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네 개의 품격을 글씨로 풀어내다. 탄주 고범도 작가의 2019 개인전과 초대전이 인사동 백악미술관과 인영갤러리에서 동시에 열렸다. 두 전시 모두 당나라 시인 사공도(司空圖)의 이십사시품(二十四詩品)을 소재로 삼았다. 개인전 ‘시품-초서에 깃들다’는 초서 대작(大作)으로, 초대전 ‘시품-서예에 깃들다’는 소품 위주의 작품으로 선보였다. 초서 외에 여러 서체로 시품의 가치를 전달하며 큰 글씨와 작은 글씨를 아우르는 작가의 기량을 선보였다.
탄주 고범도 작가
이십사시품은 시(詩)를 읽고 느낀 시심(詩心)을 24개의 품격으로 나누어, 각 품격을 4언 12구 형식에 맞춰 그 의미를 설명한 시이다. 이는 훗날 수많은 예술가의 영감을 일으킨 미학의 보고가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 겸재 정선이 그리고 원교 이광사가 쓴 ‘사공도시품첩(司空圖詩品帖)’이 남아있다.
국제서법예술연합 한국본부 권창륜 이사장
(재)강암서예학술재단 송하경 이사장
詩品 豪放 浪浪蒼蒼 · 65×33cm
또한, 작품을 평가하는 개념어를 세운 역사적인 지침서이기도 하다. ‘침착(沈着)’, ‘고고(高古)’, ‘세력(洗鍊)’, ‘함축(含蓄)’, ‘자연(自然)’ 등 일상에서도 익숙하게 쓰이며 비평용어로 자리잡았다. 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 안대회 교수는 이번 전시를 이십사십품 중 진실과 즉흥의 미학이 있는 ‘실경(實景)’으로 평하였다. 한국서예협회 윤점용 이사장
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 안대회 교수
詩品 雄渾 · 8.5×16cm
거짓과 꾸밈없이 본성에 맡겨 손이 가는대로 씀을 풀이한 시품 ‘실경’은 탄주 고범주 작가의 초서와 한글에서 그 빛을 발한다. 전시장 벽면을 가득 채운 사공도 <이십사시품> 전문(全文) 초서 작품에서는 자유로운 운필과 자연스러운 먹의 흐름이 마치 글씨가 춤을 추고 있는 듯하다.
시품 기려(綺麗) <金尊酒滿 伴客彈琴> 작품에서는 선을 깨트리는 강한 필치가 웅장하여 보는 이를 압도하는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반대로 소품에서 보이는 필세는 작은 크기에 맞는 기운생동한 특유의 노련함이 있다. 한글 작품 <섬농(纖穠)>과 <실경>을 보면 하나의 글자들은 너무나 자유분방하지만 전체적인 구성은 매우 안정되고 짜임새가 있어 작가의 서력(書歷)을 가늠케 한다. 詩品 沈着 침착 · 13×33cm
상징적으로 해설한 품격을 글씨로 형상화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한글 작품 <침착>과 같이 또박또박 침착하게 1차적으로 접근하는 형상화도 있지만, 시품 <웅혼>의 경우에는 ‘오히려 이슬 내린 뒤 맑은 분위기의 <기려>에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처럼 같은 시품도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게 읽힐 수 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탄주 고범도 작가는 시품을 썼고, 우리는 작가의 작품에서 시품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2019. 11. 17. 객원기자 최다은 <전시 정보> 2019 탄주 고범도 展 기간 : 2019. 11. 7(목) ~ 11. 13(수) 장소 : 백악미술관 제1전시실
2019 탄주 고범도 초대전 기간: 11.6(수) ~ 11. 11(월) 장소: 인영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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