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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캘리그라피

[Review]

2024-08-30
석경 이원동 부채그림전

대구 서예의 대표적인 문인화가로 외길을 걸어온 석경 이원동 작가의 부채그림전이 대구 중구 대봉동 갤러리토마에서 2024820()부터 27()까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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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만에 부채를 소재로 열린 이번 전시에는 홍매, 묵난, 황국, 풍죽 등 매난국죽(梅蘭菊竹) 사군자를 비롯해 여름철 부채 전시에 어울리는 능소화, 장미, 석류 등 여름 화초를 담은 부채 270점이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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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요철을 가진 부채 화면의 한계를 넘어, 합죽선에 꾸밈을 배제하고 담묵만으로 시원하게 그어 내린 활달한 필치와 문인화 진경을 경험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원동 작가는 대중에게 일반 서예 작품은 무겁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우리 문화의 일부를 차지해온 부채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소재라 부채그림전을 기획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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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한지를 접고 대나무 살에 붙여 직접 합죽선을 만들었다. 여기에 문인화의 격조에 맞는 화제(畵題)를 한글과 한문으로 담고 먹물의 번짐 효과를 활용해 추상성을 가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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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기간 내내 이원동 작가는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에게 친절하게 설명하며 화랑을 지킨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작품을 글로 옮겨 써놓은 것 보다 관람객을 적극적으로 직접 만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작업실에서 작품에 몰입할 때는 예술가의 본업에 충실해야 하지만, 밖으로 나갈 때는 관람객과 소통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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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설명과 함께 작품을 접한 관람객들이 작품 소장에 나서면서 전시는 작품 100여 점이 그 자리에서 판매될 만큼 성황을 이뤘다. 그는 작품을 둘러보고 직접 추천해 달라는 관람객들이 많았는데, 내가 추천한 작품을 가져간 경우는 열 점도 되지 않는다며 웃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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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가 독보적으로 마음이 간 작품은 간결한 난초 작품이었다고. 이 작품은 성주에서 온 서예애호가가 가져갔는데 집에서 보니 더 좋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전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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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동 작가는 서단이나 단체 활동을 하지 않은 지 오래됐지만 꾸준하고 성실하게 작품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 기간에도 하루 마감 후에는 스태프와 식사 후 화실로 가서 작품 작업을 계속했다. 그는 작업이 풀리면 하루에도 여러 작품이 나온다. 신명 나게 붓질을 하다 보면 그렇게 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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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석경 이원동 작가는 석재 서병오, 죽농 서동균에 이은 천석 박근술 선생을 사사하면서 대구 서예의 큰 줄기를 이어가고 있다. 37세에 첫 전시회를 연 이후 개인전과 단체전에 꾸준히 개최했으며 1998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하고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다. 지금은 해마다 다양한 주제와 재료로 개인전을 열고 있으며, 그의 작품은 국립미술관, 국회, 한국방송공사와 미국 예일대학 동양학연구소 등지에서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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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동 작가는 20253월 하순 예정된 다음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 붓으로만 간결하게 그려 수묵으로 그린 드로잉에 가까운 작품들이다. 그는 종이와 부딪히는 붓끝의 감각만을 손으로 느끼면서 간결하게 작업하고 있다, “붓끝 선으로 획을 모아서 괴석이 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선을 그을 때 힘차거나 여유 있거나 강하거나 약하거나 완급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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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서예 작품에 전통 서예와 현대 서예를 구분 짓고 있지만 긴장감이 떨어지고 큰 변별력이 없다. 집집마다 물건을 내놓고 파는데 다 똑같으면 팔리겠느냐조금이라도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후배 작가들을 향해 어떤 작품이 눈앞에 펼쳐지면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관객은 번개처럼 알아본다힘차고 에너지가 느껴지는 전시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024.08.30. 한동헌 기자

 

<전시정보>

석경 이원동 부채그림전

전시기간 : 2024820() ~ 827()

전시장소 : 갤러리토마

(대구 중구 달구벌대로44618-13)

문의 : 010-7688-5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