隻辭揮染 척사휘염 (=한 글자나 한 단어로 된 서예작품)
“지금이라도 새로운 길을 찾아야죠.” 유재 임종현 작가의 여섯 번째 개인전 주제는 ‘척사휘염(隻辭揮染)’이다. 고전에 자주 나오는 용어는 아니지만 하나의 단어 혹은 짧은 글이 나를 물들인다는 의미로 이번 전시 제목을 정했다고 한다.
明明德 42×51cm 밝은 덕을 밝게 하라
한문학을 전공한 작가의 유가적 사유가 묻어있다. 창작에 임할 때도 기교를 버리고 서예가 지닌 본연의 아름다움으로 유가의 덕목을 표현할 것을 추구한다. ‘정관(靜觀)’, ‘성(誠)’. ‘중(中)’, ‘명명덕(明明德)’을 포함하여 총 25점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空 56×50cm
福 56×47.5cm
이번 개인전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업 스타일은 화선지를 대신한 캔버스 사용이다. 조금 더 명확하게 말하자면 캔버스를 사용하되 화선지의 먹 번짐 효과는 그대로 고수하였다. 이 사실을 모른 채 작품을 접한 사람은 화선지와 먹물이 아니라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초정 권창륜 선생
소헌 정도준 선생
心是佛 19×36cm×3 마음이 곧 부처이다
夢 58×49cm
到遠 64.5×40cm 원대함에 이르다
유재 임종현 작가
화선지는 분명 훌륭한 재료이지만 보존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작가는 재료의 한계를 보완하는 동시에 재료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는 작업에 집중하였고, 그 결과 물걸레로 닦아도 작품에 변형이 없을 정도이다. 또한 먹 번짐, 갈필과 같은 붓의 효과를 연출하기 위해 물과 아크릴 잉크의 비율을 찾아내었고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게 되었다. 아크릴 잉크로 농담을 표현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을지 알 수 있다.
數飛 61.5×34cm 習鳥數飛也 學之不已 如鳥數飛也 익힌다고 하는 것은 새가 하늘을 날기 위해 자주 날개 짓 하는 것이다. 배워서 그치지 않음을 새가 계속 날개 짓 하는 것 같이 해야 한다.
通 61×49cm 窮則變 變則通 通則久 是以自天祐之 吉無不利 한계에 도달해서 궁해지면 변하고, 변하면 막힘없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 이로써 하늘이 스스로 도와서 길하여 불리함이 없게 된다
여전히 서예 하면 ‘지(紙), 필(筆), 묵(墨), 연(硯)’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문방사우와의 질긴 인연이다. 이제는 많은 미술 재료가 존재하고 다양성이 인정받는 세상이다. 서예 역시 다양한 재료와 도구로 창작이 이뤄지고 있고, 영상매체와의 협업, 스트릿아트로서 서예의 범주를 확장하고 있다. 그 중 유재 작가는 지필묵의 특성을 지키면서 보존성의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차별성을 두었다.
進一步77×40cm 百尺竿頭進一步 백 자나 되는 장대 위에 올라가서도 또 한 걸음 더 나아가라
유재 임종현 작가
다섯 번째 개인전에서는 귀거래사, 적벽부, 금강경 등 문장 전체를 다 쓰는 확산의 기세를 보였다면, 2020년 여섯 번째 개인전에서는 짧은 단어로 정신과 마음을 집약한 응축의 기운을 전달한다. 같은 형식을 답습하지 않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작가의 도전 정신은 극복에 있다고 답한다.
고전을 읽고 글씨를 쓰는 것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과정이며, 성숙한 나로 물들인다고 한다. 서단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서예가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자기 발전은 후배 서예가에게 많은 귀감이 될 것이다. 2020. 02. 11. 객원기자 최다은 <전시 정보> 유재 임종현 여섯 번 째 개인전 ‘척사휘염’ 기간 : 2020. 2. 20(목) ~ 2. 26(수) 장소 : 백악미술관 2층 초대 : 2020. 2. 20(목) 오후 5시 문의 : 010-5207-1389 (유재 임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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