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21

글씨와 놀다. 매거진 '글씨 21'

서예·캘리그라피

[Review]

2024-03-27
서른한번째 석경 이원동 展 / 3.5~10

영남문인화의 정통성에 특유의 실험성과 조형성을 더한 작품을 선보여온 석경 이원동 작가의 개인전이 대구 달서구 공원순환로 대구문화예술회관 11전시실에서 202435()부터 10()까지 엿새 동안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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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동 작가는 1995년 첫 전시 이후 해마다 개인전을 통해 전혀 다른 화풍의 작품을 발표해 왔다. 이번 전시는 그의 서른한번째 개인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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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는 어릴 때부터 서화 공부를 시작해 천석 선생님의 문하에 들어간지 올해로 50년을 맞았다, “오랫동안 작업하면서 그동안 시도했던 기법들도 체화되고 내면에서 예술성으로 성장했으리라 믿는다. 올해는 다시 근본을 생각하며 돌아가 오래간만에 사군자를 중심으로 수묵문인화 전시를 준비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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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는 폭 244, 길이 100 크기의 매화도와 110 x 265 크기의 묵죽·묵난·묵매·매국 4점을 비롯해 묵죽도 10폭 병풍, 난분고석도, 삼우도, 묵매도 등 사군자를 소재로 한 문인화 60여 점이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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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는 현대 문인화가들이 문인화를 회화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지만, 문인화의 정체성을 묻는다면 문인화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서예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작가는 지금도 서예 바탕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전시 작품 작업 외에는 평소에 법첩을 펴놓고 임서를 하며 서예성의 연마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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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동 작가가 개인전에 집중하게 된 것은 천석 박근술 선생의 말씀이 계기가 됐다. “마흔 무렵 미술대전 대상을 받고 한동안 그룹 활동을 왕성하게 했다. 어느 날 천석 선생님이 불러 찾아 뵈었더니 맹수가 무리 지어 다니는 것 봤냐고 말씀하셨다. 대구에 돌아와 며칠 생각하다가 30여 군데 참여 그룹에 모임을 그만 두겠다고 편지를 보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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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개인전에 집중하며 다채로운 실험도 이어갔다. 자연 속에서 우연히 만나는 생각을 꼭 실현해 보려고 애썼다. “내 작품을 촉발하는 것은 내가 움직이면서 얻게 되는 것들이다. 책 속에서 얻어지는 것도 있고.” 그는 이전 정보가 전혀 없는 것을 시도하는 데에 주저하지 않고, 더러 그 과정이 고행 같던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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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채(石彩)로 그린 포도와 비파 작품이 대표적이다. “김천 두메산골 고향을 갈 때마다 산천을 돌아보고 오는데 어느 날 냇가 물속의 돌이 무척 예뻤다. 몇 가지 색깔을 띈 돌을 채집해 철 절구에 넣고 찧어서 도자기를 만들 때처럼 수비 작업을 했다이 작가는 곱게 가라앉은 돌가루를 긁어 모아 채색해 보면서 물속의 돌 색깔과 가까워지는 방법을 연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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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지를 만드는 닥종이 원료 닥죽을 이용해 입체 작품을 만든 적도 있고, 경주 박물관에서 신라시대 불상전을 보고 금니(金泥)로 부처님을 1천장 그린 천불장엄작품으로 개인전을 연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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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동서양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업을 해 온 석경 이원동 작가는 영남서화의 원류인 석재 서병오, 죽농 서동균으로 이어지는 천석 박근술 선생을 사사했다. 한국화 전공으로 동국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했으며 1998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예 부문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의 작품은 국립미술관, 국회, 한국방송공사와 미국 예일대학 동양학연구소 등에서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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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전을 마친 이원동 작가는 올해 작품 작업에 다시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전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단순하게, 가뿐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다. 20253월 개인전을 어떻게 할지 이미 생각을 정리하고 있지만, 한 해를 지나는 동안 생각은 바뀔 수 있다. 나는 자유롭다며 환하게 웃었다.

 

2024.3.25

한동헌 기자

 

 

<전시정보>

서른한번째 석경 이원동  

전시기간 : 202435() ~ 310()

전시장소 : 대구문화예술회관 11전시실

(대구 달서구 공원순환로 201)

문의: 053-606-6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