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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캘리그라피

[Preview]

2025-11-20
탐묵회(耽墨會), 익산예술의전당에서 ‘전초전’ 개최 / 전시 12.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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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 지역의 순수 서예 연구 단체 ‘탐묵회(耽墨會)’가 오는 12월 4일부터 10일까지 익산예술의전당 2층 전시실에서 ‘전초전(篆草展)’을 연다. 3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해 70여 점에 달하는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전서(篆書), 행초서(行草), 전각(篆刻) 등 서예의 주요 장르를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자리로 주목받고 있다. 초대일시는 12월 6일 오후 4시 3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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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암 / 靜夜思(정야사) / 70210cm


탐묵회는 익산에서 서예원을 운영하며 오랜 기간 서예 교육과 창작 연구를 이어온 신산 김성덕 선생에게 사사한 제자들이 결성한 단체다.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나, 회원들은 전북뿐 아니라 충청·전남·경기 등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단체명 ‘탐묵(耽墨)’은 “먹을 탐하다, 먹에 빠지다”라는 의미로, 서예의 근본 정신을 깊이 탐구하는 모임의 성격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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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갑출 / 刻 蘭亭敍(각 난정서) / 16✕39cm


단체는 전서와 전각을 포함한 전통 서예 전반을 연구하며 실험해온 비영리 예술 단체로 알려져 있다. 특히 서예의 기본기와 정신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작업 태도로 지역 예술계에서도 꾸준히 주목받아 왔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참여 작가의 폭넓은 연령대이다. 10대 청소년 작가부터 80대 원로 서예가까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 작품을 발표한다. 이는 특정 연령층 중심의 일반적 서예전과 달리, 세대 간 교류와 서예 전승의 구조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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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명 / 丙午駿勢(병오준세) / 34✕48cm


탐묵회 측은 “세대 차이를 뛰어넘는 활발한 창작 활동은 지역 서예 문화의 성장 동력”이라며 “기성 세대의 전통 계승과 젊은 세대의 감각적 해석이 공존하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성에 대해 “서예의 역사적 연속성과 교육적 의미를 동시에 드러내는 보기 드문 전시 형태”라고 말한다. 관람객은 시대적 감각과 필법의 차이를 작품 속에서 자연스럽게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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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 王敞 詩(왕창 시) / 21✕100✕8cm


이번 전시는 전서를 중심으로 구성된 작품 세계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전서는 갑골문·금문에서 이어지는 문자 예술의 근원으로, 조형적 아름다움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서체다. 탐묵회는 전서의 고전성과 조형미를 정교하게 재해석한 작품을 대거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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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한휘 / 夜泊牛渚懷古(야박우저회고) / 100✕200cm


또한 자유로운 필획과 속도감이 돋보이는 행초서 작품도 포함돼 있다. 행초서는 필력과 호흡, 작가의 기질이 드러나는 서체로, 이번 전시에서 참여 작가마다 각기 다른 개성을 보여줄 전망이다.

전각 작품 또한 주요 감상 포인트다. 전각은 돌에 전서를 바탕으로 한 글자를 새기는 예술로, 서예적 선과 조형 감각을 동시에 요구하는 고난도 작업이다. 작은 공간에 농축된 밀도 높은 표현이 특징으로, 서예와 조각, 회화 감각을 하나의 매체로 결합하는 예술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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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숙 / 臨 鶴亭先生 千字文(임 학정선생 천자문) / 80280cm


전시가 열리는 익산은 백제 왕도(王都)의 중심지이자 다수의 석조 문화재가 남아 있는 지역으로, 오래된 문자문화와도 깊은 연관을 가진 도시다. 최근에는 지역 예술의 현대적 확장과 전통 예술의 보존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문화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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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영 / 勤爲無價之寶(근위무가지보) / 97✕180cm


이런 도시적 배경 속에서 열리는 이번 전초전은 전통 예술의 기반 위에 새로운 흐름을 준비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탐묵회의 전초전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서예인뿐 아니라 전국의 참여 작가들을 아우르며, 서예 문화가 익산을 통해 다시 확장되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계 관계자는 “전초전을 개최할 수 있는 단체는 단순한 동호회 수준을 넘어, 탄탄한 창작 인프라와 구성원들의 활발한 활동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며 “이번 전시는 탐묵회의 저력과 지역 서예문화의 수준을 동시에 보여주는 자리”라고 말했다.

탐묵회는 이번 전초전 이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우리의 문자 한글을 주제로 한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한글은 음성 문자인 동시에 뛰어난 구조미를 가진 문자로, 최근 국내외 서예계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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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옥 / 諸上座草書卷(제상좌초서권) / 50235cm3


탐묵회는 다음 전시를 통해 전자의 전통 서법(전서·행초·전각)과 달리, 한글 특유의 형태미와 현대적 감각을 조명하며 서예의 확장 가능성을 탐구할 계획이다.




-글씨21-



전시 개요

전시명: 탐묵회(耽墨會) 전초전

기간: 2025년 12월 4일(목)~12월 10일(수)

초대일시: 2025년 12월 6일(토) 오후 4시 30분

장소: 익산예술의전당 2층 전시실

주소: 익산시 동서로 490(어양동)

문의: 탐묵회 총무 010-4789-1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