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0일 4시 종로구 삼청동 의열단 당사에서 개최된 학술기자간담회에서 발표된 광개토대왕비 비문 오판독 글자 및 신묘년조 새로운 글자 추독에 관한 내용이 화제이다. 발표자 장운식씨는 이번 발표에서 ‘오늘이 광개토대왕비의 누명을 벗기는 날’이라고 선언하며 신묘년조에 일본이 석회로 조작한 바다해(海)자 아래에 숨어있던 남녁남(南)자를 밝혀냄으로써 100년간 논란이 된 임나일본부설의 종식과 그간 길영(永)자를 아니불(不)자로 해석해 고구려의 시조인 추모왕을 부덕한 사회 부적응 왕처럼 해석해 온 학계에 일침을 가했다.
광개토대왕비 신묘년조원석탁본 글자 발견으로 임나일본부 종결 가능성 열려
고구려 시조 모독 오독글자 5글자 발표
한일 간의 역사 논쟁의 핵심인 임나일본부설은 100여 년이 되어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최근 일본은 한동안 조용했던 임나일본부를 교과서에 다시 실었다고 한다. 그 내용은 광개토대왕비 내용을 빌미로 일본이 삼국시대에 백제와 신라를 지배했다는 내용이다. 그 내용은 광개토대왕비문 중에 신묘년(391)에 일어난 일에 관한 내용에서 “왜가 바다를 건너와 백제와 신라를 격파하고 그들을 신민으로 삼았다.”라는 내용이다. 이 부분이 석회칠로 변조되었다는 사실은 이미 학계에 알려진 바 있었다. 그러나 그 변조된 글자가 어떤 글자인지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해석이 분분했다. 하지만 오늘 의열단 당사에서 개최된 학술 기자 간담회에서 발표된 글자는 그 신묘년 내용에서 일본의 개연성이 완전히 사라지게 되는 임나일본부 종결의 의미가 있는 글자이다. 기존의 판독들은 탁본에서 과도하게 벗어난 글자를 무리하게 대입하거나 핵심이 아닌 글자를 근거가 미약한 상태로 주장함으로써 오히려 학계와 대중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는 평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 발표된 글자는 문장으로만이 아닌 원래의 탁본 즉, 석회칠이 가미되지 않은 글자 변조 이전의 탁본(혜정본, 동북아역사재단 출간. 2014)이 근래 발견됨에 따라 석회칠 안에 숨어있던 글자의 자형을 밝혀낸 것이다. 원석 탁본에 숨어있는 글자의 이미지를 가지고 글자의 자형을 분석해 냈다는데 그 신빙성이 높다고 할 수 있으며 이를 밝혀낸 발표자는 서예를 대학에서 전공한 전문가라고 한다. 그동안, 이 비문의 글자를 제대로 판독할 수 없었던 이유는 위조된 탁본을 가지고 판독을 한 예도 있었고, 비록 원석 탁본을 토대로 해석을 시도했더라도 탁본의 상태가 깨끗하지 못했던 관계로 일반 학자들이 글자를 추독하기가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 또한 일반인이 알아보기 힘든 예서체라는 점도 판독을 어렵게 한 이유의 하나였다. 그러나 판독자는 서예 전문가로 연구 끝에 석고 칠 안에 숨어있던 원래의 글자를 추독해 낼 수 있었다고 한다.
원석탁본(혜정본)의 ‘渡□破’ 부분
기존 ‘海’자 자리에 숨어있던 ‘南’자
기존의 해석
새로운 해석
석회로 날조된 바다해(海)자의 아래에 남녘 남(南)자를 발견한 것이다. 이 사실대로라면 남쪽으로 내려가서 세 집단을 깨뜨리고 신민으로 삼을 수 있는 주체는 고구려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이 비문은 광개토대왕의 훈적을 새긴 비석이므로, 왜가 바다를 넘어와 활약한 내용이 비문에 쓰이는 일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1부의 영상에서는 그동안 오판독 되었던 글자 5글자를 바로잡았는데 그것은 추모왕이 임금의 자리가 즐겁지 않았다는 내용으로 이 역시 시조왕의 업적을 나타내는 비문에 쓰이기에는 부적합한 내용이라는 의문에서 비롯되어 글자를 추독한 결과 전혀 다른 상반되는 의미의 글자가 존재하고 있었음을 밝히고 있다. 그 원문은 다음과 같다.
1889 횡정충직의 해석 ‘永’
1898 삼택미길의 해석 ‘不’
2023 현재 국내 학계 ‘不’
중국 탁본 ‘永’
기존의 해석
為我連葭浮龜! 나를 위해 갈대는 연결되고 거북은 떠올라라!
應聲即為連葭浮龜 그 소리를 들은 즉시 갈대가 연결되고 거북이 떠올랐다.
然後造渡於沸流谷 그런 뒤에 비류곡의 물을 건넜다.
忽本西城山上而建都焉 홀본의 서쪽 산 위에 성을 쌓고 나라를 세웠다.
不樂世位. 세상과 임금의 자리가 싫어졌다.
因遣黃龍來下迎王. 그래서 하늘에서 용이 내려와 왕을 모셔갔다.
새로운 해석
為我連葭浮龜! 나를 위해 갈대는 연결되고 거북은 떠올라라!
應聲即為連葭浮龜 그 소리를 들은 즉시 갈대가 연결되고 거북이 떠올랐다.
然後造渡於沸流谷 그런 뒤에 비류곡의 물을 건넜다.
忽本西城山上而建都焉 홀본의 서쪽 산 위에 성을 쌓고 나라를 세우시니
永樂世位. 세상이 번영했고 임금의 자리가 길이 빛났다.
天遣黃龍來下迎王. 천수를 다하시니 하늘에서 용이 내려와 왕을 모셔갔다.
아니불(불)자와 인할인(因)을 교체하는 길영(永)자와 하늘천(天:기존에 발견된 글자)자를 발견함에 따라 추모왕의 말년은 암울한 사회와 부덕한 임금에서, 번영한 나라와 위대한 임금으로 상반된 해석이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이 글자를 잘못 해독한 것은 비문 안에 같은 글자를 다르게 쓴 것과 아니불(不)자와 닮아 있는 등 복수의 함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발표자는 밝히고 있다. 길영(永)자를 아니불(不)자 나 유사한 글자로 바꾸어 의미를 축소하거나 저평가되도록 만든 부분이 추가로 4군데가 더 밝혀진 것으로 발표되었다.
비문 탁본의 이미지 판독에 관한 자세한 내용과 과정은 유튜브(새김소리)에 두 편으로 나뉘어 올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