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전 원중식 서집출판 및 추모전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 백악미술관 전관에서 2024년 3월 21일(목)부터 27일(수)까지 일주일 동안 성황리에 열렸다.
이번 전시는 남전 원중식 선생의 11주기를 맞아 전국에 흩어진 작품을 모은 서집·전각집 출판기념회를 겸하고, 이와 함께 기존 세 차례 유작전에서 발표되지 않은 작품과 시기별 작품 성향을 대표하는 작품 120여 점을 전시해 남전 선생이 평생 이룬 업적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시를 주관한 시계연서회 김인숙 회장은 “남전 선생님 타계 직후 생가와 유품을 정리하고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작품수집과 사진촬영에 매진한 결과 1,100여점이 넘는 작품과 500여점이 넘는 전각 자료를 수집할 수 있었다”며 “선생님의 1963년 국전 입선작부터 타계하신 2013년 7월까지의 50년 작업을 4권으로 엮었다”고 소개했다.
남전 원중식 선생은 신기와 재기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일필휘지로 명성을 얻은 검여 유희강 선생의 서체를 이어받아 자신의 독보적인 세상을 구축한 수제자로 일컬어진다. 그의 작품은 강인한 필력과 자유분방한 필치가 돋보인다.
인천 부평 출생으로 인천중, 제물포고, 서울대 농대를 졸업한 남전은 1958년 인천시립박물관장이던 검여 선생이 인천중고교 미술대회에서 2등을 한 남전에게 상을 주면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후 대학교 1학년 때인 1960년부터 검여에게 서예를 배우기 시작한 남전은 대학 재학 중인 1963년부터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4차례 입선하는 등 일찌감치 서예가로서 자질을 인정받았다.
남전은 검여와 함께 매일 인천과 서울을 지하철로 오가며 그의 서실 운영을 도왔고, 1968년 갑작스런 뇌졸중으로 검여 선생이 몸의 오른쪽을 쓰지 못하게 되었을 때도 그를 업고 다니며 보필했다. 그 덕에 검여 선생은 좌수(左手) 작품을 끝내 완성해 재기할 수 있었다.
남전 선생은 2008년 제1회 일중서예상 대상을 수상했으며 2010년 백악미술관에서 일중서예상 대상수상 기념 전시회를 열었다.
용비어천가(2003)
이번 추모전 전시 작품은 남전 선생의 1960년대와 1970년대 작품을 시기별로 골고루 선정했다. 특히 가로 780cm 세로 125cm의 대작 <용비어천>이 눈길을 끌었다. 2003년 인천국제공항이 개항했을 당시 제물포고 2년 후배가 개업한 식당(벽제갈비) 한 쪽 벽을 가득 채운 작품으로 2014년 ‘뿌리 깊은 나무’ 전시회에 출품됐다.
여유당기
2012년 다산 탄생 250주년을 맞아 경기도 파주 헤이리 8인전에 출품했던 4폭짜리 <여유당기>는 전서, 예서, 초서로 쓰고, 그 아래에 행서로 여유당기 서문을 쓴 작품이다. 김인숙 회장은 “남전 선생님은 1999년부터 채색을 많이 하셨는데 젊은 세대도 서예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채색과 다양한 서체로 시도한 작품을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색을 쓴 <천진난만> 역시 채색한 작품으로 현대적인 감각을 반영해 대구비엔날레에 출품한 회화적이고 해학적인 작품들 중 대표작으로 꼽힌다.
기굴 또 남전 선생이 돌아가시기 보름 전, 서울시립대학교 연묵회전에 출품하려고 작업한 <기굴>은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됐다.
한편 시계연서회(柴溪硏書會)는 근대 한국서예계의 거목으로 불리는 검여 유희강 선생의 인품과 서법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검여 선생에게서 수학한 소완재(蘇阮齋) 묵연회 회원과 검여 선생의 고제인 남전 원중식 선생에게서 지도 받은 서울시립대학교 연묵회 회원이 중심이 되어 1995년 3월에 만든 모임이다. 유환규_예당4
시계(柴溪)란 검여 선생의 출생지인 인천시 서구 시천동의 옛 이름인 시시내(柴溪)에서 따온 이름으로 선생은 시계외사(柴溪外史)라는 호를 사용하기도 했다.
김인숙 회장은 “시계연서회는 1962년 검여 선생님이 박물관장직에서 물러나 인사동 통문관 맞은편에 문을 연 연구실 ‘검여서원’에서 시작되었다. 2022년으로 60년을 이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계연서회는 1년에 한 번씩 남전 선생 전시와 회원전을 열고 있으며, 검여와 남전 선생의 홍보전과 더불어 묘소 참배, 장학사업도 펼치고 있다. 이정박_예당10
오는 8월에 제29회 시계서회전이 예정돼 있으며 2025년 6월 백악미술관에서 30회전을 앞두고 있다. 김인숙 회장은 “남전 선생님은 임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기초를 충분히 다지면서 법고창신을 당부했다. 현대 서단이 기본없이 흘러가는 것을 우려해 서예 기본의 중요성을 강조하신 것”이라며, “후학들도 서예의 근간을 이루는 서법을 중시하고 그 가운데 창신 할 수 있는 토대가 되도록 시계연서회가 열심히 활동하겠다. 아울러 선생님의 업적을 기리고 추모하는 일이 한국 서단과 문화예술계의 발전에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는 단체가 되겠다”고 말했다. 2024.4.9 한동헌 기자 <전시정보> 남전 원중식 서집출판 및 추모전 전시기간 : 2024년 3월 21일(목) ~ 3월 27일(수) 전시장소 : 백악미술관 전관 (서울 종로구 인사동9길 16) 문의 : 02-458-8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