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과 실기를 접목해 전서와 전각의 현대적인 서예미를 추구해 온 청운 김영배 작가의 서전 <붓과 칼끝에서 피어난 꽃>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1층에서 2023년 10월 25일(수)부터 31일(화)까지 일주일 동안 열렸다.
작가의 45년 서예 인생을 돌아보고 나아갈 미래를 새롭게 모색한 이번 전시에서는 노자 도덕경 81각, 해서 금강경 5,000여자, 행서 전·후 적벽부, 논어와 채근담 등 동양고전의 명문구를 다양한 서체로 써 내려간 한문 서예 80여점, 전각 81개 도장, 전각 200점이 선보였다.
김영배 작가는 “전서를 쓸 때는 서체와 순서를 조형하기 위해 문자학을 꼭 겸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이번 전시에는 주로 전서 작품을 중심으로 금서와 금문, 갑골문을 함께 출품했는데, 금문을 쓸 때는 전각 구성과 전각, 전서의 어울림을 추구했다”고 소개했다.
전시 주제인 '붓과 칼끝에서 피어난 꽃(도필생화, 刀筆生花)’는 이태백이 꿈에 붓끝에서 연꽃이 핀 꿈을 꾼 뒤 더욱 문명(文名)이 드높아졌다는 몽필생화(夢筆生花)의 고사를 빌어 스승인 초정 권창륜 선생이 “청운이 전각의 도필(刀筆)과 글씨의 모필(毛筆)의 상호 조화를 이루어 낸 것”을 풍자해 이름 붙였다.
전시 작품 중에는 『노자』 1장에서 81장까지 각 장마다 한 구절씩 뽑아 81개의 전각인면(篆刻印面)에 새기고 전체 문장을 변관(邊款)한 작품이 많은 주목을 받았다. 섬세하고도 지난 작업의 과정과 함께 생동감 넘치는 칼의 획이 손이 베일 듯 생기가 충만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세로2.4m x 가로5m의 대작 한글 훈민정음 해례본과 해서로 쓴 금강경 5,000여 자, 행서로 쓴 전·후 적벽부(前後赤壁賦) 역시 관객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김영배 작가는 “훈민정음 해례본은 서문을 한글로 크게 쓰고 나머지는 한문으로 훈민정음체와 어울리게 써서 우리 글 한글을 알리는 의미를 가진다”고 소개하고 “금강경은 세필로 감지에 금분으로 썼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평소 서예를 마음에 그림을 형태로 풀어내는 예술이라고 정의하고 서예와 전각은 항상 함께해야 하는 관계라고 강조한다. 그는 “고대에 나타난 문자와 전서를 중심으로 연구해서 전각에도 새기고 서예에도 직접 적용하려고 한다”며 “서예사를 함께 공부해서 시대상을 고려해 작품을 구상한다”고 말했다.
권창륜 선생은 이번 전시에 대해 “청운의 학서 태도와 의취는 서법이 지향해야 할 바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화질상반(華質相伴)과 신채(神采)로서 더욱 승화된 자창풍격(自創風格)을 이루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한편 청운 김영배 작가는 초등학교 서예수업에서 재능 있다는 칭찬을 듣고 붓글씨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김천농업고등학교 때 틈틈이 한글 서예를 독습했고 상주농전 입학 후 서예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묵향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2학년 때는 시간을 내 대구까지 가서 전서와 전각을 배우면서 서예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 때 서예지도교수를 맡았던 김기탁 전 상주대총장의 권유로 서울로 출향해 1984년 초정 권창륜 선생의 문하에 입문했다. 이론도 튼튼히 하기 위해 경기대학교 전통예술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고 성균관대학교에서 동양미학을 전공해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이론과 실기를 고루 갖췄다는 평을 들으며 지난 45년 동안 서예의 기본을 닦고 그 기초 위에서 변화를 모색해 왔다. 한국전각협회 사무총장이자 전각과 서예·그림의 전문 모임 단체인 중국 최고권위 전각협회 서령인사 회원이며 중국호남제일사범학원 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영배 작가는 “전각을 구성해서 어떻게 새길지 다음 작품을 구상하고, 내면을 생각하며 쉬지 않는 마라톤처럼 항상 준비하겠다”며 “3년 후에는 일본에서 전각전을 열 계획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오는 12월에는 3일(일)부터 10일(일)까지 경북 문경시 갤러리문경에서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 2023.11.15. 한동헌 <전시정보> 청운 김영배 서전 <붓과 칼끝에서 피어난 꽃> 전시기간 : 2023년 10월 25일(수) ~ 10월 31일(화) 전시장소 :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1층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34-1) 문의: 010-8751-96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