며, 대구서학회를 중심으로 서예이론 연구에도 활발하였다. 심지어 계명대・대구예술대 등 1개 지역에 2개 대학의 서예학과가 설립되는 등 대구서예는 한때 서예문화의 메카로 부상하였다. 세기말 IMF를 겪은 후 동력이 다소 떨어지긴 했으나 여전히 실력있고 개성있는 중진들의 선도와 서예학과 후진들의 노력으로 그 뿌리를 굳건하게 지켜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글씨21에서 기획하고 일백헌에서 주최한 이번 전시는 지난 30년간 대구서단을 이끌어온 류재학, 리홍재, 백영일, 송현수, 이종훈, 전진원을 비롯하여 후속세대인 김대연, 김대일, 김도진, 이재욱, 이정, 임봉규 등 12인의 필묵이 운집되어 대구서예의 세대 간 자리매김과 신구조화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대연은 서예와 디자인을 융합해 온 작가로 현대적 감성을 필흔에 집약시키고, 김대일은 근본적인 필획의 요소를 회화적으로 확장시켜 추상서예의 완성도를 높여가며, 김도진은 전통기법을 토대로 새로운 심미적 발상과 조형의 재해석을 통해 현대문인화로서의 변화태를 시도한다. 류재학은 오늘날 통용되는 ‘캘리그라피(서예디자인)’의 선구자로 본연의 선질을 고수하는 가운데 조형미감을 부각시켜 시대를 넘나들고, 리홍재는 시공간적 요소를 극대화시킨 ‘서예퍼포먼스(打墨)’의 선구자로 전통서예를 기운생동한 현대서예로 탈바꿈시키며, 백영일은 고대문자의 원시적인 선질과 조형에 천착한 내공을 시대적 미감으로 승화시킨다. 송현수는 추서(醜書)・괴서(愧書)의 선두자로 기(奇)적 요소를 극대화시켜 서예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키고, 이재욱은 문자조형의 굴레에서 벗어나 서예적인 요소만으로써 ‘불서지서(不書之書)’를 지향하며, 이정은 붓 가는 대로 마음 쫓는 대로 무위적 심미사유를 유감없이 표출하여 ‘무법지법(無法之法)’을 형상화한다. 이종훈은 중진의 고전풍과 후속세대의 신선함을 아우른 작가로 문인의 발속(拔俗)적인 서격(書格)을 추구하고, 임봉규는 서예와 회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감각적 문인화를 선보이며, 전진원은 경상도 보리와 같은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분방한 조형과 꾸미거나 주저함이 없는 통쾌한 운필을 구사한다. 예로부터 달구벌 대구는 병풍처럼 둘러싼 팔공산 자락의 분지에 자리하고 있어 비교적 외재적 영향이 적고 주도적 성장이 많은 지역이다. 때문에 독립과 자존감이 높고, 한편으로 배타성도 강한 편이다. 그래서인지 대구의 서예는 특정한 사승관계나 서파에 얽매이기 보다는 개개의 차별을 추구하는 성향이 짙다. 즉, 팔색조와 같은 각양각색의 개성과 파격이 뚜렷하다. 이러한 환경적 요인과 심미적 지향을 통해 대구서예의 필묵은 여전히 역동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상산 김도진 · 玄同 - 안과 밖 · 68×42㎝ 송하 백영일 · 坐馳 · 54×58㎝
문정 송현수 · 龍泉 · 70×135㎝
이정 이 정 · 태극도설 · 180×93㎝
토민 전진원 · 知足者富 · 40×40㎝
<전시정보> 대구서예 필묵정신전 전시기간 : 2022. 9. 23(금) ~ 9. 29(목) 초대일시 : 9. 23(금) 오후 5시 전시장소 : 갤러리 일백헌 전시문의 : 010-8598-1340 주최 : 갤러리 일백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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