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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캘리그라피

[Review]

2024-08-30
김현미 전각전 6, <요철>

실험적인 전각 작품을 선보여온 녹원 김현미 작가의 여섯 번째 전각전이 대구 달서구 성당동 대구문화예술회관 26전시실에서 2024827()부터 91()까지 엿새 동안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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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철(凹凸)’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시리즈 작품 2점을 포함해 새로운 시도로 요철을 강조한 총 25점의 전각 작품이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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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원 김현미 작가는 지금까지 다섯 번의 전각전을 하면서 장법과 칼의 흔적을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돌이라는 자연 재료에 칼로 새길 때 나타나는 흔적은 돌의 성질에 따라 의도되지만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이것이 전각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김현미 작가는 그동안 칼의 흔적을 표현하는 방법을 찾고 칼의 흔적을 확장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 왔다. 전시 때마다 작은 인면을 새겨서 제작하는 전각작품의 크기를 확장하는 것에 많은 고민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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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는 우선 칼의 흔적이 주는 자연적인 효과를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재료에 대한 접근이 돋보인다. 새긴 음각에 종이죽과 석고를 밀어 넣고 굳힌 다음 떼어내는 방식으로 작업했는데, 칼이 지나간 흔적이 다시 매워져 돌출된 느낌은 새겼을 때와는 또 다른 투박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칼맛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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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종이죽이나 석고가 새겨진 선에 들어가면서 메워진 흔적은 칼이 자유롭게 지나간 예리함 보다 자연스러워 보인다새길 때 나타나는 우연적인 효과가 한인에서 나타나는 서툴러 보이면서도 투박한 느낌으로 전달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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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들에서 김현미 작가는 돌이 찍힌 인면이 주목되는 효과에도 집중했다. 작은 창을 낸 석고몰드를 만들고 전각과 어우러지는 색감으로 전체를 탁본했다. 작은 창 속에 단독으로 찍힌 인장에는 자연스럽게 그림자가 생겨 시선이 집중된다또 스컬프처 페인팅에 모래와 물감을 섞는 방식으로 질감이 살아있는 판을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다. 두 가지 방법 모두 인장이 주는 경직되지 않은 자연적인 느낌과 어울리는 화면 구성방법에 대한 고민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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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전각은 주로 3cm~6cm 내외의 작은 인장을 새기기 때문에 인장이 주목되려면 인장이 주가 되고 나머지 화면구성이 객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실크스크린이나 석고판, 도판(陶版)에 새겨 다양한 크기와 형태로 제작해온 작업은 이러한 고민과 한계를 다소 해소할 수는 있었지만 또 다른 접근이 필요했다흰 바탕에 인장은 인장이 돋보이기는 하지만 단독작품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화려한 화면은 오히려 맞지 않은 옷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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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작가는 아직 결과라기 보다 과정의 중간 정도 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전시라면서도 옛사람을 안 배우면 볼만한 게 하나도 없고, 옛사람과 똑같으면 어디에도 내가 없다[不學古人 法無一可, 竟似古人 何處著我)고 하였다. 전각은 분명 작은 돌 위에 드러나는 고유의 예술성을 지닌다. 나는 이 작은 인면의 차별화된 고유성을 고스란히 전하고 재료가 가진 특성을 놓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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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녹원 김현미 작가는 계명대학교 서예과를 졸업하고 동대학 미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계명대 경사를 거쳐 현재 경남대학교에 출강하고 있으며 경상북도 건축물 미술작품 심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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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대구문화예술회관 주관 올해의 청년작가에 선정된 이후 2010년 죽농서화대전 우수상, 2017년 통일서예대전 대상 통일부 장관상, 2019년 대구미술인의날 청년작가상, 2020년 평화예술제 대상 서울시장상을 수상하고, 개인전 6, 교남서단전 13, 띠실전 9, 일백헌 김현미 전각초대전 등에서 꾸준히 작품을 소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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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품은 2014년 금성출판사 3,4 미술교과서에 수록됐고, 2017년 대구미술협회 대구미술 100년사 (현대편)에 공저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2022년 지역작가 미술대여사업에 선정된 바 있으며, 현재 매일서예대전 초대작가,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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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작가는 이번 전시 이후 가을과 연말에는 이론을 정립하며 슴 고르는 시간을 가지겠다고 밝혔다. “이제 몇 해 남지 않은 50대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여러 이름으로 살아오면서 새로운 변화에 대한 도전보다 작업을 지속하는 데 조급해 쫓기듯 지내온 시간이었다. 이제는 긴 호흡으로 숨 고르기가 필요한 때다. 넓이와 깊이가 무르익고 흔들리되 휘돌리지 않을 앞으로의 시간 속에서 나의 작업도 더욱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4.08.30. 한동헌 기자

 

<전시정보>

김현미 전각전 6, <요철>

전시기간 : 2024827() ~ 91()

전시장소 : 대구문화예술회관 26전시실

(대구 달서구 공원순환로 201)

문의 : 053-606-6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