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성 있는 소재를 새로운 기법으로 선보여 온 도암 박수훈 작가의 여덟 번째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관훈동 인사아트프라자에서 2023년 9월 13일(수)부터 18일(월)까지 엿새 동안 열렸다.
이번 전시에는 '직지의 재해석', ‘여사서’, ‘퇴계와 고봉의 편지글’, ‘신동엽의 서사시 금강’과 ‘조선혁명선언문’ 등 대작 10여점과 근대 각계 유명인을 나무와 돌에 새긴 80여 정품 중 8점을 엄선해 선보였다.
박수훈 작가는 “지난 2-3년 동안 청주에서 작업하며 추구해 온 글씨 세계를 서울에서 선보였다”고 소개하고 “서예계를 넘어 미술 시장에서도 서예가 제대로 대우 받기를 바라는 평소 바람으로 미술 갤러리를 전시장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좌와 우, 위와 아래 사이에 양극화와 갈등이 심해지고 있는 세태와 관련해 작품 속에 옛 선비들의 철학과 인문이 집약된 문구를 담으려 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가로 200㎝, 세로 150㎝의 크기에 ‘직지(直指)’를 입체적으로 표현한 ‘직지의 재해석’이 크게 주목 받았다. 직지는 현재 남아 있는 금속활자 인쇄본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책이다. 작가는 “이합지 바탕에 금속활자본을 쓰고 그 위에 종이를 한 꺼풀 배접해 붙인 다음 시전지처럼 실험하면서 그리고 써서 입체감을 살렸다”고 설명했다.
조선시대 여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을 엮은 책 ‘여사서(女四書)’를 적은 작품 역시 여러 서풍으로 쓴 글 위에 중첩해 글을 써서 시각적 효과를 더했다. 퇴계와 고봉의 편지글은 가로 120cm, 세로 70cm의 종이에 우리말로 번역해 작업했다.
박수훈 작가는 “전시 작품에 쓴 글자(小字)가 10만자가 넘는다”며, “112m 두루마리에 책 한 권을 모두 쓰는 형식을 취한 신동엽의 서사시 ‘금강’은 4만자 정도이고 퇴계와 고봉의 편지글의 한글 풀이가 3만자 정도다. 이 두 작품은 서서 현완법으로 썼다”고 설명했다.
또 소파 방정환, 도마 안중근 등 독립운동가를 비롯해 근대 정계와 문화계, 예술계와 체육계 유명인을 새긴 80여 점품은 서각 또는 전각 기법을 활용해 인물들을 각 40명씩 나무와 돌에 새겨 완성했다.
한편 도암 박수훈 작가는 대전대학교 서예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충북민예총 서예위원회 회장, 중한국제서화원 상무부원장, 중국원송서화원 고문을 역임했다. 2018년 일본 오사카 한국문화원 한중일전을 비롯해 중국 낙양·북경·길림·상해, 일본 니카타, 호주 등 다수의 국제교류전과 100회 이상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현재 청주 도암서예술연구소에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년마다 개인전을 발표해 온 박수훈 작가는 전시 이후 다시 작품 활동에 몰두할 계획이다. 작가는 “2024년에는 중첩 기법을 발전시키고 변화시켜 새로운 작품 세계를 열어보려고 한다”며 “세한도에 착상해서 회화 요소를 결합시키고 그 옆에 현실을 빗댄 내 이야기도 쓰려고 한다”고 밝혔다. 2023.09.26. 한동헌 기자 <전시정보> 도암 박수훈 개인전 전시기간 : 2023년 9월 13(수) ~ 9월 18일(월) 전시장소 : 인사아트프라자 2층 전시실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34-1) 문의: 02-736-63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