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 손수조 작가의 개인전 <흑가백무전(黑歌白舞展)>이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3.15아트센터 에서 2023년 11월 22일(수)부터 28일(화)까지 일주일 동안 열린다. 2013년 성산아트홀 개인전 이후 10년 만에 열리는 이번 개인전에는 전서, 예서, 해서, 행서, 초서와 고체, 민체 등 다양한 서체의 한문ㆍ한글 서예 작품 68점을 선보인다. 望四海(망사해) / 64×24cm
손수조 작가는 “회갑 년을 맞아 사십 년 넘게 공부한 서예를 객관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의미로 전시를 준비했다”고 소개하고 “이번 개인전을 통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 공부 방향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蘭亭叙(난정서) / 70×135cm
이번 전시 작품들은 2-3년 전부터 준비해온 것들이다. 손 작가는 평소 작품을 많이 매만지는 편으로 알려졌다. 가로 세로 여러 형태로 해보면서 작품을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그는 작가 후기에서 “내가 쓰고 버리기를 '백 번 천 번' 반복하는 것은 '천형'같은 것이다. 매정한 고행의 길이라 아니할 수 없다. 둔재로서, 세상 앞에 맨몸으로 선다는 것, 두려워도 어쩌랴!”라고 남기기도 했다. 般若心經(반야심경) / 28×19cm
작가는 전시 주제인 ‘흑가백무(黑歌白舞)’의 뜻대로 ‘먹과 붓은 노래하고 화선지는 춤추는’ 듯한 다채로운 작품을 내놓았다. ‘杜甫 詩(두보 시)’는 두보 칠언율시 중 2구를 뽑은 행서대련 작품이다. 시구는 ‘한 조각 꽃잎만 날려도 봄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작가는 “보통 봄을 즐길 줄만 알지 봄이 줄었다고 생각하지 못한다”며 “섬세하고 감각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해 선택한 시구”라고 덧붙였다. 杜甫 詩(두보 시) / 20×116cm×2
‘父(부)’은 갑골문자로 아비 ‘부(父)’ 자를 쓴 작품이다. 그는 “선친께서 돌아가신지 20주기가 되던 2020년에 선친께 쓴 편지”라며 “서예는, 대개 남의 문장만 쓰는데 내 문장으로 내가 써보자는 마음으로 시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父(부) / 40×27cm
‘바위 뚫는 빗물’은 채근담에 나오는 ‘물방울이 떨어져 바위를 뚫는다’는 ‘수적석천(水滴石穿)’을 한글 서예로 작업하면서 작가가 직접 만든 표현이다. 작가의 역 발상이 돋보인다.
바위 뚫는 빗물 / 17×67cm
‘蘭(란)’ 역시 독학한 작가만의 ‘난’이 잘 드러난 작품으로 꼽힌다.
蘭(란) / 35×58cm
손수조 작가는 최근 한글 캘리그라피에 쏠리는 과도한 관심에 대해 30년 전 현대 서예 열풍에 빗대 서예의 기초를 강조했다. 그는 “당시 현대 서예는 뿌리 없는 부평초 같은 느낌이었다”며 “바탕이 되는 법첩 없이 전통을 무시하고는 현대 서예가 일어설 수 없었다”고 뒤돌아봤다. 이어 “한글 서예는 고체에 뿌리를 두고 근본선상에서 작품을 할 때마다 현대적으로 풀어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武夷九曲歌(무이구곡가) / 50×250cm×10
손 작가는 한자 교육 문제와 서예의 미래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그는 “한자 교육이 끊어지면서 요즘 젊은 세대는 말뜻을 제대로 모르고 말을 쓰고 있다”며 “한자가 사라진 자리에는 영어가 들어왔다”고 지적했다. 또 “예전에는 서예를 하지 않으면 선비가 될 수 없었는데 지금은 거꾸로다. 한자 교육 정상화가 서예가 살아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還山別曲(환산별곡) / 34×55cm
한편 경남 창녕에서 태어난 은산 손수조 작가는 창원기계공업고등학교 2학년 시절 처음 붓을 잡기 시작해 3년 후 경남지방노동문화제 장려상을 시작으로 경상남도미술대전 특선, 가야미술대전(현 성산미술대전) 최우수상과 전국서도민전 금상, 동상, 특.입선을 수상했다. 경상남도서예대전 입.특선을 일곱차례 했으며 1990년 대한민국서예대전 특선에 이어 1992년 우수상을 수상했다.
국립 3.15 민주묘역 <시비>, 왕인축제기념 <천인천자문상징탑>, 용광정 현판, 영호남 명무명창, 제57회 전국기능경기대회 〈금탑>에 제자와 휘호를 남겼고, 그의 작품은 김달진문학관,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원회, 해인사 팔만대장경 기록문화관, 창원문화재단, 강암서예학술재단 등에서 소장하고 있다. 대한민국서예대전과 경상남도서예대전 등 여러 서예대전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현재 대한민국서예대전 초대작가, 경상남도서예대전 초대작가, 전국서도민전 초대작가이며, 한국서예협회 이사, 한국서예협회 경남지회 이사 및 창원지부 이사, 경남서예가협회 이사, 서예단체총연합회 경상남도지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1986년부터 은산서실을 주재(主宰)하여 후진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손수조 작가는 한글이든 한문이든 제대로 된 작품을 쓰기 위해서는 ‘선’ 즉 필획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부실한 철근으로 집을 지을 수 없듯이 선이 안 되면 작품을 할 수 없다. 모양을 먼저 추구하면 선에 뒤처지게 된다”며 “부드러우면서 어떻게 강하게 할까 고민한다. 한 작품 한 작품이 좋은 작품 되도록 노력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은산 손수조 <흑가백무전(黑歌白舞展)>의 초대행사는 오는 11월 23일(목) 오후 6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2023.11.21. 한동헌
<전시정보> 은산 손수조 <흑가백무전(黑歌白舞展)> 전시기간 : 2023년 11월 22일(수) ~ 11월 28일(화) 초대일시 : 2023년 11월 23일(목) 오후 6시 전시장소 : 3.15아트센터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삼호로 135) 문의 : 055-286-0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