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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일백헌 창작지원프로젝트 '서예분야 우수작가 3인' _피에트라산타에서 특별전 개최
캘리그라피·전통서예·전각의 다층적 미감, 이탈리아 관객과 만나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예술 중심지 피에트라산타에서 한국 서예의 현재적 감각을 조명하는 특별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2023 갤러리 일백헌 창작지원프로젝트 서예부문에서 수상되었던 3명의 작품전이 11월 22일부터 28일까지 갤러리 일백헌(Pietrasanta)에서 개최되며, 올해 선정된 세 작가 이재철, 윤경희, 홍순형 이 각자의 고유한 미감과 조형 언어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전통서예를 기반으로 하되 캘리그라피, 추상서체, 전각, 문자 실험 등 다양한 매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구성으로, 한국 서예의 확장성을 국제 무대에 제시하는 자리다.
작가들의 개성과 화풍이 뚜렷하게 대비되면서도 한국 서예가 품고 있는 정신성과 조형성의 스펙트럼을 폭넓게 구현해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재철 작가는 붓의 속도와 획의 간격이 만드는 구조적 긴장을 중심으로 작업한다. 힘 있게 뻗는 직선과 자유로운 파동처럼 번지는 획은 하나의 추상적 풍경을 형성하며, 동양 서예의 리듬을 현대적 조형으로 재해석한다. 단단한 기운을 품은 그의 서체는 피에트라산타의 조형예술 환경과도 자연스럽게 호응하며 관람자에게 ‘문자 이상의 여백’을 경험하게 한다.
윤경희의 작품은 필획의 기본 구조를 지키되, 섬세한 감성과 정제된 화면 구성으로 현대적 세련미를 더한다. 필획 사이에 스미는 은근한 여백, 부드럽게 흐르는 선의 결은 한 편의 시처럼 잔잔한 울림을 남긴다. 윤 작가는 서예의 ‘정서적 깊이’를 중심에 두고 문자·이미지·구성의 균형을 추구하며, 관객이 작품 속에서 자신만의 감정을 발견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긴다.
홍순형 작가는 전각과 서예를 아우르는 폭넓은 작업 세계를 선보인다. 힘 있고 단련된 칼맛, 과감한 음각과 양각의 대비, 붓과 칼의 에너지가 함께 어우러진 그의 작품은 문자예술의 고전적 미학을 현대적 실험성과 결합시키며 독창적인 화면을 펼쳐낸다. 특히 전각의 강한 형태미를 서예와 조합한 작품은 관람객에게 한국 문자예술의 깊이를 강렬하게 체감하게 한다.
조각·회화·디자인 등이 공존하는 예술 도시 피에트라산타에서 이번 한국 서예전은 지역 예술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문자예술이 지닌 정신성과 조형의 긴장을 국제적 감수성 속에 제시함으로써, 한국 서예의 동시대적 의미를 확장시키는 전시로 평가된다.
전시를 주관한 갤러리 일백헌 측은 “서예는 단순한 글쓰기의 방식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과 시대의 감각이 동시에 드러나는 예술”이라며 “2023년에 선정된 세 작가의 작업은 한국 서예가 얼마나 폭넓은 실험과 현대적 변용을 품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전통성·개성·실험성이 공존하는 한국 서예의 대표적 흐름을 소개하는 동시에, 동서양 문자예술의 새로운 접점을 탐구하는 의미 있는 시도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글씨21 김현수 theart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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