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21

글씨와 놀다. 매거진 '글씨 21'

서예·캘리그라피

[Review]

2025-09-26
글씨로 엮어낸 우리의 시간들 / 전시 9.2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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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로 엮어낸 우리의 시간들

인사동 더스타 갤러리, 몽작 캘리그라피 연구소 첫 그룹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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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자리한 더스타 갤러리에서 특별한 잔치가 열렸다. ‘몽작(夢作) 캘리그라피 연구소소속 작가들이 선보이는 첫 그룹전 글씨로 엮어낸 우리의 시간들 이 막을 올리며, 전시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삶의 위로와 따뜻한 성찰을 건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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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누구나 상처와 고단함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때 누군가의 한마디, 작은 글귀가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지요.”

이번 전시는 바로 그 순간들을 포착한다. 작품에는 커피 한 잔의 따뜻함, 바닷가의 파도, 불현듯 들려온 노랫소리처럼 일상의 소소한 장면이 글씨와 함께 담겼다. 관람객들은 작품 속 글귀를 통해 자기 삶을 떠올리며, 마치 작가가 내밀히 건네는 위로의 손길을 받는 듯한 경험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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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라피 연구소 몽작은 얽히고 설킨 선으로 표현된 한글 ()’에서 비롯됐다. 이는 곧 삶 속 인연과 연결을 상징한다. 전시의 지도를 맡은 경현실 작가는 이번 전시는 단순한 글씨 연습이 아니라, 글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위로하는 과정이라며, “작품이 곧 삶의 기록이자 치유의 아카이브가 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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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형식은 놀라울 만큼 다양하다.

포장지 위에 쓰인 글귀는 마치 선물처럼 다가와 오늘 하루도 선물 같은 시간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낙엽과 들꽃을 붙인 종이 위의 글씨는 자연이 주는 위로를 시각화한 듯 하다. 또한 흑백 사진과 결합된 짧은 문장들은, 차가운 도시 풍경 속에서도 삶의 온기를 발견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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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은 때로는 단정한 정자체로, 때로는 자유분방한 붓놀림으로 감정을 풀어냈다. 중요한 것은 글씨의 기교가 아니라, 거기에 담긴 삶의 무게와 온기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참여 작가들은 이번 전시에서 자신들의 일상을 솔직히 드러냈다.

커피 향이 번지는 순간, 마음이 가장 편안해집니다.”

파도 소리에 맞춰 글씨를 썼더니, 오래된 상처가 씻겨 나가는 듯했지요.”

불법 개밥집 앞에서 들려온 노랫소리가 내게는 인생의 전환점이었습니다.” 등의 소재들은 소박한 삶의 노래 가락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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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 장모 씨(45)짧은 문장이지만 마음속 깊은 곳을 건드린다, “특히 괜찮아, 괜찮아라는 글귀를 보고 그동안의 고단함이 풀리는 듯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관람객 성모 씨(21)한글이 이렇게 따뜻한 예술 언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글씨가 그림보다 더 깊은 울림을 주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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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작은 카드 작품은 관람객들이 직접 한 장씩 읽으며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 이는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참여형 위로의 장이 되었고, 많은 이들이 작품이 아닌 나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 같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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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를 이끈 경현실 작가는 오랜 시간 한글 캘리그라피와 디자인 작업을 병행해 온 베테랑이다. 그는 글씨를 단순한 미적 장식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언어, 마음을 치유하는 도구로 바라본다. 작가는 작가들이 각자의 경험과 상처를 글씨로 표현하면서, 그 자체로 회복의 시간을 누리고 있다, “관람객 또한 그 과정을 함께 공감하며 따뜻한 위로를 받아 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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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로 엮어낸 우리의 시간들은 화려하거나 거대한 전시가 아니다. 그러나 바로 그 소박함이야말로 전시의 힘이다. 짧은 글귀 하나, 작은 종이 한 장이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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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안내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작은 순간들이 모여 언젠가 특별한 작품이 된다.”

이번 전시는 그 문장을 그대로 증명한다. 인사동 더스타 갤러리에서, 관람객들은 저마다의 삶을 다시 떠올리고, 글씨 속에서 잊고 있던 온기를 발견한다. 글씨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사람을 이어주고 위로하는 예술임을 새삼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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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문장 하나가 삶을 바꾸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이번 전시가 그것을 증명했다. 글씨는 더 이상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곧 위로이며, ‘연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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