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21

글씨와 놀다. 매거진 '글씨 21'

서예·캘리그라피

[Review]

2020-02-25
노재준 展 ‘달항아리, 담고 닮다’

 

나를 의미하는 달항아리

 

인사동 경인미술관 제2관에서는 노재준 작가의 두 번째 개인전 달항아리담고 닮다가 열렸다. 소박하고 청렴한 이미지의 조선백자는 문화재를 넘어 민족성을 대표할 정도로 우리 국민에게 친숙한 도자이다. 작가는 상징성 있는 도자에 서예전각판각 예술을 접목하여 모든 이에게 공감을 살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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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 '단재 신채호 선생'을 담다

노재준 作


달항아리라고 불리는 백자는 우리나라에서 통일신라 시대 9세기 중엽부터 생산됐다는 기록이 있다. 고려 시대는 청자가 유명하지만, 백자도 발굴되었으며, 조선 시대에 오면 백자의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한다. 백자가 성행하게 된 이유에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적어도 맑은 유백색의 백자가 주는 넉넉한 느낌을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인식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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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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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 '이육사 시인'을 담다
노재준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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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 '추사 선생'을 담다 
노재준 作


작가는 이러한 달항아리를 매개체로 삼아 서예, 전각, 탁본과 판화 등 작가가 펼칠 수 있는 기량을 이번 작품에 모두 담았다. 달항아리의 태생적인 특성인 곡선과 대비되는 직선을 활용함으로써 곡선 안의 직선, 곡선 밖의 직선들이 보는 이의 시선을 붙잡는다. 또한, 그 안에서의 흑과 백의 적절한 공간 분배는 최소한의 색으로 다채로운 구도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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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헌 임재우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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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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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 '복(福)'을 담다
노재준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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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 '천상병 시인'을 담다
노재준 作


달항아리가 담은 이야기는 작품의 깊이를 더욱더 깊게 만든다. 특히 나라를 위했던 윤동주 시인, 안중근 의사, 유관순 열사 등 순국선열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울림이 있다. 예술을 통해 나라를 생각하고 나가 오늘날 나의 모습까지 돌아보게 만드는 시간은 너무나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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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 '윤동주 시인'을 담다
노재준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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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 '오복(五福)'을 담다
노재준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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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 '상춘곡(賞春曲)'을 담다
노재준 作


작가는 항아리를 항아리는 내 속내(缸我裏)’라고 표현하고 싶다고 하였다. 모양은 조금씩 다를지라도 누구나 나만의 항아리를 품고 있다. 작가의 전시를 보고 나면 작품을 보고 가는 느낌이 아니라 내가 품고 온 항아리에 이것저것 품었던 생각을 담고 돌아가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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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 '수여금석(壽如金石)'을 담다
노재준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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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 '오복(五福)'을 담다
노재준 作


노재준 작가는 수십 년 동안 단체전과 책 출간, 논고 연재 등 많은 작품활동과 연구를 병행하며 실력을 쌓았다. 이번 두 번째 개인전은 작가의 열의와 내공이 얼마나 담겨있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전시였다. 달항아리를 통해 여러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작가의 모습에서 또 하나의 달항아리를 보았다.

 

2020. 2. 24.

객원기자 최다은

 

<전시 정보>

노재준 달항아리, 담고 닮다

기간 : 2020. 2. 19() ~ 2. 25()

장소 : 경인미술관 제2전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