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 일어날 때, 길이 있음을 보라. 경기대학교 서예학과의 제14회 졸업작품전이 한국미술관에서 열렸다. 경기대학교 서예학과는 현재 전국의 유일무이한 서예학부 과정으로 2003년 신설되어 2006년 제1회 졸업 전시를 치렀고, 2019년 제14회 졸업작품전을 맞이하였다. 이번 전시는 ‘한묵정연(翰墨情緣): 글과 붓으로 인연을 맺는다.’라는 주제로 21명의 학생이 참여하였으며, 단체작을 포함하여 70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경기대 서예학과 졸업생>
4년 동안 배운 내용을 학생 개인의 소질과 선호도에 따라 전통서예, 현대서예, 서예응용, 사군자, 전각, 수묵화 등 다양한 장르로 구성하였다. 고전 법첩을 기반으로 충실하게 임한 작품부터 디자인 요소가 가미된 캘리그라피 작품 등 형식과 장르의 변용이 작년보다 다양해졌다. <경기대 서예학과 졸업전시 모습>
<경기대 서예학과 졸업전시 모습>
서예의 정석처럼 전서・예서・해서・행서, 그리고 궁체・궁체흘림・판본체 등 글씨로만 작품을 준비한 학생은 강주미, 김보경, 박서영, 석미숙, 소해경, 송유나, 신진이, 이다혜, 이헌빈, 최지원, 하주영 이상 11명이다. 글씨 작품 이외에도 사군자와 민화 등 먹과 색의 균형을 잡은 학생은 곽정빈, 이연주, 임지우, 황현영 이상 5명이며, 서예를 응용하여 구도와 글씨체의 변화를 꾀한 캘리그라피 작품에는 박엄지, 황현영 두 학생이 있다. <경기대 서예학과 졸업전시 모습>
<경기대 서예학과 졸업전시 모습>
이외에도 유일하게 전각 작품을 낸 김선옥 학생, 나무에 글씨를 새긴 서각작품에는 임선영 학생, 도자기에 글씨를 입힌 장은희 학생, 수묵으로 역동적인 말을 그린 최법호 학생이 있다. 어떤 형식으로든 간에 더 많은 것을 보여주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겠지만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것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도 교수 네 분과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여 만든 ‘한묵정연’ 단체작에서 붓으로 맺어진 인연을 이어가겠다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장지훈 교수님>
졸업생을 대표하여 졸업준비위원회는 전시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처음이어서 서툴렀고, 모든 학생이 졸업 후 진로에 대한 고민이 있어서 심리적인 불안함이 있었지만, 야작(夜作)과 야식(夜食)의 즐거움, 지도 교수님들의 지도와 조언 덕분에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또한, 졸업을 앞둔 동기들이 서예가, 캘리그라퍼, 폰트디자이너, 큐레이터, 대학원 진학 혹은 전공과 상관없는 취업을 꿈꾸며 다른 길을 바라보고 있지만 서예학과에서 배웠던 가르침이라면 어느 곳에 가더라도 무슨 일을 하더라도 잘 지낼 것이라고 믿는다며 서로를 응원하였다. <경기대 서예학과 졸업생>
<경기대 서예학과 장지훈 교수와 졸업생>
<경기대 서예과 졸업전시 모습>
순수미술에 속하는 서예가 현대사회에서 제 자리를 지켜내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순수미술학과가 통폐합되고 있고, 예술이 누군가에겐 배고픈 직업이 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다혜 학생의 작품 <인연이 일어날 때 끝이 있음을 보라>를 <인연이 일어날 때 ‘길’이 있음을 보라>로 읽어보자. 졸업 전시를 무사히 마쳤다는 기쁨과 함께 졸업 후의 불안함에 눈물이 날 수도 있겠지만, 나와 서예는 이미 연(緣)을 맺었다. 지도 교수님과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있기를,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꾸준히 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졸업의 결실은 새로운 길을 열어 줄 것이다. 2019. 11. 27. 객원기자 최다은 <전시 정보> 제14회 경기대학교 서예학과 졸업작품展 기간 : 2019. 11. 20(수) ~ 11. 26(화) 장소 : 한국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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