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적인 음악과 커피향이 가득한 우리의 아지트
감성공간 ‘나라씨앤디’
추위가 주춤해진 겨울의 끝자락에, 대구 중구 명륜로23길 52에 위치하고 있는 감성아지트, 나라씨앤디연구소(NARAC&D연구소)를 방문하여 날씨만큼이나 따뜻한 하루를 가졌다. 성연화 작가님의 작업실인 나라씨앤디연구소는 어릴 적 그녀가 항상 꿈꿔왔던 ‘나만의 아지트’라는 컨셉을 가진 감성 공간이다. 줄 맞춰 있는 책상과 서적이 가득한 서실의 느낌보다 감성적인 음악과 커피향이 가득한, 가끔은 맥주 한 잔씩 하며 수다를 떨 수 있는, 누구나 편하게 글씨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 여기에 차별점이 있다. 그 탓에 10대부터 70대까지의 다양한 연령대의 수강생들과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동안 함께 글씨공부를 하고 있다.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풍기는 나라씨앤디연구소)
성작가님은 현장수업 뿐만 아니라 동영상강의도 병행하여 캘리그라피를 알리는데 더욱 힘썼다. 카메라 앞에서 오직 지식만을 전달하며 질문이 아닌 답만으로 가르쳐야 하는 소통의 어려움이 있음에도 그녀는 진실된 지식과 신뢰를 주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녀는 수업을 진행할 때, 현재 느끼는 감정을 글씨에 담아내는 것을 첫 번째라 보았다. 물론 기초도 중요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지는 말자는 것이 성작가님의 교육철학이다. 따라서, 그날 쓰고 싶은 글귀를 고르는 시간은 수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틈틈히 캘리작업을 하고 계시는 성연화작가님)
한편, 지금의 나라씨앤디연구소의 로고는 나무젓가락으로 작업한 것이다. 성작가님은 한 때 나무젓가락, 아크릴물감을 주로 사용하는 기법을 선호하였으며, 특히 나무젓가락을 통해 아날로그적이면서 순수한 느낌의 작업을 선호하였다. 또한, 아크릴 물감으로 다양한 색채와 폭 넓은 느낌의 작업도 진행하였다. 그러나 본연의 재료가 가장 좋은 법, 현재는 돌고 돌아 다시 붓과 먹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먹의 농도의 재미에 빠져, 우유와 다양한 약초를 끓여 물대신 먹물과 섞어 작업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여럿 하고 있다.
(나라씨앤디연구소 로고)
감성적인 공간에 걸맞은 재즈 풍 음악, 달달한 쿠키와 따뜻한 커피와 함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인연’ 머그컵 제작)
캘리그라피 수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이 캘리그라피를 꼭 배워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초등학생부터 70대 이상 노인 분들까지 다양하게 수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제가 연령대 상관없이 느낀 점은, 글씨는 언제나 진실 된다는 것이었어요. 캘리그라피의 가장 큰 장점은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 누구도 글씨 앞에서는 솔직해 지고, 편안해 지거든요. 저는 캘리그라피라는 예술이 많은 사람들에게 요즘 인기가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배워서 꼭 그 결과물을 위해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지쳐있는 심리적인 마음의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 많은 분들이 캘리그라피에 대해 관심을 가져다주신다면, 예술의 문화의 깊이가 좀 더 풍만해질 수 있지 않을 까 생각됩니다.
캘리그라피의 단순한 붐이 아닌 서예의 한 부분으로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방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처음 이 질문을 받고 많이 어려웠습니다. 이해를 어떻게 시키느냐에 따라서 대답이 달라지기 때문에 제 스스로 확고한 신념이 필요했거든요. 개인적인 제 생각은 서예변화가 가장 중요하다 생각해요. 2015년 대구 북비산초등학교 서예&한국화 담당 예술 강사로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서예교육을 하면서 판본체, 궁서체의 임서를 통한 학습이 아닌 캘리그라피 접목을 통해 아이들의 이야기를 붓으로 표현하게 수업진행을 했었습니다. 다만 재료는 ‘문방사우’ 그리고, 한국화 물감을 통해 다양한 색으로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고, 즐거운 이야기를 통해 글씨로 담아낼 수 있는 수업이었어요. 캘리그라피가 단순한 붐이 아닌 서예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방안을 여기서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가끔은 말로 표현하기 창피한 내용이 손글씨로 담아내면 마치 예술이 되는 듯 한 느낌이 있거든요.
본연의 본질은 그렇게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캘리그라피도 이야기를 담아내는 예술이 되어준다면 서예도 그렇게 출발한다면, 이 두 가지가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때가 오지 않을 까 생각해요.
(성연화 작가님과의 인터뷰 장면)
서예와 캘리그라피의 발전을 위한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혹은 선생님께서 꼭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으시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저의 개인적 바람이 있다면, 아날로그적 감성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심리적으로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중에 글씨가 들어가겠죠. 캘리그라피는 손으로 써내려가는 노래와 같다고 생각해요. 지금 느낀 이 감정을 손으로 써내려간다면 마음이 한층 깊어지고, 즐거운 소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그런 작품을 하고 싶고, 저의 이야기로 공감하고 글씨로 위안을 받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 나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아낼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항상 글씨를 통해 나의 삶을 표현하고 싶고, 내가 느끼는 희로애락을 표현하고 싶고, 이것이 전통을 놓지 않고 가는 길이기를 늘 꿈꾸고 살고 있어요. 한국뿐만이 아니라 중국, 일본 더 나아가 세계적으로 문자예술의 다양함과 깊이를 알리고 싶어요. 이것이 전통 서예의 기본 본질에서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저의 바람이기도 합니다. 캘리그라피를 하면서 다양한 디자인도 해왔지만, 결국은 표현이 좀 더 자유로운 저를 찾고 싶은 것 같아요. 앞으로 저의 열정과 노력만이 답을 내릴 수 있겠지요. 그래서 계속 도전하며 열심히 하려고 해요. 많은 사람들이 저의 글씨로 소통이 되는 그날이 언젠가는 오리라 믿습니다.
그녀의 글씨를 통해 많은 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그날까지, 성연화 작가의 캘리그라피는 앞으로도 묵묵(墨墨)히 계속될 것이다.
취재 이자민 기자
꾀/ 2008년 현묵인전 출품作
시우(時雨)/ 2008년 계명대학교 서예과 졸업작품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