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일백헌, 갤러리 나무 컨템포러리, 그리고 베이징 798 정수예술공간의 협업으로 연출된 본 전시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각자 다른 컬러와 이념을 가진 갤러리들이 “예술의 공명”이라는 주제로 한,중 작가들의 미의식에 대한 시선을 이해하려고 하는 포용의 정신이 아니면 불가한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류민정 柳旼貞 / Tanha; Lift me up / 140×70cm
한국과 중국의 작가들이 예술적으로 공명하는 본 전시회는 두 나라의 지리적, 문화적 배경과 환경의 미의식이 주는 근소한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는 비대칭적 전시이다. 박영도 朴映度 / 무위자연 | 無爲自然 / 100×100cm
동양의 미술은 오랜 역사와 함께 진화해 온 ‘전통’이라는 가치를 중시해 왔다. 동양인의 서,화는 쓰고 그리는 기법과 색채의 사용에서 자연의 조화와 철학적 깊이를 염두해 두고 지면에 필획을 옮긴다. 인간과 사물과 자연이 결코 이분화 되어지지 않는다는 미의식이 수천년 동안 그 정신세계를 지배해 왔고 앞으로도 아마 그럴 것이다.
이길우 李吉雨 / 소멸된 생성 01509 | 已消失的生成 01509 / 550×660cm
동양의 예술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붓이라는 개념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동양인들은 일상 문자를 붓으로 쓰고 기록하고 그려 왔다. 요즘의 펜이나 연필처럼 친숙한 것이 바로 모필이었던 것이다. 나아가 동양의 그림에 대해 우선하여 알아야 할 것은 그것이 서예의 연장이라는 점이다. 동양의 전통적 감상자들은 미술품에 서예의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좋은 글씨를 쓰는 사람은 동시에 우수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었다.
임미숙 林美淑 / Mother’s Room with Haeju Half-Closed Storage Chest 1 / 120×70cm
과거의 회화들을 살펴보면 모두가 선의 회화이며 그 회화의 본질적인 형식을 이루고 있는 선은 모필의 운용 능력에서 자연스레 드러나는 선의 무게감으로 평가되고 감상되어졌다. 그 이유는 색채 위주의 작품에 단련된 획을 가미하여 가벼움을 채워주기 때문이리라. 따라서 그 본 바탕을 이해하지 못하고 동양의 그림을 접근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를 수도 있다.
정준식 鄭埈植 / 낡은번짐 | 古潤 37×35cm
다만, 현대의 회화는 동양의 어법이라 해도 소재나 재료가 한정적이지 않고 다변화되어 있기 때문에 모필의 운용 능력으로 그림을 평가하진 않는다. 전통의 질서를 중시하기보다 내면의 개념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점점 더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조용연 趙龍衍 / 수류화개 | 水流花開 / 35×27cm
본 기획에 초대된 중국 작가들의 작품은 전통과 현대의 조화에 집중되고 있으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미의식을 화면에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王巍 왕웨이 / 彝女 | 彝族의 여성 / 68×136cm
회화의 영역에서는 인물, 산수, 화조, 추상등 다양한 포지션의 작가들이 각자의 미적 흥분상태를 적절히 조율함으로 정중동의 요소가 과하거나 부족함이 없다.
蔡梦霞 차이멍샤 / 共鸣 | 공명 / 68.5×137cm
모두 모필의 운용을 중시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또한 한국의 민화라는 독특한 주제로 시작해 고전적 양식을 밑천 삼아 현재와의 대화를 시도하는 작가들의 실험정신도 눈에 띈다.
王清州 왕칭저우 / 一日看尽君子花 | 일일간지군자화 / 64.5×69cm
주제의 포인트 활용법도 신선하고 색채의 배분과 화면의 구성도 묘하게 구수하다. 특히 서예적 발상에서 기인된 현대적 추상표현은 전통 기법을 사용하여 감정을 표현하되 문자가 갖는 추상성에 더하여 무법의 법을 담아내는 데 중점 둠을 살펴볼 수 있고 현대 미술에서는 다양한 정보력과 기법과 재료들을 활용해 개인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경향이 강함을 엿볼 수 있다. 张永华 장용후아 / 寒深瑣翠间 | 한심쇄취간 / 68×69cm
예술의 공명. 한, 중 작가들의 시선은 두 나라의 문화적 충돌을 이해시키고, 서로의 예술적 표현 방식을 공유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분명 이로운 전시이다.
王勇 왕용 / 神仙吹笛奏乐 | 신선취작주악 / 34×45cm
본 기획전이 한, 중의 전통과 현대 미술을 비교하고 한국과 중국의 예술가들 간의 협업을 통해 서로의 문화에 대한 이해와 글로벌 미술계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徐万诚 쉬완청 / 袁桷诗意 | 원각시의 / 96×45cm
아울러 다양한 시각에서의 해석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길 바라는 마음과 예술가들 간의 협업과 소통을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교류되고, 글로벌 예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정체성을 살피는 알찬 전시가 되길 소망한다. 석태진 글씨21 대표/ 갤러리일백헌 관장
<전시정보> 예술의 공명 - 한·중 현대작가12인전 전시기간: 2024년 11월 16일 ~ 11월 22일 전시장소: 갤러리 나무 컨템포러리 (서울 종로구 북촌로 21-15) 기획: 갤러리 일백헌 주최: 갤러리 나무 컨템포러리 후원: 북경 798 정수예술공간, 글씨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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