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송 강덕원 초대전 <수파리>
고전을 바탕으로 높은 격조를 터득하여 무념과 소박함의 위대성 안에서 독특한 조형성을 추구해 온 예송 강덕원 작가의 작품전 <수파리>가 광주 북구 중흥동 ‘북구청 자미갤러리’에서 2024년 11월 18일(월)부터 29일(금)까지 열렸다.

광주 북구청의 자미갤러리 기획초대전으로 열린 이번 전시에는 한글 판본체 위주의 서예 작품 24점이 선보였다. 90세 넘어 등단해 2013년 101세 나이로 타계한 할머니 시인 시바타 도요의 잔잔한 감동을 주는 시와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고 보듬어 주는 글귀들이 그의 작품 속에 담겼다. 
강덕원 작가는 “이번 작품전을 통해 그동안 작업하고 쌓아왔던 한글의 기품 있는 조형과 감칠맛 나는 필획을 정리하고 마무리함과 동시에, 나름 깨트리는 작업을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의 단초가 되는 작품 몇 점을 함께 선보였다”라고 소개했다. 전시 주제를 ‘수파리(守破離)’로 정한 이유다. 
수파리는 예술적 성장과 발전의 단계를 설명하는 개념으로, 처음 배운 기본을 바탕으로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표현을 찾아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가장 낮은 단계인 수(守)는 법첩이나 고전에 들어가서 글자의 조형과 필획의 선질을 지키고자 노력하여 깊이 천착하는 것으로 예술의 기초 단계에 속한다. 그러나 그 법첩이나 스승에 들어가기도 무척 힘들어 많은 이가 가까워지지 못하고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 단계인 파(破)는 전통적인 틀을 넘어선 새로운 아이디어와 실험을 시도하는 단계다. 고전적인 서예 기법을 사용하면서도 그것을 깨트려 변형하거나 혁신적인 요소를 추가하는 경우이다. 이는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고 발전시키는 과정이다.

마지막 단계인 리(離)는 '틀을 떠난다'는 의미로 서예의 전통과 기법을 넘어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과 방법으로 새로운 조형을 창조하는 마지막 단계이다. 전통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 예술적 자유를 얻고, 자신의 고유한 방식으로 예술적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다.

소품 위주의 이번 전시 작품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작품은 310cm x 90cm 크기의 대작 ‘그대 빛고을이여‘이다. 대학 시절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처절하게 경험한 작가가 전두환 정권의 시퍼렇고 암울한 시대를 겪으면서 쌓아놓은 울분을 1988년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해에 토해 놓은 자작시이다. 
강 작가는 “공수부대에 대항하며 함께 시위하고 피 흘리고 넘어지고 끌려가던 처절한 모습들, 공수대가 퇴각한 후 무원의 고립 속에서 공권력 없이 보낸 10일간의 평화로운 대동 세상, 그리고 그 후로도 오랫동안 말 못하고 냉가슴 앓으며 보내던 엄혹한 5공 시절의 감정을 담아 써놓은 시”라며, “언젠가는 작품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늘 밀린 숙제처럼 마음 한구석에 응어리로 남겨두었다가 이번에야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종이도 칸을 따로 접지 않고 자유스럽게 써 내려가고자 했는데, 다소 긴 시라 한 먹색 한 호흡으로 단숨에 작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처음 시작에는 마음의 응어리가 가시지 않아 조금은 긴장감을 가지고 조밀하게 써 내려가다 중간 이후부터 그 응어리가 조금씩 해소되면서 글자도 커지고 항간도 넓어지고 먹색도 조금 담담(淡淡)하게 되었다”라고 자평하고, “전체 장법상으로는 아쉬운 감이 있지만, 글씨가 마음의 표현이고 환경을 담아내는 예술이다 보니 나의 마음을 잘 표현해주어서 그대로 전시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한글과 한문 5체를 두루 섭렵한 강덕원 작가는 한 작품 안에서 한문과 한글을 조화롭게 녹여내며 한문 작품의 낙관이나 협서를 한글로 풀어서 쓰는 작업을 서단에 처음 선보인 바 있다. 강 작가는 “20년 전 잡지「서예문화」에 한문이 익숙하지 않은 관객에게 다가가는 의미로 한글로 낙관하는 작업이 필요하고, 그렇게 한다면 대중도 서예에 대한 애정이 많아질 것이라고 기고한 적이 있다”며 “그것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예송 강덕원 작가는 전라남도전 첫 출품을 시작으로 전국무등미술대전 대상 수상과 예술의전당에서 주최하는 한국서예청년작가전에 4회 선발되었고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2회, 동아미술제 특선 등 여러 공모전에서 입상했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본전시에 수회 초대받았고 한중서법교류전 40여 회를 포함해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전, 국제서예가협회전, 삼문전, 연우회전, 동국서화학회전 등 굵직한 국제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심사위원장을 역임했고, 광주광역시 미술대전 운영/심사위원장, 어등미술대전 심사위원장, 개천예술제 심사위원장을 포함한 여러 공모전에서 심사위원장과 운영위원을 맡은 바 있다. 현재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강사, 국제서법예술연합 이사, 연우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며, 개인전 및 3인전(삼우전)을 수회 전시하고 국내외 그룹전을 300회 이상 개최했다. 
강 작가는 앞으로 예술의 성장단계인 수파리를 주제로 변화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줄 계획이다. 그는 “이번 전시는 수파리전에서 破의 시작을 알린 자리였다. 이제야 비로소 한글의 맛을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최종 목표인 離의 단계로 나아가는 여정에 큰 박수를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강덕원 작가는 이번 한글 판본체를 시작으로 궁체와 민체, 한문의 여러 서체를 차근차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4.12.04. 한동헌 기자 <전시정보> 광주 북구청 자미갤러리 기획초대전 예송 강덕원 초대전 <수파리>
전시기간: 2024년 11월 18일(월) ~ 11월 29일(금) 전시장소: 자미갤러리 (광주 북구 향토문화로 65) 문의 : 010-2008-7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