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의 상처 한글 전각의 도약 이완 작가는 서예・캘리그라피・전각 등 여러 방면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는 현대 서예가인 동시에 글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이다. 서예가와 작가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번 ‘돌의 상처’展은 작가의 첫 번째 한글 전각전과 <돌의 상처> 에세이 출판을 함께 기념하였다.
먼저 ‘돌의 상처’ 전각전은 한글 전각 작품으로만 구성된 한글 전각전이다. 한글 전각 작품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한글 전각 작품만을 한자리에 모아 선보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전각 예술은 그간 한자 전각 작품이 전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한글 전각의 입지는 매우 작은 편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가 더욱 의미 있는 것은 한글이 익숙한 세대도 전각 예술을 충분히 즐길 수 있고, 나아가 한글 전각의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을 여지를 남긴 것이다. 전각예술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었다. 또한 <삶의 무게>, <그냥> 등 돌에 새긴 내용을 설치미술로도 확장하여 보는 재미를 두 배로 만들었다. 새로운 볼거리로 즐거움을 준다는 것은 언제나 환영할 일이다.
<돌의 상처> 에세이에는 한글 새김을 기획한 배경과 사람 이완에 대해 알 수 있는 인터뷰 그리고 여러 편의 시가 실려있다. 30년 전에 보았을 법한 세로쓰기 형식이 제일 먼저 시선을 끌었다. 국한문혼용 세로쓰기를 모르는 세대는 참신함을, 익숙한 세대는 향수를 느낄 것이다.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뉴트로(newtro)가 떠올랐다.
이완 작가
작가의 작품에는 삶의 희로애락이 담겨있다. 그것은 아마도 누군가의 글이 아닌 작가의 진솔한 이야기를 썼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신이 나기 마련이며, 세상에서 하나뿐인 이야기가 재미없을 리 없다. 허투루 흘려보낼 수 있는 일상의 경험을 붙잡고 사람으로, 서예인으로 같이 고민해보자고 얘기한다. 서예학원에 다니던 초등학생이 지금까지 붓을 놓지 않고 살면서 겪었던 고민의 흔적이 작가의 글맛을 깊게 만든다.
글씨도 어쩌면 손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불러 써야 한다는 작가의 말에 십분 동의하며, 작가는 전각 역시 같은 마음으로 새겼을 것이다. 글씨를 잘 쓰는 작가는 많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작가는 많지 않다. 작품의 형식뿐만 아니라 먹의 농담과 문구 선택, 서예란 무엇이지, 또 어떤 신념을 가지고 예술을 대할 것인지 등 많은 것을 고민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야만 한다. 그렇게 완성된 작품은 작가의 것이자 더는 작가의 것이 아닌 모두의 예술로 성장할 수 있게 된다. 2019. 10. 28. 객원기자 최다은 <전시 정보> 이완 한글 새김 개인전 ‘돌의 상처’ 기간 : 2019. 10. 2(수) ~ 10. 8(화) 장소 : 경인미술관 아틀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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