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 신병희 작가의 46년 서예 공부를 집대성 한 서전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 백악미술관에서 2023년 11월 23일(목)부터 29일(수)까지 일주일 동안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한 글씨에 매이지 않고 한문 전서의 대전과 소전, 예서, 해서의 북위체, 행서, 초서와 한글 궁체부터 고체까지 망라해 농묵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수필처럼 써 내려간 서예 작품 69점이 선보인다. 李兆年先生-時調 / 38×44cm
신병희 작가는 “서예가와 서예에 관심 있는 애호가에게서 객관적으로 평가 받기 위한 서전”이라며 “고견과 질정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知至知終(周易 句) / 37×43cm
이번 전시는 신 작가의 첫 개인전이라 더욱 심혈을 기울였다. 그는 “서예가 지인들이 개인전을 권유하고 격려해 전시 일정을 잡았다”며 “막상 결정하고 나니 어떤 주제로 어떤 문장을 작품에 담을지 많이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 작가는 고금과 한·중을 개의치 않고 대가의 문자의 향기와 서책의 기운을 풍기는[문자향서권기(文字香書卷氣)] 문장을 써보자고 마음 먹었다. 평소 흠모한 이백과 두보 시를 중심으로 한국과 중국의 좋은 문장을 선별했다.
春夜喜雨 | 杜甫 詩 / 33×23cm
그 다음으로는 어떻게 쓸지 생각했다. 신 작가는 “보통 공모전 위주로 서예 공부를 하다 보니 주로 국전지에 오언절구·율시, 칠언절구·율시를 20자, 40자 제한을 두고 쓰면서 글자 크기도 획일적이다”며 “이를 탈피하는 방법으로 작은 글씨부터 시작해 보자고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세자부터 큰 글씨까지 크고 작은 글씨를 두루 썼다. 이번 전시에서는 6-7mm 크기부터 사방 20-25cm 크기의 글자까지, 2자짜리 작품부터 2천자가 들어간 작품까지 환경에 맞게 쓴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작품 크기도 사방 30cm 소품부터 폭 10m 대작까지 다채롭다. 長恨歌 | 白居易 詩 / 上 260×38cm / 下 117×38cm
또 보는 사람에게 안정감 주도록 1대 6의 황금비율을 염두에 두고 주로 횡으로 작업했다. 작품 크기가 다양하다 보니 작품에 찍는 낙관도 크기에 맞춰 한글과 한문 인장을 직접 만들었다. 이렇게 88점을 만들고 그 가운데 다시 69점을 선별했다.
使用印
이번 전시 작품 가운데는 먹 대신 아교를 섞은 금니로 겹쳐 쓴 ‘금니사경(金泥寫經)’이 단연 돋보인다. 폭 3m 크기의 백거이 ‘장한가’는 풀이를 고체로 썼다. 가로 10m 크기의 소동파 ‘적벽부’는 석문명 필휘를 본 땄는데 소자로 특선을 수상했던 작가의 필력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赤壁賦 | 蘇東坡 / 70×160cm×13
스승인 초정 권창륜 선생은 이번 전시에 ‘얼음같이 맑은 항아리 옥 같은 거울’이라는 뜻의 두보 시구 ‘빙호옥감(水壺玉鑑)을 축필로 남기기도 했다. 艸丁先生님 祝筆 - 氷壺玉鑑(杜甫 詩句) / 38×40cm
신병희 작가는 “요즘 육필을 보기 쉽지 않고 잘 쓴 글씨는 더욱 보기 힘들다”고 지적하고, “읽기만 하고 쓸 줄 모르게 되면서 앞으로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면 직접 쓴 글씨는 점차 희귀해 질 것”이라며 “더욱이 붓으로 글을 쓴다는 것 더 존귀한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乍晴乍雨 | 梅月堂 詩 / 45×33cm
이어 “당나라 때부터 청나라에 이르기까지 1000년 동안 중국의 과거장에서 정체(正體) 글씨로 사용된 안진경체처럼 서풍에도 변천이 있다”며 “왕희지 같은 대가의 글씨를 천년 넘게 보고 공부하는 것은 정확히 정도를 가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본질을 가지고 정통으로 공부하면 언젠가는 그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賦得古原草送別 | 白居易 詩 / 67×47cm
한편 전라남도 고흥에서 태어난 임정 신병희 작가는 1985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안국동에서 7년을 근무하는 동안 초정 권창륜 선생 문하에서 공부했다. 정오가 되면 어김없이 서실에 나타나는 신 작가를 주위에서는 ‘브라보콘맨’이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그는 “글씨를 쓰려고 직업을 가졌지 직업을 가지려고 글씨를 쓴 것은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신 작가는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전라남도미술대전 심사위원, 경기도미술대전 심사위원, 서예대전(월간서예) 심사위원을 역임했으며, 한국미술협회 회원, 한국전각협회 회원이면서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 전라남도미술대전 초대작가, 전국휘호대회 초대작가로 활동하며 한국서예청년작가전, 한글서예의 오늘과내일전, 부산서예비엔날레 등에 초대출품해 왔다. 현재 서울 노원구의 임정서예연구원을 운영하며 서예 연구와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신병희 작가는 “앞으로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소자로 정확하게 정통으로 글씨를 구사하고 싶다”며 “대가를 후세가 본받고 이어가려는 것은 깊이가 있어서다. 법고창신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임정 신병희 서전의 초대행사는 오는 11월 23일(목) 오후 5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2023.11.22. 한동헌 <전시정보> 임정 신병희 서전 전시기간 : 2023년 11월 23(목) ~ 11월 29일(수) 초대일시 : 2023년 11월 23일(목) 오후 5시 전시장소 : 백악미술관 (서울. 종로구 인사동9길 16) 문의 : 02-734-4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