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과 사유를 담은 문자 회화
김봉석 개인전 ‘시각적 사색’
울산의 대표적인 서예 작가이자 울산미술협회장을 역임한 김봉석 작가가 오는 11월 4일부터 15일까지 천상 울주문화예술회관 채움갤러리에서 개인전「시각적 사색」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문자’와 ‘심상(心象)’의 경계를 넘나들며 회화적 언어로 확장된 서예의 세계를 보여준다. 작가는 ‘마음심(心)’이라는 한 글자에 천착해, 단순한 문자 형상이 아닌 내면의 감정과 사유의 궤적을 시각적으로 풀어냈다.
김봉석 작가의 화면은 먹의 질감과 붓의 운동성이 강조된 간결한 구성으로, 문자 본래의 의미를 해체하면서도 그 형상을 통해 정서적 울림을 전달한다. 검은 붓의 굵고 거친 획은 작가의 호흡과 의식의 흐름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여백은 마치 사유의 공간처럼 고요한 긴장감을 품고 있다.
그가 반복적으로 탐구하는 ‘心’ 자는 단순한 문자 단위가 아니라, 인간의 내면과 감각을 시각적으로 번역하는 하나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작가는 이를 ‘1의 대음계에 대응하는 시각적 기호’라 정의하며, 문자로서의 ‘심’이 아닌 ‘마음의 형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김봉석은 전통 서예의 엄격한 문법을 기반으로 하되, 그 틀을 과감히 확장시켜 동시대 회화의 조형언어와 결합한다. 먹과 붓의 물성을 유지하면서도 화면 구성은 절제된 색면과 평면적 리듬을 띠어 현대적 감각을 드러낸다. 그의 작품들은 서예의 수행성과 회화의 직관성이 맞물려, 문자와 회화,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든다.
작가는 “글자를 쓴다는 것은 곧 마음을 그린다는 일이며, 문자라는 형식 안에 감정의 진동과 시간의 흔적을 담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러한 태도는 단순한 문자 표현을 넘어 ‘서예적 회화(書畵)’라는 독자적 조형 세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 제목인 「시각적 사색」은 김봉석의 예술관을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문자로 시작해 회화로 확장된 그의 작업은, 보는 이로 하여금 ‘읽기’보다 ‘느끼기’로 전환하도록 이끈다. 이는 문자와 의미, 시각과 사유의 관계를 탐색하는 과정이자, 감각적 사색을 유도하는 조형적 실험이다.
전시된 작품들은 10호에서 150호에 이르는 다양한 크기로 구성되며, 동일한 ‘心’ 자를 주제로 하면서도 획의 방향, 속도, 농담의 차이를 통해 각기 다른 감정의 파동을 드러낸다. 일부 작품은 연작 형식으로 구성되어 시간의 흐름과 감정의 변화가 한 화면 안에 공존한다.
김봉석 작가는 계명대학교 서예과를 졸업하고, 이후 울산 서예계에서 꾸준히 활동해 온 중견 작가다. 그는 전통 서예의 기초를 탄탄히 다지면서도 현대미술의 조형 언어와 결합해 새로운 형식을 모색해왔다. 2016년부터 ‘시각적 사색’이라는 주제 아래 꾸준히 회화적 서예를 선보였으며, 이번 전시는 그 10년간의 탐구가 응축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서예는 문자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의 내면과 감정이 드러나는 가장 원초적인 행위”라며, “획 하나하나가 마음의 움직임이자 시각적 사유의 기록”이라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서예 전시를 넘어, 인간 내면의 심상을 시각적으로 탐구하는 미학적 여정이다. 관람객은 익숙한 문자 형상 속에서 감정의 흐름과 여백의 긴장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으며, 문자와 회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의 실험정신을 마주할 수 있다.
김봉석의 ‘심’은 하나의 글자가 아니라, ‘보는 마음’이자 ‘그리는 생각’이다. 그것은 감정이 시각으로 번역되는 지점이며, 회화가 다시 마음의 언어로 환원되는 과정이다.
-글씨21-
전시 정보
김봉석 개인전 「시각적 사색」
-기간: 2025. 11. 04(화) – 11. 15(토)
-장소: 천상 울주문화예술회관 채움갤러리
-문의: 052-980-22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