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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와 놀다. 매거진 '글씨 21'

서예·캘리그라피

[Preview]

2025-11-27
제3회 보령문화원 초대전 <보령 전각>
전통과 장인의 혼이 새긴 품격의 미(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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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배 / 明敏果斷 患學不至(명민과단 환학부지) / 37×50cm


11월의 끝자락, 충남 보령문화원에서 제3회 보령문화원 초대전 ‘보령 전각’ 전이 문을 열었다. 찬바람 속에서도 전각예술의 깊은 온기와 장인의 혼을 느끼고자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로 공간은 따뜻한 열기와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전통 각(刻)의 정신과 창작 열정이 한 자리에 모인 이번 전시는 단순한 지역 전시를 넘어, 보령의 문화적 품격을 한층 높인 의미 있는 행사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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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 끝끝내(나태주 시) / 30×40cm


이번 ‘보령 전각전’은 보령문화원의 초청과 지원 아래 보령 지역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전각 작가들이 대거 참여하며 규모와 수준을 더욱 확대했다. 강인숙, 구경자, 김경집, 김동배, 김상년, 김상철, 김윤식, 백창현, 서용구, 안차운, 오순복, 오정순, 오지수, 윤소하, 이두영, 이두희, 이범언, 이상민, 이완, 이중구, 임원제, 정방언, 정은경, 정재석, 정준식, 조명화, 조응천, 최대근, 최재석, 최준호, 한용설, 한창희, 허두영, 홍순형, 홍종희, 황경록 등 다수의 작가가 이름을 올리며 전각 예술의 다양성과 깊이를 한눈에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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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식 / 솔개그늘 / 35×43cm


보령시장 김동일은 축사에서 “작은 인면(印面) 안에 서체와 조형, 균형과 여백, 그리고 작가의 정신까지 담아내는 인장은 단순한 도장이 아니라 시간과 철학이 새겨진 예술”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전각은 단순한 실용의 도구가 아닌 조형예술의 한 장르로, 작가의 정신과 인격, 그리고 시간의 축적이 오롯이 드러나는 고도의 예술적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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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창현 / 堂中有和 一笑百慮忘(당중유화 일소백려망) / 35×43cm


보령문화원 신재완 원장 역시 “전각인들의 예술혼은 계절의 변화에도 변함이 없었다”고 전하며, 전통과 창작의 가치를 한층 더 높게 평가했다. 올해는 특히 전각인들을 적극 지원하고자 전시 범위를 넓히고, 여러 지역의 작가들이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 점에서 전통 예술 진흥의 중요한 성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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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희 / 筠堂細朱文精選(균당세주문정선) / 40×48cm


이번 전시의 출품작들은 전통 각법(刻法)을 기반으로 하되, 작가마다의 감각과 시대적 미감을 담아낸 다양한 작품 세계로 채워졌다. 단정한 전통 서체부터 실험적 조형을 가미한 현대적 인장까지, 작품마다 각자의 철학이 담겨 있으며, 붉은 인주 위로 남겨진 한 글자 한 획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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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 有緣則住(유연즉주) / 35×43cm


특히 전각의 핵심인 ‘여백의 미’와 ‘균형의 미’는 관람객들에게 전통 미학의 정수를 다시금 상기시키며, 작은 면적 안에 담긴 치밀한 조형 감각은 장인정신의 놀라운 경지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단지 전각이라는 장르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대 속에서 전통이 어떻게 호흡하고 확장되는지를 눈에 보이도록 드러낸 자리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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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 / 向上一路(향상일로) / 50×37cm


보령전각 회원들은 인사말에서 “보령전각을 사랑해 준 선생님들께 한 해의 결실을 보여드리고자 전시를 열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또한 보령문화원의 지원으로 전국의 전각인을 모시고 전시를 이루게 된 점에 큰 의미를 두며, 보령지역 예술의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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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방원 /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 / 40×47cm


이처럼 올해 전시는 지역을 넘어 전국의 작가가 참여하는 폭넓은 교류의 장이 되었으며, 전각이라는 한정된 장르가 다양성과 확장성을 갖고 있음을 증명했다. 작품의 수준 또한 매년 향상되고 있고, 전각 예술의 대중적 관심 또한 점차 커지고 있어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도 충분히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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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석 / 明道若昧(명도약매) / 22×40cm


11월 22일 개막해 28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찬바람이 부는 늦가을 보령에서 예술의 온기를 더하는 특별한 시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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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식 / 筍(순) / 25×35cm


작가들의 정성, 문화원의 지원, 지역사회와 관람객의 관심이 함께 어우러져, ‘전통 예술의 미래’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전시라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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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덕근 / 德心(덕심) / 14×35cm


짧지 않은 세월을 인장 하나에 새기며 걸어온 전각인들의 길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보령 전각전’은 그 길 위에서 한국 전통 예술의 힘과 장인정신을 널리 알려주는 소중한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글씨21 조혜리 theart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