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를 바탕으로 캘리그라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온 한국캘리그라피연구소의 기획전이 서울 종로구 관훈동 더스타갤러리에서 2024년 11월 27일(수)부터 12월 2일(월)까지 열렸다. 
‘융합’과 ‘비가독성’을 전시 주제로 내세운 이번 ‘2024 한국캘리그라피연구소 기획전’에는 김은영, 김화신, 박경옥, 박설희, 백장현, 서인옥, 송정희, 신소라, 엄상은, 이미영, 이현주, 정경하, 진은주, 허정희 등 14명의 작가가 참여해 다양한 재료와 기법으로 작업한 캘리그라피 작품 38점을 선보였다. 

한국캘리그라피연구소 경현실 대표는 “서예 글씨가 반드시 읽혀야 하는가 하는 가독성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특히 조형미를 갖춘 한글은 오늘날 다양한 분야와 융합하며 다채로운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라며 “이번 전시는 '캘리그라피'라는 현대 서예를 기반으로 공부한 작가들이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활용해 캘리그라피의 표현 영역을 확장하는 시도를 담고자 했다. 이를 통해 서예의 현대적 발전을 모색했다”라고 소개했다. 


전시 작품에서는 다양한 재료의 융합과 낯선 기법의 시도가 눈에 띈다. 문자로서 의미를 전달하는 한글의 목적을 넘어서 글씨 자체의 추상성을 적극 활용한 작품들이다. 
설희 박설희 작가의 '달빛'은 아크릴과 먹물이라는 동서양의 재료를 융합해 작업했다. 아크릴로 달 항아리를 그리고 여백에는 먹으로 한글이 가진 조형미를 무늬처럼 적용했다. 
조선시대 ‘백수백복도(百壽百福圖)’에서 모티브를 얻은 묵밭 신소라 작가의 '복'은 한자 ‘福’자 대신 한글 ‘복’자를 반복한 작품이다. ‘복’자를 쓴 종이를 여러 장 겹쳐서 조형성을 가지면서 동시에 ‘복이 쌓인다’는 의미를 담았다. 
혜안 엄상은 작가의 ‘쉼표’는 보드를 불로 태워 작업했다. 불 태우는 행위는 고도의 집중도가 필요하고 그 결과는 불확실하다. 삶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작가의 관조적인 태도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쉼표’는 삶의 여러 행위 가운데 글씨를 쓰는 행위는 삶의 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경현실 대표는 “처음에는 캘리그라피의 다양한 재료 융합과 비가독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는데, 전시가 거듭되면서 동참이 늘고 캘리그라피의 방향성에 대한 공감이 이루어져 의미 있는 전시였다”라고 평가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외국인 관람객을 중심으로 작품 판매도 활발하게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경 대표는 “한국 문화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시기에 캘리그라피가 공감 받고 작품으로 인정받는다고 생각했다”라며 “캘리그라피가 한국 서예 발전에 기여하며 새롭게 열어갈 예술적 가능성을 확인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캘리그라피연구소는 2009년 충북 청주시 상당구에서 경현실 대표가 설립한 ‘캘리인’이 모태가 됐다. 조합을 만들고 강의를 하면서 초기 캘리그라피의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해 왔다. 이후 캘리그라피가 차츰 대중화 되었지만 본질과 발전 방향이 맞는지, 서예의 철학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 고민하다가 체계적인 연구를 할 목적으로 2014년 한국캘리그라피연구소를 개설했다. 2018년에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서울사무실도 열었다.

현재 연구소에는 글씨를 쓰는 것을 넘어서 캘리그라피를 통해 심리적 안정과 자신감을 느낀 경험을 나누며 캘리그라피의 가능성을 넓히려는 각계 인사들이 모여 활동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자신의 글씨를 연구하고 수련하며, 전시를 열어 작품을 발표하기도 한다.

경현실 대표는 “‘몽작’이라는 공부모임에서 매일 글씨를 쓰는 챌린지를 이어가고 있다. 캘리그라피를 공부하겠다는 마음만 있고 혼자 하기 어려운 면이 있는데, ‘몽작’은 같이 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격려하며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한국캘리그라피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우당 경현실 대표는 경기대학교 서예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으며, 2023년부터 경기대 서예학과에서 후학을 양성해 왔다. 또 충청대 시각디자인학과와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외국인을 포함해 학생들에게 캘리그라피를 가르치고 있다. 
경현실 대표는 한국서가협회 현대서예부문 캘리그라피 분과 심사위원과 위원장으로 활동했고, SK텔레콤, 일동제약, 대우건설 등 여러 기업의 광고에서 글씨 작업에 참여하고, KBS 문화현장, MBC 생방송 전국시대, SBS 생방송 투데이, 현대HCN충북방송 '나도야 멋객' 등 여러 방송에 출연해 캘리그라피를 소개한 바 있다. 
2011년부터 2년 마다 회원전을 개최해 온 한국캘리그라피연구소는 2025년 9월 24일부터 여섯 번째 정기 회원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또 캘리그라피 기법과 관련된 내용을 학술적으로 연구한 결과물을 엮어 책으로 출간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경현실 대표는 “회원들이 주변 지인, 가족으로부터 캘리그라피 작업 후 성격이 차분해지고 온화해지고 즐거워하고 밝아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라며 “캘리그라피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해지도록 연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행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2024.12.21. 한동헌 기자 <전시정보> 2024 한국캘리그라피연구소 기획전
전시기간: 2024. 11. 27(수) ~ 12. 2(월) 전시장소 : 더스타갤러리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37-1) 문의 : 010-2971-216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