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서예의 뿌리와 미래를 잇다

서울 북촌서 열린 「2025 경남서예 필묵정신전」

서울 종로구 북촌에 위치한 갤러리 일백헌에서 9월 19일부터 25일까지 「2025 경남서예 필묵정신전」이 개최됐다. 이번 전시는 글씨21의 기획으로 마련된 초대전으로, 경남 서예계의 역량있는 작가 9인을 초대한 전시회로 전통 서예의 정신과 현대적 감각을 아울렀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남은 한국 서예사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지역이다. 진주, 통영, 밀양 등지에서 이어진 서예의 전통은 학문적 글씨와 예술적 글씨를 함께 아우르며 면면히 계승돼 왔다. 특히 조선시대 명필들이 남긴 학풍은 오늘날까지도 서예가들의 정신적 자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경남 서예의 역사적 뿌리와 정신적 맥락을 되짚는 자리였다. 단순히 과거의 전통을 기념하는 차원을 넘어, 서예가 한국 문화예술 속에서 어떻게 변용되고 발전해왔는지, 또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를 모색하는 의미 있는 시도였다.

이번 전시에는 곽정우, 박금숙, 박원제, 박정식, 신정범, 윤효석, 이병남, 이병도, 조현판 등 아홉 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곽정우와 박원제, 박정식은 전통 서체의 법도를 충실히 따르며 정통 서예의 미학을 보여주었다. 고전적 필법에 바탕을 두되, 자신만의 기품 있는 필치를 통해 서예 본연의 힘과 무게를 전했다. 더불어 서예와 회화적 요소를 결합해 현대적 미감을 강조 하기도 했다.

박금숙, 윤효석은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작품 세계로 주목을 받았다. 전통적 글씨 형식에서 벗어나 현대 미술과 접목한 표현은 서예의 가능성을 확장시키는 시도로 평가됐다. 추상적 획과 화면구성, 오브제에서 드러나는 실험작들은 서예가 단순히 쓴다는 행위 이상의 조형예술임을 구현해 냈다고 볼 수있다.

이병남과 이병도는 문학성과 기법적 변화를 아우르며, 작품을 통해 글씨가 단순한 시각예술을 넘어 사유와 감정의 매개체임을 보여주었다.

신정범, 조현판은 전통 서예의 외연을 넓히는 작품을 선보였다. 문자와 조형적 실험이 결합된 그들의 작업은 한글서예가 지니고 있는 본성이 충실했을 뿐아니라 전통미와 현대미를 아울렀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가들의 개성이 뚜렷한 작품들은 한자리에 모여, 경남 서예의 다양성과 현재적 생명력을 관람객들에게 강렬히 전달했다.

이번 전시는 서예가 과거의 예술로만 머무르지 않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강력한 표현 수단이자 정신문화의 핵심 요소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디지털과 인공지능의 시대 속에서 손글씨와 먹의 정신은 아날로그적 향수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내면을 담아내는 고유한 예술로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참여 작가들의 작품에서 나타난 실험성과 현대적 감각은 서예가 젊은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문자 본연의 아름다움에 머무르지 않고, 추상미술과 설치미술적 요소와 결합한 다양한 시도들은 서예가 동시대 예술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이번 전시는 경남 서예의 역사와 현재를 동시에 조망하며, 한국 서예 전체의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전통 계승과 현대적 해석, 두 축을 바탕으로 서예가 한국 예술문화의 중요한 한 갈래로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2025 경남서예 필묵정신전」은 단순한 전시회가 아닌, 한국 서예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문화적 가교였다. 글씨21의 기획과 갤러리 일백헌의 공간 속에서 만난 아홉 명 작가들의 작품은, 관람객들에게 먹과 붓, 그리고 글씨 속에 담긴 정신의 깊이를 새삼 일깨워 주었다.

경남에서 시작된 서예의 맥은 이제 한국 서예의 미래로 이어진다. 이번 전시가 보여준 전통과 실험, 사유와 조형의 결합은 앞으로 서예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글씨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