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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와 놀다. 매거진 '글씨 21'

서예·캘리그라피

[Preview]

2025-11-12
우송헌 김영삼, 우매전(友梅展) / 전시 11.26-12.02

매화와 우정의 시간, 
느림의 가치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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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송헌 김영삼 ‘우매전(友梅展)’ 인사아트프라자에서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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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화가 우송헌(愚松軒) 김영삼이 오는 11월 26일부터 12월 2일까지 인사아트프라자 그랜드1관에서 ‘우매전(友梅展)’을 개최한다. 
전시 제목 ‘우매(友梅)’는 ‘매화를 벗삼다’라는 뜻과 동시에 작가의 호 ‘우(愚)’와 겹쳐지며, 한길을 묵묵히 걸어온 시간의 기록을 함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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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매화 회화 작품과 친구와 함께 나눈 시를 바탕으로 한 한글서예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오픈 당일 오후 4시에는 축하 공연과 작가 퍼포먼스가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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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에게 매화는 단순한 자연의 소재가 아니다. 매일 새벽 붓을 들고 시를 나누는 오랜 벗처럼, 해마다 찾아가는 여정 속에서 동행하는 생명의 표상이다. 
작가는 지난 십여 년 동안 전국 각지의 명매(名梅)를 실견하며 그 변화와 생장을 기록해왔다. 겨울의 끝에서 피어나는 매화 가지의 굽이진 선, 고목의 상처 위에 돋아나는 새 꽃눈은 그에게 시간이 빚어낸 의지와 아름다움이다. 그는 이 축적된 시간을 ‘우송매(愚松梅)’라는 이름으로 정립하며, 매화 속에 서린 삶의 태도—기다림, 절제, 회복을 탐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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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크게 두 파트로 나뉜다. ‘1부 우송헌의 매화’에서는 작가가 지난 10여 년을 건너오며 관찰한 매화의 서사를 화면에 담아냈다. 
검은 수묵의 깊은 질감과 자유로운 선은 생명의 에너지가 분출되는 듯한 생동감을 전하며, 공간을 가르는 여백과 농담의 대비는 자연의 시간성을 응축한다. 그 선과 형세는 마치 인간의 굴곡진 삶을 닮아 있다. 
부러지고 다시 돋아나는 가지를 통해 작가는 “생명은 시간을 품고 나아가며, 그 느림 속에서 더욱 깊어진다”는 메시지를 관객에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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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함께 쓰는 아침’에서는 한글서예 작품을 중심으로, 작가와 친구가 매일 아침 주고받은 시가 펼쳐진다. 혼자 보기 아까웠던 한 편의 시를 붓으로 옮겨 적은 데서 출발한 이 작은 습관은 어느새 서로의 삶을 비추어주는 의식이 되었다. 
꾸준히 흘러온 우정의 언어는 때론 위로가 되고, 때론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며, 작가에게는 자신의 언어를 다시 세우는 수행의 과정이 되었다. 조형적 탐구를 넘어 마음이 닿는 장소로서의 서예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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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평론가 김종근은 우송헌 김영삼을 두고 “전통 문인화를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하는 선도적 작가”라고 평가한다. 그는 매화를 통해 시간과 존재를 사유하며, 자연으로의 회귀라는 현대적 정신성을 시·서·화의 결합으로 확장한다. 
특히 ‘탐매행’ 시리즈에서 드러나는 회귀의 개념은 작가 자신이 자연과 세계 속에 다시 스며들고자 하는 뜨거운 몸짓이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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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박하게 흘러가는 시대 속에서, 김영삼은 어리석을 만큼 느리고 단단한 길을 선택해왔다. 그 길 위에서 매화와 우정은 삶의 기준점이자 존재의 지도처럼 작가 곁에 자리해왔다. 
이번 전시는 그 함께한 시간을 관객과 나누는 자리이다. “세월이 빚은 선과 마음의 기록”을 통해, 관람객은 생의 굽이와 멈춤, 다시 피어남의 의미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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