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문인화를 추구해온 송정 장명선 작가의 개인전 <감화>가 서울 종로구 북촌로 갤러리 일백헌에서 2023년 11월 8일(수)부터 14일(화)까지 일주일 동안 열렸다.
갤러리 일백헌 초대전으로 기획한 장명선 작가의 두 번째 개인전에는 비단과 종이에 먹으로 그린 문인화 27점이 선보였다. 작가는 “문인화는
시를 짓는 사람들이 시상과 서법으로 심의를 더욱 풀어내고자 그렸던 그림으로 이미 완성된 것에 더해 여한이 없도록 하는 것”이라며, “가장 개별성이 강한 예술 분야”라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 주제를 ‘감화’로 정한
데 대해 장 작가는 “개인이 가지는 정체성은 살아가는 현시대와 사람들 속에서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형성되고, 그 아우라는 작가가 가진 여건 속에서 끝없는 감화로써 탄생한다”고
설명하고, “이번 전시는 문인화에서 추구하는 이상향에 대한 갈망으로 만들어진 소재 자체에 대한 감동과
작가로서 그 소재를 가장 친밀하게 느끼고자 하는 작가 자신의 몸의 움직임에 대한 감동, 이 두 가지
감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한다”고 소개했다.
작업하는 동안 작가는 가슴 터질 듯한 감화가 곧 알 수 없는 그리움에 대한 회귀의 작업으로 이어졌고 긴 시간 반복된 붓질은
차오른 감정을 토로하게 했다고 말한다. 이 같은 감정의 토로가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작품이 ‘꿈으로부터’ 연작이다.
꿈으로부터2
장명선 작가는 “문인화를 공부하면서 소재에 몰두해 탐구하다 보니 그 소재를 사랑하게
되고 감정 이입하게 되었다”며 “8년 전 꿈에서 생생하게
본 대나무를 그리워하면서 제대로 그려 되찾고자 했는데, 이번에 직접 표현할 수 있게 되어서 가슴이 벅찼다”고 말했다. 비단에 먹으로 대나무를 그린 ‘꿈으로부터’는 작가가 ‘나’라는 매개로 그 감정을 토로한 ‘감화’ 그 자체인 셈이다.
꿈으로부터3
그 밖에 작가가 산책하다 위로를 받았던 나뭇잎과 발자국의 뒤엉킨 흔적들을 그린 ‘내딛다’ 연작, 향기가 퍼져 나올듯한 난초를 그린 ‘바람에 실려오네’, 포스터에 사용된 ‘감화’ 연작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작품들은 작가가 처음 비단에 먹으로 그린 것이다.
감화1
장 작가는 “개인전을 준비하며 그 동안 공부했던 방식보다 더 추상적이고 인문학적, 철학적인 영감을 많이 받았다”며 “책과
시에서 영감을 받으려고 운필법도 새롭게 적용하고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작가에게 먹색은 홀로 종이 위에서 꾸릴 수 있는 작가만의 것이다. 그는 “나 혼자 할 수 있는 완전한 것이라고 느껴서 먹색 위주로 작업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장 작가의 문인화가 채색 없이 먹색으로만 이뤄진 이유다.
작가는 개성이 중요하다고 본다. 보고 경험한 자연물에 대한 감정을 꺼내 놓되
기존 스타일이나 다른 사람의 스타일과는 다른, 색다름을 추구한다. 작가는
문인화와 서예가 우리 시대에 동떨어져 외면 받고 어려운 느낌을 주는 것이 일반인의 미의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요즘 새 집에 걸어도 좋을 색다르고 세련된 문인화, 일상에서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문인화’를 통해 대중에게도 문인화가 아름답게 다가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편 장명선 작가가 서예를 만난 것은 여덟 살 때였다. 자주 가던 병원 건물
서예학원에서 처음 서예작품을 본 것이 계기가 됐다. 하얀 벽에 낙서처럼 먹물로 쓰고 그린 서예작품을
보고 알 수 없는 해방감을 느꼈다. 부모님을 졸라서 열 살 때 서예 공부를 시작했다. 한글서예, 한문서예를 배우고 어른이 돼 문인화도 공부했다.
1998년부터는 목민 류희성 선생을 사사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국전 서울특별시장상, 대한민국 한지미술대전 대상 등을 수상하고, 전라북도 미술대전 도전
최연소 대상 초대작가, 대한민국 서예술대전 삼체상 초대작가, 대한민국
마한서예문인화대전 최우수상 초대작가, 한국미술협회 회원 등으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티스트 작가로 방송과 매거진, 광고를 비롯해 넷플릭스, 웨이브 등 OTT 드라마에서 사용하는 작품을 의뢰 받기도 한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묵원재를 운영한 데 이어 2022년부터 경기도 김포에서 송정화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개인전에서 선보인 작가의 토로와 회귀로서의 작업은 작가 개인에게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 연장선에서 돌아보게 한다. 장명선 작가는 문인화라는 분명한 뿌리를 토대로 동시대의 사람들과 공명할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작품을 바라보는 귀한 분들과 함께 호흡 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포도1
장명선 작가는 섬유예술협회 경기지회장 맡아 문인화가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의류에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오는 2024년 3월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전시 예정이다. 연말에는 송정화실 회원전도 준비 중이다.
2023.11.10.
한동헌
<전시정보>
갤러리 일백헌 초대
송정 장명선 개인전 <감화>
전시기간 : 2023년 11월 8일(수) ~ 11월 14일(화)
전시장소 : 갤러리 일백헌
(서울 종로구 북촌로
81)
문의: 02-2138-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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