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서체를 응용해 자유로운 서예 작품을 선보여온 청곡 김춘자 작가의 초서전 ‘청곡소요초전’이 서울 종로구 관훈동 백악미술관 2,3관에서 2024년 12월 26일(목)부터 2025년 1월 1일(수)까지 일주일 동안 열렸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의 자작시를 포함해 초서 작품 47점을 선보였다. 김춘자 작가는 “그동안 공부한 초서를 정리하는 의미로 초서만으로 전시를 준비했다”면서, “초서는 여러 서체 중에서 작가의 감정을 자유분방하고 생동감 있게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하다. 밀고 당기는 운율(韻律)이 있고 대소(大小), 강약(強弱), 윤갈(潤渴), 비수(肥瘦), 소밀(疏密) 등 자연의 조화와 음양의 이치를 응용한 모든 필법과 장법이 망라되어서 변화가 무궁하다”라고 소개했다. 
遊無極之野 / 35×124cm
전시 작품에는 일반적으로 초서를 이해하기 어려워 한다는 점을 감안해 초서에 전서를 접목시켜 회화성과 장식성을 높인 작품들이 주목 받았다. 
海 / 30×62cm
‘바다 해(海)’는 삼수 변을 초서로 쓰지 않고 금문에 있는 물을 그렸다. 왼쪽은 전서로 오른쪽은 초서로 구성한 것이다. ‘등고산이망사해(登高山而望四海)’ 역시 뫼 산 자를 초서로 쓰지 않고 금문에 있는 산을 그리고 바다 해 자의 삼수 변을 물처럼 표현했다. 김 작가는 “한 글자 안에서 변과 방에 전서와 초서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한 문구에서도 전서와 초서가 만나게 했다”라고 덧붙였다. 
登高山而望四海 / 30×150cm
작품 안에 산과 물이 있고 특히 전서로 물 수를 많이 쓰다 보니 전시장에서는 ‘물수전’ 같다고 말하는 관람객들이 많았다. 그만큼 금문이 가진 회화성을 활용해 장식성을 잘 드러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김 작가는 “상형문자에서 한자가 왔는데 서화동원(書畵同源)의 맥락에서 볼 수 있다”면서, “처음에 전서, 특히 금문에 매료되었던 것은 회화성 때문이었다. 그 회화성이 장식성이 된 것이다. 회화성을 가진 그림이 집에 친근한 장식으로 걸려 있는 것과 같다. 서예, 특히 초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반대로 장식성을 내재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藝 / 44×58cm
장식성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으로는 ‘흥(興)’을 꼽을 수 있다. 예술에서 흥취는 작품 만큼 중요하다는 것이 김 작가의 생각이다. 작품 ‘흥’은 필법도 다르게 작업했다. 보통 붓 끝에 먹물을 찍는데, 여기서는 붓 중간에 먹물을 떨어뜨렸다. 글자의 처음은 담묵으로 시작하지만 먹물이 차츰 밑으로 내려오면서 글자의 끝에서는 농묵으로 바뀐다. 
興 / 62×60cm
푸른 종이에 쓴 ‘심여수(心如水)’는 잘 되고 못 되는 것이 가려지지 않는 '불계공졸(不計工拙)'에 가깝다. 보통 작업을 할 때는 먼저 구상을 하는데 이 작품은 어떤 구상이나 의도 없이 즉흥으로 마음 가는 대로 작업했다. “예술, 특히 서예는 마음을 담아내는 예술이다. 작품 할 때 자신과 대화를 많이 하기 때문에 즐겁다. 붓을 들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지금 내 마음은 어떤가, 어떤 마음이고 싶은가.” 김 작가는 ‘상선약수(上善若水)’, 최고의 선은 물이라고 하는데, 자신의 마음이 깨끗하고 유연한 물과 같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심여수’를 썼다. 
心如水 / 37×70cm
깨끗한 맑음이 지극하면 빙하처럼 푸른 색이 되는 것을 생각해 푸른 종이에 작업하면서, ‘심여’는 초서로 쓰고 ‘수’는 물을 형상화해 물이 흐르는 것을 전서로 표현했다. 작가는 “초서에서는 심 자 가운데 점을 찍지 않는데, 마음은 굳건하게 갖겠다는 뜻으로 망설임 없이 점을 찍었다”라고 덧붙였다. 
日日新·33×60cm
또 하나 주목할 작품은 ‘일일신(日日新)’이다. ‘심여수’와 반대로 이 작품은 철저하게 구상해서 작업했다. 첫 번째 일 자는 ‘직’으로, 두 번째 일 자는 둥근 ‘곡’으로 쓰고, 마지막 신 자는 ‘유정선’이 되도록 리듬감과 율동성 있게 표현했다. 작가는 “음양론의 원과 방, 직과 곡이 자연스럽게 만나 어울리게 하고, 마지막 신 자는 날마다 새롭게 살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라고 설명했다. 
聞柳幕鶯歌 - 自作詩 / 137×35cm
한편 전북 전주에서 태어난 청곡 김춘자 작가는 전주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에서 문학석사를,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유학과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4년부터 서예에 입문하여 반세기를 붓과 동행한 그는 전라북도서예대전 대상, 대한민국서예대전 대상을 수상했으며, 여덟 번의 개인전과, 중국호북미술학원 초청전, 한·중 서법교류전, 2019부산서예 BIENNALE 세계서화명가홍예전, 中·日·韓 당대서법명가초청전 등 여러 초대전과 단체전에 출품했다. 
대한민국서예대전 운영위원, 대한민국 청년서예대전 심사위원, 한국서예문화학회 회장 등을 거쳐 현재 한국서예협회 이사, 서울서예협회 이사, 한국서예학회 이사, 동양예술학회 이사, 삼청시사 부회장, 한국서예가협회 수석부회장을 맡아 한국 서예의 발전과 확산을 위해 애쓰고 있다.

風月吟 - 自作詩·68×68cm
김춘자 작가는 “자유롭게 마음대로 작업할 수 있는 우연욕서(偶然欲書)가 빛을 발하려면 정해진 틀 속에서 또 갈고 닦아야 한다”면서 “2025년에는 소속 단체 전시에 더 나은 작품을 출품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새해에는 황산곡의 이백억구유시를 중심으로 고전 임서에 주력해 나의 초서를 발전시키고 또 명시를 외우며 한시 창작에도 힘쓰겠다”라고 밝혔다. 2025.2.20. 한동헌 기자
<전시정보> 청곡소요초전
전시기간: 2024. 12. 26(목) ~ 2025. 1. 1(수) 전시장소 : 백악미술관 2,3관 (서울 종로구 인사동9길 16) 문의 : 02-734-4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