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서예작품을 따라 쓰는 ‘임서’ 작업을 중심으로, 중국과 한국의 서예 문화를 비교할 수 있는 국립한글박물관, 중국 산둥박물관 교류특별전 <명필을 꿈꾸다>가 지난 11월 5일 국립한글박물관에서 개막식을 가졌다. 국립한글박물관 박영국 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앞선 서예가들의 글씨 연마 노력과 이상을 느끼는 동시에 ‘따라 쓰기’ 라는 임서의 현대적 계승을 모색하여 한글 서체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전시 의의를 밝혔다.
이번 전시는 국립한글박물관 개관 이후 처음으로 개최되는 교류특별전임과 동시에 유명 서예가들의 작품을 소개했던 기존 전시와는 달리 서예창작 과정인 임서를 통해 명필의 글씨를 연마하고 연구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전시의 큰 특징은 두 개의 전시를 함께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인데, 하나는 올해 중국 산동박물관에서 개최한 <청인의 임서展>과 김정희를 비롯한 조선 후기 서예가들의 주요 임서 작품 및 조선 왕실의 한글궁체 임서, 습자자료를 소개하는 국립한글박물관의 <명필을 꿈꾸다>이다.
《청인의 임서》에서는 청나라가 명나라의 서예 전통을 이어받아 법첩으로 명필의 글씨를 연마하고 연구하는 첩학(帖學)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고증학을 기반으로 비석의 글씨를 연마하고 연구하는 비학(碑學)이 발전해 가는 과정을 소개하였다. 청나라의 대표적인 서예가들이 쓴 ‘왕헌지의 경조첩(敬祖帖)을 왕탁(王鐸, 1592~1652)이 따라 쓴 글씨’, ‘왕희지의 「공죽장첩」 일부를 강여장(姜如璋)이 따라 쓴 글씨’ 등 1급 유물을 포함한 임서 작품 23건 30점을 전시하였다.
왕헌지의 「경조첩」을 왕탁이 따라 쓴 글씨 /1급/중국 산둥박물관 소장
임칙서(林则徐)가 임모한 미불의 천마부(天馬賦)행서 4 병(四屏)/2급/중국 산둥박물관 소장
왕희지의 「상우첩」을 강여장이 따라 쓴 글씨/1급/중국 산둥박물관 소장
《명필을 꿈꾸다》는 김정희를 비롯한 조선 후기 서예가들의 주요 임서 작품 및 조선 왕실의 한글 궁체 임서와 습자 자료를 소개하고 20세기 초 교과서에 자리한 한글 서예 교육 과정을 망라하였다. 오세창 등 근대 서예가들의 임서인 수원박물관의 소장품이 전시되며, 추사 김정희 말년의 예서와 전서 연구 현황을 알려주는 간송미술관의 ‘한전잔자(漢篆殘字, 한나라 전서를 모아 쓴 김정희 글씨)’, ‘전의한예(篆意漢隸, 한나라의 예서를 전서를 생각하며 쓴 김정희 글씨)’, 영남대학교 박물관의 ‘곽유도비 임서’ 등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전서를 생각하며 한나라의 예서를 쓴 김정희 글씨(篆意漢隷)/1853년/간송미술관 소장
한나라 전서를 모아 쓴 김정희 글씨(漢篆殘字)/1853년/간송미술관 소장
회소의 「자서첩」 일부를 박태유가 따라 쓴 글씨/17세기/수원박물관
「곽유도비」를 김정희가 따라 쓴 글씨/1853년/영남대학교 박물관
신하영 한글박물관 글꼴교류협력팀 학예연구사는 “전시 기간 동안 우리 한글 박물관에 방문하신다면 임서가 어떤 것 인지 그리고 서예학적으로 갖는 임서의 의미를 확인 할 수 있으며, 임서라는 것이 단순히 따라 쓰기, 반복학습의 과정이 아니고 연습을 통해 개인의 서체를 만들어가는 창작의 길임을 확인할 수 있다.” 라고 전했다.
『완당선생전집』 권8 잡지 중 “胸中有五千子 始可以何筆 書品畵品 皆超出一等(가슴 속에 오천 문자가 있어야 비로소 붓을 들 만하다. 글씨와 그림의 품격은 모두 한 등급을 뛰어 넘은 곳에 있다.)”라는 구절이 있다. 이번 <명필을 꿈꾸다>전시를 통해 한·중 명필의 글씨를 관람하고 가슴 속에 오천 문자를 갖기 위해 노력한 다양한 서예가들의 임서작품을 통하여 , 임서의 과정이 모방으로 시작해서 창조에 이르는 '명필의 길'의 과정을 느껴보자. 전시는 2019년 1월 20일(일)까지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