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지향(書遊之響), 선(線)으로 들려주는 자연의 울림
선(線)으로 자연의 울림을 주는 작가로 예술로서의 서예가 지향해야 될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 송현수작가의 개인전이 지난 8월 20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하였다.
작가는 <장천비>, <석문송>, 안진경의 <제질문고>, <대우정>, <모공정> 등 수 많은 법첩을 만나면 설레는 마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듯이 기뻐했고 철저히 임서했다. 이렇듯 작가는 고법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있으며, 형태를 단순히 닮게 표현한 것이 아니라, 문자가 가지고 있는 서체적 특징을 이해하고 그 바탕에서 재해석하고 있다. 仙艶天工 2019
<사역(思繹)>, 2001
이번 13번째 개인전은 창작 작품과 함께 두 점의 작품 <대우정(大盂鼎)>과 <찬보자비(纂寶子碑)>를 임서했다. 작가의 ‘글씨와 논다’라는 서유(書遊)의(妙)는 바로 고법에 대한 천착(穿鑿)을 통한 익숙함에서 나온 것이다. <반야심경(般若心經)>, 2019
작가는 개인전 작업노트에서“선인들이 지나간 길을 따라 걷기도 해보고 나름대로 길을 찾아 헤매기도 하다가 문득 득의(得意)한 선(線) 하나를 찾고 기쁨에 춤도 춰보지만 이내 졸작으로 남으니 나의 한계성을 절감함과, 더 오를 곳이 있다는 기대감이 교차한다.”고 말한다. 예술의 길은 끝이 없다. 오직 최선을 다하는 과정만이 있을 뿐이다. 작가는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환천하어천하(還天下於天下)>, 2019
특히 그의 전각은 독특한 풍격을 보여주고 있다. 해남에서 버려진 돌을 모아 전각 9점을 선보이고 있다. 작가는 시간이 나면 해남에 내려가 남들이 볼 때는 보잘 것 없이 버려진 돌을 만나고, 그 돌이 작가에 의해 위치를 바꾸면 작품으로 재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거칠고 갈라진 돌의 모양을 최대한 다듬지 않고 생긴 모습 그대로 살려 글자를 알맞게 포치(布置)하여 물상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놓치지 않고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전각 작품 속에서도 그의 예술 철학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오류선생전(五柳先生傳)>, 2019
이처럼 작가 송현수는 자연을 담아내는 서예가이다. 작가의 자연관이 서예를 통해 드러난다. 그의 서예작업을 보면 마치 바이올리니스트가 현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듯, 빠르게, 느리게, 멈춰진 듯 이어지는 듯한 붓놀림을 통해 역동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마치 물고기가 헤엄치는 모습과 흡사하다. <유어(遊魚)>, 2005
화선지가 갖고 있는 물성은 발묵에 있고, 화선지를 만나 화선지와 논다. 흙의 물성은 누르면 그 자리를 지키는데 있고, 흙과 만나면 흙과 논다. 돌의 물성은 변하지 않음에 있고, 돌과 만나면 돌과 논다. 작가의 언어는 작품이고,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 작가 송현수의 작품은 그런 점에서 서유지향(書遊之響)을 추구한다고 할 수 있다. <유경초화(幽徑草花)>, 1996
작가는 1986년 서실(書室)을 열고 후학을 지도하면서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다. 1994년 서협 초대작가가 되었고, 1996년 첫 번째 개인전을 시작으로 2014년까지 12회의 개인전을 하였다. 작가는 필자와 대담에서 작품을 하면서 항상“새로운 조형언어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그의 서예철학을 이번 개인전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8월25일(일)까지 진행된다.
2019.7.31 글씨21편집실
<전시정보>
2019 현수 개인전 전시일시: 2019년 8월20일(화)~8월25일(일) 전시초대: 2019년 8월20일(화) 오후5시 전시장소: 대구문화예술회관 미술관 11전시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