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바람에서 영감을 얻는 제주 출신 융합서예술가 한천 양상철 작가의 개인전 <제주, 생각하는 바람>이 제주도 제주시 조천읍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 1층에서 2024년 11월 12일(화)부터 2025년 2월 23일(일)까지 성황리에 열렸다.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국갤러리 기획전으로 열린 이번 전시는 전통 서예 작품을 다룬 ‘바람의 터’와 현대 융합서예 작품을 소개한 ‘바람의 생각’ 두 섹션으로 나누어 다채로운 작품 50점을 선보였다. 전시 작품에는 높이 4m 폭 11m 작품 2점을 포함해 먹과 아크릴로 회화성을 드러낸 100호 작품 9점, 60호 작품 4점 등 대작 작품들이 대거 출품돼 눈길을 끌었다. 
양상철 작가는 “오백장군갤러리 1층 전시장이 매우 커서 대작 전시를 하고 싶었는데, 마침 초대받아 기획전을 준비했다”면서 “제주 바람과 초서는 유관된다. 이번 전시는 제주의 자연과 제주인의 삶을 주제로 제주의 자연환경을 ‘바람의 터’로 그 곳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바람의 생각’으로 나누어 구성했다”라고 소개했다. 
양상철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첫번째 섹션 ‘바람의 터’에 대해 “제주의 풍광은 아름답고 제주인은 근면하지만, 인간의 무한한 탐욕과 경쟁심은 인간성을 상실시키고 분별없는 문명의 발달은 자연을 훼손한다”라고 지적하고, “자연과 인간의 ‘공생의 가치’를 일깨워 주는 도위부쟁(道爲不爭)의 노자 사상을 통해 ‘제주의 자연과 제주인의 삶’을 생각한다”라고 적었다. 
또 두번째 섹션 ‘바람의 생각’에 대해서는 “제주의 역사는 바람에 순응하고 저항했던 도전의 역사다. 제주인의 정체성은 풍토적으로 바람에 있다”라며, “사람의 생각은 바람처럼 변화가 심하다. 행복과 불행이 교차하는 일희일비의 바람 같은 생각들을, 부드럽고, 빠르며 때론 거칠고 묵직한, 그러나 한 순간이고 마는 생각들을 일필의 붓질에 얹었다”라고 덧붙였다. 
류철하 미술평론가는 양상철 작가를 “시대와 함께 하는 서예의 생명력을 위해 동서양의 재료를 융합해 과감한 형식실험을 진행한 혁신가”라고 평가하고, “자신의 융합서예를 위해 보다 과격한 실험을 지속하고 있는데, 현대미술을 접목한 ‘촉각적인 시각성’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을 제작한다. 현대재료의 물질적 융합, 곧 ‘촉각적인 가시성’ 위에 고대 추상과 문자조형의 직설적 충돌이 빚는 미적 의미를 실험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양상철 작가는 바람 많은 제주의 풍토와 거친 토양과 같은 질감을 주기 위해 제주석 돌가루에 석고를 섞어 회화재료로 사용한다. 석고분이 마르기 전에 빠른 속도로 칼이나 송곳으로 그은 획은 굵기와 묘미를 살리기도 하고, 그 속도로 예측할 수 없는 색의 혼합과 효과를 끌어내기도 한다. 
목판위에 혼합재료로 만든 작품 ‘제주 이야기-1’은 두껍게 바른 석고 반죽 위에 무작위하게 휘두른 붓 자국과 석고 면을 긁어 표현한 태양, 산, 바다, 노루, 제주해녀 등이 새겨져 있다. 생생한 삶이 출렁이는 컬러풀한 세계와 청색 염료로 거칠고 드세게 표현한 산과 물길의 조형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폭 5m 크기의 천 위에 먹과 아크릴로 제작한 야외 현장 서예작품 ‘노자와 산방굴사(山房窟寺)’는 대필(大筆)로 비바람을 피해 굴에서 수도하는 인간을 형상화해 강렬한 인상이다. 붉은 먹으로 쓴 공(空)과 허(虛), 무(無) 등의 글자가 텍스트로부터 부유하듯 공간이미지를 장악하고 있는데, 인간의 생존과 이념의 취약성을 여실히 나타낸 행위성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또 캔버스에 혼합재료로 만든 문자구성 ‘여름날의 정방폭포’는 폭포의 시각적 요소를 형식화한 작품이다. 정방폭포와 내리쏟는 물방울이 만든 다양한 현상과, 비와 안개, 연기, 무지개와 반쯤 갠 하늘, 옆으로 흘러 지면으로 흐른 물줄기 등을 표현하기 위해 작가는 한 글자씩 묘사를 강조했다. 색상의 차이와 글자의 변형을 통해 폭포의 물방울과 떨어지다(落), 희끗희끗 비치는 흰 빛의 공백 등 폭포의 현장감과 사실성, 회화적 조형을 실험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류철하 평론가는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미적 표현력을 위해서는 ‘전방위적 사고’로 접근하여 융합을 이뤄내는 것이 중요하다. 양 작가가 말한 ‘전방위적 사고’는 동서양 미술양식의 전반적 수용을 말하는 것이며, 이는 형식의 해체와 새로운 미의 탄생을 뜻한다”라며, “양 작가는 이러한 융합적 사고에 기반한 예술행위의 실천가란 의미에서 자신을 ‘융합서예술가’라 부른다. 서예의 고유한 숭고미를 넘어 ‘대중과의 소통’이라는 작가의 생각은 시대성을 잃은 서예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려는 현실감각에서 비롯되었다”라고 풀이했다. 
양상철 작가는 스스로 융합서예에 대해 방법적으로 지필묵 이외에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고, 미술, 건축, 음악 등의 주변 예술을 혼용하여 미적 다양성을 갖춤으로써 현시대적 예술성을 지향하는 서예라고 정의한다. 그는 “현대성이라는 이름으로 시도된 여러 가지 표현방법이 서예적 표현의 한계를 초월한다. 이것은 ‘글씨로 읽는 그림’이거나 ‘그림으로 보는 글씨’일 수도 있다. 이러한 시도들이 우리시대의 담론인 서예의 ‘동시대성을 구축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한천 양상철 작가는 제주에서 태어나 중학교 때 소암 현중화 선생을 만나 서예를 배웠고 제주대학교에서 건축공학석사를 취득하였으며, 이중섭과 청강 김영기 등 미술계의 명성과 인연을 통해 일찍이 문화예술의 풍부한 자산을 흡수하며 성장했다.
초대 개인전 20여회, 국내외 전시 400여회에 출품했고, 한문 행초서로 한국서가협회 초대작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예술의 전당 서예관, 중국 장해미술관, 제주도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성균관대박물관 등이 소장하고 있다. 
저서 『기억의 시간과 몸짓』 등이 있으며 서예월간지에 현대미술로서의 ‘서예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논고’를 2년간 연재하며 융합서예론을 알리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박물관 미술관 진흥위원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원이며 제주원도심(한짓골) 완소재에서 서예의 동시대성을 구현하기 위해 전통서예를 중심으로 미술, 건축 등을 융합하여 다원화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양상철 작가는 “서예는 인간의 정신성을 중시하는 예술이지만 정신적 숭고함만으로 예술로서의 지위나 대중성을 확보시켜주지 못했다”라고 지적하고, “서예의 미래는 어떻게 예술로서 우리시대에 녹여져야 하느냐에 달려있다. 서예도 ‘모순의 논점’을 초월하여 융합하는 자세와 시대미를 읽는 지식과 미래를 보는 혜안이 요구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건축가이기도 한 양 작가는 2025년 조각과 서예, 건축을 묶은 조형물 작업을 계획하고 있으며, 서예와 사진이 만나는 콜라보 작업과 유명 회화가와 함께 크로키 선과 서예선이 만나는 작업도 예정하고 있다. 2025.2.24. 한동헌 기자 <전시정보> 2024 오백장군갤러리 기획전 한천 양상철 개인전 <제주, 생각하는 바람>
전시기간: 2024. 11. 12(화) ~ 2025. 2. 23(일) 전시장소: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 1층 (제주도 제주시 남조로 2023) 문의 : 064-710-77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