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21

글씨와 놀다. 매거진 '글씨 21'

서예·캘리그라피

[Review]

2019-11-11
팔령후 서예전 다섯 번째 이야기

 

31인 신진 서예가의 왕희지 들여보기

 

팔령후는 1980년 이후에 태어난 서예 전공자들이 모여 서예술을 연구하고 창작하는 신진작가 모임이다. 2015년에 창립하여 올해로 5회를 맞이한 이번 전시는 서예의 서성(書聖)으로 불리는 왕희지를 말하다를 주제로 치러졌다. 왕희지의 글을 따라 쓴 임서 또는 왕희지와 관련된 글을 소재 삼아 고전을 마주하는 신진 작가들의 예술세계를 펼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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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희지는 중국 동진시대의 서예가로 수많은 서예가들이 뛰어난 그의 글씨를 흠모하였고 17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서성이라고 불리는 이유에는 타고난 재능 외에도 연못 가에서 글씨를 쓰다가 연못이 까맣게 변했다는 일화, 붓을 들기 전의 마음가짐을 중요하게 여긴 기록에서 알 수 있듯 글씨를 향한 노력과 진중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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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빈 - 王羲之 書論句 · 69×21cm×2.JPG

김수빈 - 王羲之 書論句 · 69×21cm×2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법고창신 정신은 서예가라면 누구나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선현의 글씨를 똑같이 따라 써보는 것, 글을 쓰게 된 배경을 알고 글쓴이의 감정을 이해해보는 것,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형식을 적용해 보는 것 등등 어떻게 하면 옛 정신을 이어 나만의 작업을 구현해 낼 것인지 많은 고민을 한다. 31명의 신진작가들이 참여하여 만든 2019 왕희지는 어떤 모습일까.

 

이완 - 惠風和暢 · 180×97cm.JPG

이완 - 惠風和暢 · 180×97cm


김윤주 - 왕희지 서론中 · 70×180cm.JPG

김윤주 - 왕희지 서론中 · 70×180cm


이종암 - 重寸陰 · 69×34cm.JPG

이종암 - 重寸陰 · 69×34cm


김수용 - 다못쓴 난정서 · 63×43cm.JPG

김수용 - 다못쓴 난정서 · 63×43cm


팔령후 서예전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은 전통의 필법을 지키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에 맞춰 형식의 변화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왕희지의 대표작 <난정서> 하나에도 다채로운 구성이 돋보인다. <전임 난정서>는 난정서를 그대로 임서하여 내가 알던 난정서 본연의 글씨와 비교 감상이 가능하며, <난정서 한글 해석본>, <난정서 전문 해설>은 난정서의 의미와 한글서예의 아름다움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장순영 - 王羲之 書論 · 70×47cm.JPG

장순영 - 王羲之 書論 · 70×47cm


강효정 - 鵝池 王十朋 · 140×70cm.JPG

강효정 - 鵝池 王十朋 · 140×70cm


이신영 - 書譜句 · 39×12cm.JPG

이신영 - 書譜句 · 39×1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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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 李白 王右軍 · 275×50cm


<다못쓴 난정서>는 난정서를 쓰면서 느낀 작가의 감정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였고, <난정, 난정>은 종이에 쓰여있던 행서체 난정서를 목간으로 옮겨와 새로운 구성으로 선보였다. 난정서의 일부 문장을 선별하여 마음속에 새겨보는 <난정서중>, <난정서 제1>, <난정시> 작품도 있다. 이외에도 예서해서행서전각문인화 등 다양한 서체와 형식으로 왕희지를 재해석하였다.

 

이광호 - 意在筆先 · 130×35cm.JPG

이광호 - 意在筆先 · 130×3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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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80년대90년대 생을 주축으로 모인 팔령후 신진작가들은 아날로그 감성과 디지털 문화를 동시에 누린 세대로 평가받는다. 마지막 아날로그 세대이면서 디지털 문화를 접한 1세대인 것이다. 따라서 현재 신진 서예가는 서예가 익숙하지 않은 미래세대에게 서예를 전해야 하는 역사적 소명 앞에 놓였다. 팔령후처럼 뜻이 맞는 서예가가 모여 함께 공부한다면 00년대, 10년대 후학들도 참여하는 뿌리 깊은 모임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2019. 11. 11.

객원기자 최다은

 

<전시 정보>

팔령후 서예전 다섯 번째 이야기

기간 : 2019. 11. 1() ~ 11. 7()

장소 : 이화아트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