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평생 서예 미학 연구에 매진해 온 정산 양호승 선생의 <서법미학 탐구>전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 마루아트센터 특별관에서 오는 2023년 7월 19일(수)부터 7월 25일(화)까지 일주일 동안 열린다.
양호승 선생의 첫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는 창작 작품을 위한 초안 1천여 점 중에서 5백 점 내외가 공개돼 선생의 30년 서예 미학 탐구 과정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값진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양호승 선생은 “개인전은 한 번이면 족하다고 생각하면서 평생을 서예 학습에 매진했다. 2019년 박사논문 「왕희지 서예에 나타난 위진풍도(魏晉風度) 연구」 발표 이후, 서예 미학을 탐구하며 초안을 잡아 놓은 작품을 기반으로 본격적인 창작 작품을 펼치고자 했다”며 “그러나 하늘도 무심한 것인지, 아니면 내가 생각을 잘못한 것인지,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 올해 초봄에 얼마 남지 않은 시한부 삶을 판정 받으며 한동안 혼란에 빠졌고, 나의 꿈도 모두 물거품과 같이 흩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내 곁에는 1987년부터 진정으로 나를 알아주는 ‘지음(知音)’이 있었기에 이번 전시의 장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1997년 예술의전당에서 특별전으로 기획한 <청년작가 한⸱중⸱일 국제교류전>에 참여한 양호승 선생은 이 자리에서 중국 최고 국가급 서예가 왕융(王鏞) 선생과 천전리엔(陳振濂) 선생을 만났다. 당시 그들 학문의 해박함에 깨우침을 받아 미학 탐구의 길로 들어섰고 오늘날까지 이어졌다. 이번 전시 주제도 ‘서법미학 탐구’로 정했다.
전시 작품의 대부분은 초서를 겸한 작품으로 주요 작품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서예 미학의 기초가 되는 유가의 대표 철학 『논어(論語)』와 『주역(周易)』, 도가의 대표 철학 『노자(老子)』와 『장자(莊子)』의 내용을 탐구한 작품이다. 둘째, 선생은 송나라 말기 학자 황견이 전국시대부터 송나라까지의 고시와 산문 등을 모아 엮은 시문선집 『고문진보(古文眞寶)』의 내용을 모두 초안으로 썼는데 그중 일부를 소개한다. 셋째는 전통 예서와 해서의 필법을 융합하여 선생이 창작한 ‘정산체(丁山體)’ 작품이고, 넷째는 갑골문과 초서를 결합하여 선생이 창작한 ‘골초체(骨草體)’ 작품이다. 다섯째는 북송 시기 소동파와 문동이 창시한 ‘호주죽파 (湖州竹派)’의 이론과 기법을 계승한 ‘묵죽(墨竹)’ 작품이다.
양호승 선생은 중국 한나라 서예 미학부터 탐구하기 시작해 1980년 후반에는 모든 책을 번역하고 이후에는 회화 미학 관련 책까지 번역한 바 있다. 중국 명나라의 동기창이 펴낸 화론서 『화지(畵旨)』도 집필해 놓은 상태다.
선생은 “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스스로 공부하게 되고, 그들의 공부를 통해서 내 공부가 되었다”며, “서예 미학 속에는 중국 전통이 철학적 기초로 자리 잡고 회화 미학이 모두 결합되어 있다. 결국 문인화로 귀결된다. 진정으로 추구하는 것은 문인화인데, 문인화에는 모든 것이 들어 있다”라고 ‘서화동원(書畫同源)’을 요약했다.
한편 정산 양호승 선생은 2019년 박사논문 「왕희지 서예에 나타난 위진풍도(魏晉風度) 연구」로 미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수원대학교 미술대학원 조형예술학과 서예전공 주임교수로 후학 양성에 힘 쏟아 왔다.
선생은 “나의 여생을 ‘서화동원’의 미학 관념으로 모두 ‘문인화 창작’에 매진하고자 한다”며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만으로도 행운이다. 역대 전통 서예가들이 만년에 그랬듯이 전통으로의 회귀로 서예가의 삶을 마감하고 동시에 그간 함께했지만 뿔뿔이 흩어져 있던 제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 전시를 개최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2023.07.14. 한동헌 기자 <전시정보> 정산 양호승 개인전 <서법미학 탐구> 전시기간 : 2023년 7월 19일(수) ~ 7월 25일(화) 전시장소 : 마루아트센터 특별관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35-6 신관B 1F) 문의: 02-2223-25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