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을 바탕으로 다양한 서체를 한글에 변용해 온 효산 손창락 작가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 백악미술관 전관에서 2023년 10월 19일(목)부터 25일(수)까지 일주일 동안 열렸다.
작가의 일곱 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는 갑골문과 금문, 행서로 조형을 이룬 서예 작품 90점이 선보였다. 전시 제목으로 쓴 ‘망제이계묘전(望第二癸卯展)’은 “또 한 번의 계묘년 개인전을 바란다”는 의미로, 스승인 하석 박원규 선생이 ‘올 계묘년에 환갑을 맞은 작가가 60년 후인 새로운 계묘년에 다시 개인전을 열길 바란다’는 덕담을 담아 이름 붙였다.
손창락 작가는 “회갑을 맞이해 지금까지 공부한 것을 정리하는 전시”였다고 소개하고 “봄과 여름 동안 작품에 매달려 왔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 작품 중에는 14m 길이의 천자문(千字文)이 단연 주목 받았다. 금문의 필체로 많은 시간을 들여 쓴 이 작품은 거대한 화면에 회화적이고 강렬한 필획이 잘 드러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전서와 예서, 해서, 행초서를 조화롭게 안배한 이백의 시 ‘왕우군(王右軍)’과 갑골문 조형으로 쓴 ‘계구도신(繼舊圖新)’은 전통 서예를 기반으로 작가가 추구하는 서예의 새로운 창작성을 엿볼 수 있는 수작으로 꼽혔다.
미술평론가 김찬호 경희대교육대학원 교수는 “효산 선생은 문자에 작가의 뜻을 담아내는 예술 형식인 서예에 '개념'을 담아내는 작가”라며 “전·예·해·행·초서와 한글 서체를 두루 익혀 흐트러짐 없는 서(書)의 법(法)과 서(書)의 예(藝)를 강조하고 있어 그의 작품은 단아하면서도 때로는 격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손창락 작가는 “서예는 단순한 획과 조형으로 작가의 성격이나 감성을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예술”이라며 “팔대산인(八大山人)과 같이 찌꺼기 없는 담백한 글씨를 쓰려 하고, 대사의화가(大寫意畵家)인 서위(徐渭)에도 관심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 포항에서 태어난 효산 손창락 작가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대구로 전학한 이후 할아버지께 천자문을 배우면서 서예에 입문했다. 1981년 대학에 입학하고 바로 성균서도회에 들어갔고 1986년 스승 하석 박원규 선생을 만나 사사했다.
2003년 강암서예대전 최우수상과 2008년 제1회 일중서예상 장려상을 수상했으며, 대한민국서예대전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 예술의전당 청년작가전 초대작가, 한국전각협회 상임이사 겸 부회장, 한국서예협회 이사 및 서울특별시지회 종로지부장, 한청서맥 회장 등을 맡아 서예계 교류와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한국서예가협회 부회장과 국제서예가협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손 작가는 12월 6일부터 한국미술관 2층 전관에서 서예가협회 회원 150명과 회원전을 열 계획이다. 12월 21일부터 백악미술관에서 열리는 성균서도회 창립 60주년 기념전에도 출품한다.
손창락 작가는 “기초가 부족한 채로 자신의 색을 드러내려 하기보다는 내면의 심상을 담아내는 깊이 있는 공부가 필요하다”며 “하석 선생님께서 하명하신 대로 두 번째 계묘전을 열기 위해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공부에 매진하고 몸 건강도 챙기겠다”고 말했다.
2023.11.14.
한동헌
<전시정보>
효산 손창락 개인전 <망제이계묘전(望祭二癸卯展)>
전시기간 : 2023년 10월 19일(목) ~ 10월 25일(수)
전시장소 : 백악미술관 전관
(서울. 종로구 인사동9길 16)
문의: 02-734-4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