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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와 놀다. 매거진 '글씨 21'

서예·캘리그라피

[Preview]

2019-04-01
편지 속 선비의 마음을 읽다

-국립전주박물관 특별전
“선비, 글을 넘어 마음을 전하다”개최



국립전주박물관(관장 천진기)45()부터 69()까지 특별전 선비, 글을 넘어 마음을 전하다를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은 조선시대 선비들의 편지글을 통해 선비들의 다양한 감정표현과 인간적인 면모를 살펴보는 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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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포스터


이번 전시에서는 조선 선비 들의 애절한 우정을 보여주는 담헌서湛軒書, 정약용의 아이들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있는 하피첩霞帔帖(보물 제 1683-2) <매화병제도梅花倂題圖>, 박지원의 가족에 대한 자상함이 엿보이는 연암선생서간첩燕巖先生書簡帖등 총 70여 점의 편지글이 전시된다.

 

매화병제도.jpg

매화병제도 梅花倂題圖
조선 1813년 비단에 엷은색 44.7×18.4cm 
고려대학교박물관

* 정약용이 시집가는 딸에게 그려준 매조도. 정약 용은 『하피첩』을 만든 뒤 남은 비단천 위에 매화와 다정히 한 방향을 본 멧새 두 마리를 그리며 딸 부부의 다산과 화목함을 기원하였다.


▷글 미리보기(정약용이 딸에게) 펄펄 나는 저 새가 내 뜰 매화에 쉬네 꽃다운 향기 매워 기꺼이 찾아왔지 머물러 지내면서 집안을 즐겁게 하렴 꽃이 활짝 피었으니 열매도 많겠구나 


국립전주박물관은 조선 선비문화를 특성화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편지를 통해 선비의 마음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를 마련하였다. 나라 정호 程顥 편지를 쓰는 것은 선비의 일에 가장 가까운 일이라 하였듯 편지글이야말로 선비의 깊은 정신과 교유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 사료 史料 이다.

 

하피첩.jpg 하피첩霞帔帖 조선 1810년, 28.4×15.6cm
 보물 제 1683-2호 
국립민속박물관

* 정약용이 강진 유배시절에 아내 홍씨부인의 치마를 마름질하여 만든 서첩으로 아들에게 경계 하는 말을 담아 남겼다. 《하피첩霞帔帖》에는 폐족의 신분이나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 것, 당파 심에 대한 경계, 검소할 것 등 아들에게 아버지가 보내는 당부의 말이 담겨 있다.

▷편지 미리보기(정약용이 아들에게) …너희는 좋은 자리에
있는 사람과 다름없이 항상 마음과 기상을 화평하게 가져야 할 것이다…하늘의 이치는 순환하니 한 번 넘어졌다고 일어나지 않을 것은 없다(후략)

전시는 크게 2부로 구성되었으며 1부에서는 선비의 우정을 담은 편지를, 2부에서는 선비의 애정을 담은 편지를 만나볼 수 있다. 1부에서는 조선시대 선비들의 다양한 우정의 세계와 척독(짧은 편지), 중국 문인과의 교류 편지를 살펴볼 수 있으며 2부에서는 조선 선비의 아버지로서의 면모와 아내에 대한 곡진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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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선생서간첩燕巖先生書簡帖
조선 19세기 이후, 46.5×28.7cm 
서울대학교박물관


* 연암 박지원의 서간첩. 1796년에서 이듬해 8월 까지의 편지 33통을 담았다. 편지에서는 자식들 에게 직접 고추장을 담그고 쇠고기 볶음을 만들어 보낼 만큼 자상한 박지원의 인간됨이 느껴진 다. 다음 편지에서는 이전에 보낸 음식의 맛이 어떠한지 묻고 있으며 답신이 없는 아이들에게 서운함을 드러내는 대목도 엿보인다.

▷편지 미리보기(박지원이 아들에게) …고추장 작은 단지를 보내니 사랑방에 두고 밥 먹을 때마다 먹으면 좋을 게다. 내가 손수 담근 건데 아직푹 익지는 않았다…(다음 편지)쇠고기 장볶이는 잘 받아서 아침저녁에 반찬으로 하니? 왜 한 번도 좋은지 어떤지 말이 없니? 무람없다, 무람없어…맛이 좋은지 어떤지 자세히 말해 주면 앞으로도 계속 보낼지 말지 결정하겠다(후략) 


동시에 선비의 편지 내용을 이야기 형식으로 만나볼 수 있는 영상, 선비의 편지를 대화 형식으로 만나볼 수 있는 콘텐츠, 선비의 편지를 책으로 만나볼 수 있는 체험 등이 마련되어 관람객에게 선비의 편지를 더 쉽게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退溪高峯往復書.jpg

 이황과 기대승이 주고받은 편지
退溪高峯往復書
조선 1563년, 40.5×61.0cm 전남대학교박물관



 이황李滉과 기대승奇大升이 주고받은 편지이다. 이 편지에서는 조선 중기 사화로 얼룩진 정국에서 사대부의 관직에 나아감과 물러남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편지 미리보기
(기대승이 이황에게) …“우리의 잘못은 바로 진실한 공부는 하지 않고 한갓 말로만 서로 경쟁하는 데 있으니, 잘못의 원인을 알고 돌이키려 노력해야 한다”하신 말씀은…제게 바로 병에 맞는 약입니다. (후략) (이황이 기대승에게) …“사직하지 않으면서 늘 불편한 마음을 품고 있는 것보다 차라리 처음에 먹었던 마음에 한이 되지 않는 것이 낫다.”라고 한 말은 참으로 절실하고 중요한 논리입니다(후략)


조선은 문장 하나에도 도를 담아야 했을 정도로 감정 표현에 엄격한 사회였다. 그러나 개인적인 기록물이었던 편지는 우리가 고고하다고만 생각했던 선비의 다양한 감정과 함께 인간적인 면모를 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편지를 통해 과거 선비와 현대인이 공감하고 소통하는 계기가 되길 기원한다.



<전시정보>
비, 글을 넘어 마음을 전하다

기간 : 2019.4.5(금) - 6.9(일)

장소 : 국립전주박물관 시민갤러리



20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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