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21

글씨와 놀다. 매거진 '글씨 21'

서예·캘리그라피

[Review]

2019-05-03
장예령 첫 번째 개인전

자연담아, 들꽃에 머물다


경인미술관만의 정겨운 한옥의 정취를 느끼며 투박한 도자기 잔에 담겨진 진한 대추차 한 잔을 마시는 일은 스스로에게 선물이라고 느낄 만큼 행복한 순간이었다는 장예령 작가. 평생 기억에 남을 특별한 첫 개인전을 지난 4월 경인미술관에서 진행하였다. 어쩌면 더욱 선물같이 느껴졌을 장예령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 자연 담아, 들꽃에 머물다이다.

 

들꽃을 찬찬히 바라보니 조금씩 알게 되고 알게 되니 사랑하게 되어 제 마음속에 다시 피어났고, 그러한 일상의 한 부분들이 큰 울림이 되어 자연스레 첫 개인전의 작품에 들꽃을 피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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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령 작가는 2011, 12년여 아이들을 가르치던 일을 접고 그림을 배우기 시작하여 2년 정도가 지난 즈음에,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접하게 된 캘리그라피에 그날 밤 가슴이 너무 뛰어 잠을 이룰 수가 없을 정도로 흠뻑 매료되었다고 한다. 그 후 이상현 작가와 사제지간의 연을 맺고 지금까지 캘리그라피를 배우며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존경하는 이상현 선생님의 제자가 된 건 캘리그라피로 시작한 저의 제2의 삶의 여정에서 큰 행운이며 기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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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장예령 작가는 작업을 하면서 서예를 기본으로 한 가독성 있는 글씨에 감성을 담아 표현했을 때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더 많은 감동을 전달한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래서 작가는 서예를 배우며 글씨에 깊이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고 한다. 거기에 아름다운 마음을 잃지 않고 작품을 하며 그 향기가 오롯이 담겨져 글씨를 쓰는 자신과 감상하는 분들과 서로 행복한 마음으로 소통하기 위해 늘 노력한다고 하니 장예령 작가의 무궁무진한 작품세계를 기대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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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령 작가


이번 전시는 캘리그라피와 천연염색한 천의 콜라보 작품들이 보는 이들의 시선과 발길을 머물게 한다. 천연염색과 캘리그라피의 조합이라니, 언뜻 상상만으로는 쉽게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하지만 장예령 작가들의 작품들을 관람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함께 어우러지며 퍼져나가는 물감과 먹의 조화로움이 마치 들에 핀 들꽃들처럼, 푸른 하늘 위에 새겨진 하얀 구름마냥 자연스러워 보인다.

 

“ ‘나는 어떤 작품을 하고 싶은 것일까? 나는 어떤 색일까?’ 저의 모습을 만들어 가고자 많은 고민을 거듭하던 중 천연염색을 경험해 보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경험을 해보니 궁금증이 더해져 결국은 전 과정을 배우고자 마음을 먹고 강원도 원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천연염색을 배우는 과정은 중간에 포기하고 싶을 만큼 체력적인 부담과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캘리그라피를 너무나 사랑하기에, 저만의 색과 모습을 찾아가는 일을 게을리 할 수 없었고 그 희망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여 과정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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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전시 타이틀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들꽃에 대한 작가의 사랑과 관심을 느낄 수 있다. 화려한 색과 향기를 뿜어내는, 속칭 인기 많은 꽃이 아닌 들꽃에 시선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꾸어주지 않아도 주어진 자리에서 때가 되면 피고 때가 되면 지는 들꽃은 주변을 탓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스스로 빛을 내며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내는 따뜻한 힘을 가졌다. 작가는 이러한 들꽃들에게서 위로를 받고, 힘을 얻고, 사랑을 느꼈다.

 

저는 작고 예쁜 꽃을 보면 저도 모르게 수시로 눈물이 고입니다. 보고만 있는데도 그 조그마한 꽃을 보며 위로 받고 그저 사랑스럽기에 보는 내내 마음이 정화됩니다. 제 몸을 낮추어야 보이는 그 작은 들꽃을 통해 나의 하루를 헛되이 살지는 않았는지, 저의 모습을 돌아보며 삶의 자세를 배워가기에 평범한 듯 특별한 들꽃들이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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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염색과 자연, 들꽃, 그리고 글씨... 장예령 작가는 꾸며지거나 인위적인 것들 보다는 그저 자연에서 주는 편안함과 자연스러운 에너지를 사랑하며 그 속에서 영감을 받는다. 그래서인지 장예령 작가의 작품들을 관람하고 나면 마치 이른 봄에 만나는 연둣빛 잎들을 본 듯 하며 시간이 흘러 짙어지는 초록 잎의 싱그러움과 추색(秋色)의 찬란함을 마주한 듯 편안한 기분이 든다.

 

이 번 개인전은 장예령 작가 연구의 산물로, 자연의 재료를 이용하여 한지와 천을 염색하고 그 위에 마음을 담은 글씨로 캘리그라피 문화의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작업은 자연에서 배운 아름다움과 그 아름다움이 주는 희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자연에서 위로받고, 자연에서 얻은 에너지를 밝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 캘리그라피 이상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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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령 작가는 첫 번째 개인전에 이어 두 번째 개인전의 작품은 나무와의 이야기를 깊이 있고 섬세하게 담아보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저의 첫 개인전자연 담아, 들꽃에 머물다은 생각했던 것보다 주변 분들의 축하와 응 원을 듬뿍 받으며 기대 이상의 사랑을 받았습니다제가 마음속에 간직했던, 누군가를 감동케 하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소망에 작은 매듭을 짓고 다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 가득합니다개인전 작품(제목, 순례)으로 탄생시켰듯이 내가 자연이 되고 자연이 내가 되는 그 길이 비 록 힘들지라도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넘치는 부분은 절제하며 묵묵히 걸어가는 캘리그라피 작가가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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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이불루(儉而不陋) 화이불치(華而不侈),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흔들리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들꽃과 나무처럼 자연과 더불어 작품에 정성을 기울이면 언젠가는 작품을 접하는 많은 분들의 심금을 울리는 날이 올 거라는 희망을 품는다는 작가의 소망을 응원 한다.  



2019.5.3

이승민기자



<전시정보>

장예령 개인전

자연담아, 들꽃에 머물다

2019.4.17(수)-23(화)

경인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