壽(수) / 90×70㎝ / 2025
곡성 갤러리107에서 12월 24일까지,,
일속 서예 50년, 한 사람의 길이 남긴 묵향의 깊이를 보다.
전남 곡성 출신의 원로 서예가 일속(一粟) 오명섭 작가가 말 그대로 ‘돌아온 전시’를 연다.
11월 27일부터 12월 24일까지 곡성 갤러리 107스트리트 갤러리 4동에서 개최되는 「일속 오명섭 초대전 德香萬里(덕향만리)」는 작가가 50여 년 동안 쌓아온 필묵의 정신과 인간적 품성, 그리고 평생을 지탱해온 학문적 배경이 한데 응축된 자리다. 전남대학교 성진기 명예교수의 서문이 말해주듯, 이번 전시는 단순한 회고전이 아니라 ‘삶의 향기와 덕의 울림으로 채운 귀향전(歸鄕展)’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惜寸陰(석촌음) / 70×200㎝ / 2025
오명섭 작가는 곡성의 골짜기와 자연 풍경 속에서 유년을 보내며 글씨와 삶을 함께 배웠다. 성진기 교수는 서문에서 오명섭을 ‘검소하고 성실하며, 작품 하나를 대할 때마다 자신을 다잡는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그의 글씨가 갖는 특징은 군더더기 없는 결(潔)과 단단함, 그리고 기교보다 마음을 앞세우는 정성의 미학이다.
白居易 續座右銘(백거이 속좌우명) / 70×200㎝ / 2018
작가는 스스로를 크게 드러내지 않는 성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람들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일보다, 한 획을 천천히 가다듬고 자연의 형상을 오래 바라보는 시간을 더 소중하게 여긴다. 이러한 태도는 작품 곳곳에서 묵직한 내면의 기품으로 배어 나온다.
‘글씨는 곧 사람’이라는 신념
오명섭은 22세에 서예에 입문한 뒤, 한문·한학 연구를 병행하며 문자에 대한 철저한 이해를 자신의 서예관의 중심으로 삼았다.
그는 “나는 고법에 없는 글자는 쓰지 않는다”는 말을 인용하며, 글씨는 사람이 먹고 사는 도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좋은 삶을 살아야 좋은 글씨가 나온다는 믿음이 평생 그의 작업을 이끌어 왔다.
傾聽(경청) / 135×60㎝ / 2025
서예를 단순한 기술로 보지 않고, 인간의 마음과 사유를 드러내는 ‘정서의 형태’로 다루는 작가의 태도는 세월이 쌓일수록 더욱 선명해진다. 이번 전시에 등장한 작품들은 한 획에 담긴 힘이 강렬하면서도, 전체 구성은 절제와 균형을 잃지 않는다. 이는 오명섭이 오래도록 추구해 온 ‘글씨의 인품’이 시각적으로 구현된 것이다.
오명섭 선생은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기존의 작업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서문에 따르면 그는 “일상적 궤도를 피하고 고행을 마다하지 않는 인상”으로 평가된다. 이는 단순히 난해한 시도를 즐긴다는 의미가 아니라, 새로운 목표가 주는 두려움보다 실천이 주는 가치를 더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庭栽棲鳳竹 池養化龍魚(정재서봉죽 지양화용어) / 70×200㎝ / 2025
전시의 부제인「德香萬里」는 작가 오명섭의 작업 세계를 응축한 말이다.
글씨의 향기가 멀리 퍼질 수 있는 것은, 그 바탕에 바로 인간의 덕(德)이 있기 때문이라는 작가의 평생 신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四時讀書樂·春(사시독서락·춘) / 70×200㎝ / 2024
성진기 명예교수는 전시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書藝란 마음을 담는 그릇이고, 시대와 호흡하는 창조이며, 삶을 예술로 바꾸는 도구다. 치유와 쉼을 찾는 이들에게 글씨는 ‘쓰는 기술’이 아니라 ‘마음을 다스리는 예술’이 된다.”
破天荒(파천황) / 70×200㎝ / 2025
이 문장은 작가의 작품이 지닌 핵심을 정확히 짚어냈다.
그의 글씨는 화려한 기교보다 삶의 태도, 공부의 깊이, 인간에 대한 신뢰가 먼저 앞선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보는 이에게 단순한 조형적 감동을 넘어, 삶을 돌아보게 하는 울림을 전한다.
이번 귀향전은 단순히 한 원로 작가의 회고전이 아니다.
반세기 동안 “글씨는 곧 사람이다”라는 신념으로 묵묵히 한 길을 걸어온 한 예술가가 자신의 뿌리인 고향에서 그 결실을 나누는 자리다.
李白詩(이백시) / 70×200㎝ / 2023
곡성의 산과 물, 오래된 기억들, 그리고 그 속에서 숙성된 작가의 덕과 향기.
그 모든 것이 이번 전시에서 하나의 결로 응축되어 있다.
-글씨21 조혜리 theart21@naver.com
전시 개요
전시명 : 일속 오명섭 초대전 ‘德香萬里’
일정 : 2025.11.27(목) ~ 12.24(수)
오픈식 : 2025.11.27 PM 17:30
장소 : 곡성 갤러리 107 / 스트리트 갤러리 4동
주최‧주관 : 곡성군 / 섬진강기차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