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문자 예술의 향연
은상과 서주의 대전(大篆)을 중심으로 임모하고 창작하며 연구한 결과를 선보인 전시 상주문자전이 막을 내렸다. 북경대학에서 갑골을 전공 하고, 고고발굴 현장에서 직접 실물을 보고 공부한 박재복 교수는 이러한 생생한 학습을 통해 갑골문에 있는 글자를 자유자재로 쓸뿐더러 문자의 근원에 대해서도 해박하다. 그는 지난 2016년 사승전을 열며 첫 개인전을 선보인 바 있다. 당시 그의 개인전이 그동안의 학서 과정에서 사사 받은 선생들의 작품과 임모작품 및 창작 작품을 선보이며 출사표를 내던졌다면, 두 번째 개인전인 <상주문자전>에서는 갑골·금문의 연구를 통해 서예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작업으로 이목을 사로잡았다. <상주문자전>을 통해 만나본 유호 박재복 교수는 갑골문과 금문의 고아한 매력에 흠뻑 취해있었다.
유호 박재복 교수
2019<상주문자전> 전시장 모습
殷商 <四祀邲其卣> 70x140cm
Q. 지난 2016년 첫 개인전에 사승전을 열게 된 계기는? - 저는 그동안 학서 과정에서 실력과 인품을 두루 겸비한 선생님들을 만나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남전 원중식(1941-2013)선생께는 대학시절부터 문하에 입문하여 강원도 인제와 서울의 서실을 오가며 서법의 기초를 다졌습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서울에 있는 시계서실에서 계속 서예를 공부했습니다. 이후 남전 선생님께서 2013년 타계하셨고, 첫 개인전을 열 당시 2016년은 남전 선생님의 3년 상이 끝나는 해였습니다. 저는 남전 선생님께 받은 가르침과 그간 공부했던 흔적들을 선보이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사승전을 기획하여 제 작품과 남전 선생님과 그동안의 학서과정에서의 선생님들 작품을 함께 전시했습니다.
殷商 - 45X50cm
2019<상주문자전> 전시장 모습
<笙磬同音> 42x32cm
Q. 2016년 첫 개인전 <유호 박재복 서전>의 작품에 대해 - 저의 작품은 서예를 배우는 과정에서 대표적인 전,예,해,행,초 5체의 전형적인 비첩과 함께 새롭게 출토된 간독자료까지 임모한 것이었습니다. 전시작품은 세 부분으로 나누어 특징을 설명할 수 있는데, 첫째, 앞서 말씀드린 사승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다른 개인전에서 보기 드믄 것으로 그동안 학서 과정에서 사사받은 선생님들의 작품을 함께 선보인 것입니다. 권우 선생님께서 유도회 한문연수원의 11기 수료식 때에 써준 해행풍의 <攸好>, 남전선생님께서 결혼식 때 써주신 전서풍의 <盡其性>, 북경대학의 성지 선생님께서 써주신 행서풍의 <醉翁亭記>... 등등 여러 선생님들의 작품을 동시에 전시하여 그 학풍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하였습니다. 둘째는 임서작품 위주로 한 점입니다. 특히 중국에서 새롭게 발견되는 최신 문자자료들을 중심으로 임서작품을 구상하였고, 그것은 서예를 공부함에 있어서 가장 교과서적인 서첩들에 대한 임서작품도 있었습니다. 셋째로 창작품은 동양고전의 명구들을 엄선하여 각 서체별로 소품을 위주로 작업하였습니다. 이는 임서를 통해 체득한 서예자료의 필법을 토대로 한 것이며, 단조로움을 탈피하고자 그림, 사진, 탁본 작품, 물간, 색지 등을 활용하여 다채로운 색감을 시도하였습니다. 西周 <史牆盤> 70x205cmx2
유호 박재복 교수
2019<상주문자전> 전시장 모습
誠則明 - 60X45cm
Q. 중국 유학길에 오르게 된 계기와 북경대학에서 공부한 전공에 대해 - 유도회 한문연수원에서 권우 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선생님들께 사서삼경과 같은 역대 한중 고전을 배웠습니다. 점차 금석학에 심취되었고, 더 깊은 공부를 위해 1999년 중국으로 유학길에 올라 북경대학에서 고명 갈영회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고문자학의 기초를 다졌고, 추형 유서 선생님께 지도를 받아 상주고고학의 토대를 마련하였습니다. 유학중 방학기간에는 중국 전역에 산재해 있는 금석문 자료들을 직접 답사하며 견물을 넓히고 고고발굴현장과 갑골문 정리 작업에도 직접 참여하여 현장과 실물자료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축적할 수 있었습니다. 2019<상주문자전> 전시오프닝 행사
<書能變詩可察聯> 21x135cm x2
Q. 이번 <상주문자전>에 대해 - <상주문자전>은 작품의 소재로 갑골문과 금문만을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작품중 임모작품은 갑골문과 금문으로 구분됩니다. 갑골문은 상 후기 은허 갑골문과 서주시기 주원과 주공묘 갑골문을 선별하였습니다. 금문은 <대우정大盂鼎>과 <모공정毛公鼎>, <괵계자백반虢季子白盘> 등 전서 공부에서 있어서 교과서적인 명문을 선택하였고, <이궤利簋>와 <숙측방정叔夨方鼎>, <사장반史墙盘> 등 1970년대 이래 새롭게 출토된 명문들을 선별하였습니다. 특히 시기별, 지역별, 나라별로 특징을 분류해 문자의 조형적 특징을 분석해 내고자 하였습니다. 또 창작 작품은 전래문헌과 출토문헌에서 고전명구를 선별한 것입니다. 이번 전시에서 재미있게 감상하실 수 있는 것은 제가 중국에서 직접 수집한 탁본을 서예계 선생님들께 제발을 받아 함께 선보이며 임모작품과 대조하며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탁본은 <래반逨盤>과 <산씨반散氏盤>, <짐이朕匜>, <구위화裘衛盉>, <구년위정九年衛鼎>, <차정此鼎>, 동한시기 <창힐비 蒼頡碑>와 화상석, 신석기 후기 석가하 石家河 문화의 각화부호 등이 있습니다. 유호 박재복 교수
유호 박재복 경동대학교 한국어교원학과 부교수 (사)유도회 한문연수원 서경 교수 (사)시계연서회•한국서예가협회 이사 한국서예학회•동양고전학회 연구이사 동양고전연구소•문화예술콘텐츠연구소 편집위원 한국전각협회•강원서학회•동양서론연구회 회원 중국고중세사학회•동아시아출토문헌연구회 회원 북경대학 석박사(고문자학/상주고고학) (사)유도회 한문연수원 수료 북경대학 震旦古代文明中心 객좌연구원 역임 성균관대학교 유교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역임 주요 논문 및 저서 <논문> (2013), 殷商시기 甲骨文에 보이는 商과 夷族의 관계, 『동양사학연구』 123호. (2013), 商중기 甲骨의 특징과 그 형성과정 고찰, 『고고학탐구』 13호. (2012), 蒼巖 李三晩의 書風에 나타난 복고적 성향 고찰, 『동양고전연구』,49호. (2012), 商周시기 都邑과 遷都에 관한 고찰, 『고고학탐구』12호. (2012), 殷商시기 甲骨文에 보이는 ‘征人方’ 고찰, 『유교문화연구』20호. (2011), 향교설립 이전의 유가경전 수용과 교육현황, 『동양고전연구』42호. (2011), 작품소재로 살펴본 蒼巖 李三晩의 학문세계, 『서예학연구』18호.
<저서> (2011), 『선진복법연구(先秦卜法硏究)』, (중국) 상해고적출판사(上海古籍出版社)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