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으로 글그림 빚다 한천 양상철 작가의 ‘흙으로 글그림 빚다’ 展은 심헌 갤러리에서 주관하는 ‘2019 기획전-제주의 색을 담다’의 첫 번째 초대전이다. 서화융합예술가로 활동하는 양상철 작가는 그동안 서예와 미술, 문자와 이미지를 적절하게 배열하여 서예술의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다. 이번 초대전 또한 옹기와 서화를 접목해 작가의 하이브리드 예술정신을 어김없이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 선정된 제주의 색은 제주 옹기의 ‘붉은 적갈색’이다. 제주 옹기에 담긴 붉은 적갈색이 작가의 손을 거치면 더는 옹기에 머무르지 않고 끝없는 생명을 지닌 예술로 탄생한다. 작가는 적갈색 물감을 사용하지 않고 현무암 풍화토로 이루어진 제주의 붉은 흙으로 작업했다. 그래서 제주 옹기 고유의 색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으며, 갤러리의 흰 벽과 대조되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올 것이다.
<소등에 비껴 누워 가을소리 깊이 듣고>, <속이원장-담장에도 귀가 있다> 등 붉은색 옹기 작품이 이번 전시를 대표한다고 보지만, <변형> 시리즈 작품을 주목하고 싶다. <변형>이라는 제목답게 사람의 손과 물고기의 얼굴이 섞이고, 사람의 입술이 분명하지만, 사람의 얼굴은 아닌 모습이다. 이질적인 두 요소가 하나로 섞이면서 둘의 경계는 모호해지고 새로운 형상을 창조한다.
이 과정에서 감상자는 당혹감을 느끼게 되고, 이를 줄이기 위한 주관적 변용을 시작하는데 그것이 바로 환상이다. <변형> 시리즈 작품 위에 걸린 <想(생각하다)>, 幻想(환상)>, <現實(현실)> 세 서예작품이 <변형> 작품의 의미를 명확하게 말해준다. 환상도 결국은 현실을 기반한다. 가치 있는 융합이 되기 위해서는 환상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융합을 통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가치는 이질적인 요소 간에 정확하고 올바른 인식에서 시작된다.
이중섭 미술관 큐레이터는 작가의 작품에는 ‘이미지+기호’가 주는 하이브리드(Hybrid)적 묘미가 있다고 평했었다.(2016) 다양성을 기초로 하는 하이브리드적 접근방식은 작가가 추구하는 융합의 가치와 맞물려있다. 이번 전시는 ‘이미지+이미지’로 전하는 하이브리드적 예술 경계로 발전했고, 약 30여 점의 옹기 작품에 담겨있다.
제주인의 생활 속에 살아 숨 쉬는 옹기가 예술로 승화되어 붉은색으로서의 영원성을 지니게 되었다. 예술로 제주를 느껴보고 싶다면 한천 양상철의 ‘흙으로 글그림을 빚다’ 展을 추천한다. 전시는 제주 심훈 갤러리에서 10월 12일 토요일부터 10월 29일 월요일까지 약 보름에 걸쳐 열린다. 2019. 10. 23 객원기자 최다은 <전시 정보> 심헌갤러리 2019 기획전-제주의 색을 담다 한천 양상철 초대전 흙으로 글그림 빚다 기간 : 2019. 10. 12 ~ 10. 29 장소 : 제주 심훈갤러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