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서예의 상징으로 꼽히는 일중 김충현 선생의 제자들이 모여 준비한 ‘백중필흥’ 展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 백악미술관 1, 2, 3층에서 2024년 3월 7일(목)부터 20일(수)까지 2주 동안 성황리에 열렸다.
이번 전시에는 지난 1월 별세한 故 초정 권창륜 선생을 비롯해 경후 김단희, 오재 노성희, 한별 신두영, 장암 이곤순, 소헌 정도준, 죽림 정웅표, 규당 조종숙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원로화백 8명의 작품 39점이 선보였다.
이번 전시는 한동안 열리지 않던 일중 선생의 문하생으로서 원로화백들이 뜻을 모아 개최한 그룹전으로 서예계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1974년 결성한 ‘열상서단(洌上書壇)’을 중심으로 열리던 정기전이 13회을 끝으로 무기한 연기되고, 1983년 백악미술관 개관과 함께 일중 선생이 이끌던 서실마저 운영하지 않게 되면서 그 동안 제자들의 단체전은 좀처럼 개최되지 못했다.
전시를 준비한 죽림 정웅표 작가는 “1년 전쯤 일중 선생님의 제자들이 시간이 더 가기 전에 전시를 다시 열자는 의견이 있었는데, 초정 권창륜 선생께서 전시가 너무 늦어졌다, 진작 했어야 한다고 안타까워 하셨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이번 전시에서도 뜻은 있지만 건강 문제로 참여하지 못한 작가들이 상당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초정 선생은 이번 전시 제목을 ‘백중필흥(白中筆興)’으로 정하기도 했다. 백악미술과의 ‘백’과 일중 선생의 ‘중’을 가져오고 서예의 부흥을 바라는 마음을 제목에 담았다.
백악미술관은 일중 선생이 이순을 보내면서 북한산 줄기의 인사동에 ‘백악동부’라는 터전을 마련하고, 세대를 초월한 예술가들의 사랑방이자 붓이 흥하는 장소가 되길 바라며 만든 역사가 깊고 유수한 미술관이다.
정웅표 작가는 “초정 선생님께서 전시 서문도 적어 주기로 하셨는데 올해 초 타계하시면서 서예계가 큰 슬픔을 빠졌다”며 “추모의 마음을 반영해 전시 초대행사를 열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참여 작가들이 소장하고 있는 일중 선생의 작품들도 함께 모아 전시하면서 관람객들의 호응을 받았다.
참여 작가들은 앞으로도 일중선생기념사업회를 통해 일중 선생의 서예술 정신을 더욱 계승해 나갈 예정이다.
2007년 설립된 일중선생기념사업회는 이듬해인 2008년부터 한국 서예 발전에 기여해온 원로 서예가를 선정하는 일중서예대상을 제정해 격년으로 수여하고 꾸준히 우수한 청년 작가들을 발굴하고 있다.
지난 2021년에는 일중 선생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선생이 노년을 보낸 가옥을 재단장한 전시 공간 ‘일중의 집 보현재’를 개관하기도 했다.
정웅표 작가는 “우리나라 서예는 아직까지 중국향에 머물러 있다”며 “일중 선생님의 뜻처럼 세계 속에 우리 서예의 정체성을 더욱 뚜렷이 만들어가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2024.3.25 한동헌 기자 <전시정보> 백중필흥 展 전시기간 : 2024년 3월 7일(목) ~ 3월 20일(수) 전시장소 : 백악미술관 1, 2, 3층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9길 16) 문의 : 02-734-4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