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에서는 지난 3월30일 배원정 학예사의 작품 설명을 통해 전시 내용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유투브 온라인 개막을 시작으로 개관 이래 최초의 서예 단독 기획전이자 올해 첫 신규 전시인 《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 서예전》이 열렸다.
* 본 기획전은 5월 6일부터 현장 관람이 시작되었고 온라인 신청을 우선하되 현장접수도 가능하게 됨을 공지합니다.
《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 서예전》은 한국 근현대 미술에서 서예가 담당하고 있는 역할과 의미가 무엇인지 모색하기 위한 전시로 전통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서書’가 근대 이후 선전과 국전을 거치며 현대성을 띤 서예로 다양하게 변천하는 과정을 ‘서예를 그리다 그림을 쓰다’, ‘글씨가 곧 그 사람이다: 한국 근현대 서예가 1세대들’, ‘다시, 서예: 현대서예의 실험과 파격’, ‘디자인을 입다 일상을 품다’ 4개의 주제로 4부에 걸쳐 담아냈다.
서예, 전각, 회화, 조각, 도자, 미디어 아트, 인쇄매체 등 작품 300여 점, 자료 70여 점을 선보인 이번 전시는 해방 후 왕성한 활동을 펼쳤던 한국 근현대 서예가 1세대 12인의 작품을 비롯하여 2000년대 전후 나타난 현대서예와 디자인서예 등 다양한 형태로 분화하는 서예의 양상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으며서예와 다른 미술 장르와의 관계를 풀어내며 이번 전시에서는 ‘서書’가 전시되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1부 “서예를 그리다 그림을 쓰다”에서는 서예가 회화나 조각 등 다른 장르의 미술에 미친 영향들을 살펴봄으로써 미술관에서 ‘서書’를 조명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서예가 또 다른 형태의 미술임을 말하고자 했다. 1부에서는 3개의 소주제로 나눠 현대미술과 서예의 관계를 총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데첫 번째 <시詩·서書·화畵>에서는 전통의 시화일률詩畫一律 개념을 계승했던 근현대 화가들이 신문인화新文人畵를 창출하고, 시화전의 유행을 이끌어 갔던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 <문자추상>에서는 서예의 결구結構와 장법章法을 기반으로 구축된 문자적 요소가 각각의 화면 안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표출되었는지를 살펴볼 수 있으며, 마지막으로 <서체추상>에서는 서예의 모필毛筆이 갖고 있는 선질線質과 지속완급, 리듬, 기氣 등 재료의 특질들이 실제 작품에서 어떻게 발현, 반영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황창배作 무제
2부 “글씨가 그 사람이다: 한국 근현대 서예가 1세대들”에서는 한국 근현대 서예가 1세대 12인(석재石齋 서병오徐丙五(1862-1935), 무호無號 이한복李漢福(1897-1940), 소전素荃손재형孫在馨(1903-1981), 석봉石峯 고봉주高鳳柱(1906-1993), 소암素菴 현중화玄中和(1907-1997), 원곡原谷 김기승金基昇(1909-2000), 검여劍如 유희강柳熙綱(1911-1976), 강암剛菴 송성용宋成鏞(1913-1999), 갈물 이철경李喆卿(1914-1989), 시암是菴 배길기裵吉基(1917-1999), 일중一中 김충현金忠顯(1921-2006), 철농鐵農 이기우李基雨(1921-1993), 여초如初 김응현金膺顯(1927-2007), 평보平步 서희환徐喜煥(1934-1998))의 작품을 중심으로 전통서예에서 변화된 근대 이후의 서예에 나타난 근대성과 전환점, 서예 문화의 변화 양상 등을 살펴볼 수 있다.
12인의 작가는 근현대 한국 서예를 대표하는 인물들로서 대부분 오체五體(전篆·예隷·해楷·행行·초草)에 능했고이들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등 사회·문화예술의 격동기를 거치며 ‘서예의 현대화’에 앞장서, 자신의 예술세계를 확립한 인물들로서 각자 자신이 살아온 행보와 성정을 반영하여 자신만의 특장을 서예로 발휘해 온 이들의 작품을 통해서 글씨가 그 사람임을 알 수 있다.
먹의방과 화이트 방으로 나누어진 2부관에서는 근 현대 서예가들의 작품 외에도 근현대 서예가 1세대들이 주고받은 연하장 이나 한글 서예교본, 휘호사진 등 당 시대의 書의 실상을 느낄수 있는 다양한 소장품들과 당시 서예가들이 사용한 문방사우 전시 등의 볼거리들을 통해 관람자들에게 보다 더 생생하게 주제를 전달하고자 세심하게 배려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일중 김충현, 정읍사井邑詞, 1962, 종이에 먹, 136×63.5cm,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3부 “다시, 서예: 현대서예의 실험과 파격”에서는 2부의 국전 1세대들에게서 서예 교육을 받았던 2세대들의 작품을 통해 그 다음 세대에서 일어난 현대서예의 새로운 창신과 실험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서예의 다양화와 개성화가 시작된 현대 서단에서 서예의 확장성과 예술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다시, 서예”에 주목하고 있는데 전문가 15인으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세 가지 기준, ‘전통의 계승과 재해석’, ‘서예의 창신과 파격’, ‘한글서예의 예술화’에 따라 선정된 작가와 작품을 선보인다. 전통서예가 문장과 서예의 일체를 기본으로 하는 반면, 현대서예는 문장의 내용이나 문자의 가독성보다는 서예적 이미지에 집중함으로써 ‘읽는 서예’가 아닌 ‘보는 서예’로서의 기능을 더 중시하는 오늘날 현대미술의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타 장르와 소통하고 융합하는 순수예술로서의 서예를 보여준다.
하석 박원규作 公正
4부 “디자인을 입다 일상을 품다”는 디자인을 입은 서예의 다양한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며 일상에서의 서예 문화, 현대 사회속의 문자에 주목한다. ‘손 글씨를 이용하여 구현하는 감성적인 시각예술’로 최근 대중들에게까지 각인되며 일면 서예 영역의 확장이라 일컫는 캘리그래피(Calligraphy)와 가독성을 높이거나 보기 좋게 디자인한 문자를 일컫는 타이포그래피(typography)는 실용성과 예술성을 내포하며 상용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선별된 작품들은 서예의 다양한 역할과 범주, 그리고 확장 가능성을 시사한다.
최초로 공개되는 유튜브 학예사 전시투어는 전시를 기획한 배원정 학예연구사의 실감나는 설명과 생생한 전시장을 담은 녹화 중계로 3월 30일(월) 오후 4시부터 약 90분간 진행되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유투브 채널에서 중계 이후에도 계속해서 감상할수 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서예 교과서를 만든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해 준비한 전시이다. 중국의 서법書法, 일본의 서도書道와 달리 예술성을 높게 평가한 한국의 서예書藝가 본격적으로 재조명되어 문자예술의 풍요롭고 화려한 새로운 시대의 전개를 보여줄 것”이라며, “코로나19로 미술관 직접 방문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온라인 중계를 통해 만나는 서예전이 새로운 희망과 위로를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관 이래 최초의 서예 단독 기획전이자 올해 첫 신규 전시로 기획된 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 서예展, 서예 교과서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정도로 세심하게 준비된 자료와 주제, 과거에서부터 현재로 이어지는 書의 여정을 보여주고자 쏟아낸 많은 노력과 정성이 느껴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많은 서예인 뿐만 아니라 일반 관람객들에게도 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느껴지길 바란다. 한편, 전시기간은 5월 6일 ~ 7월 26일로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전관(2, 3층) 에서 만나볼수 있다. 전시 현장에서 직접 살아 꿈틀거리는 운필의 생동감과 먹의 향취를 느껴볼수 있기를 희망한다.
2020. 04. 01.
글씨21 편집실
<전시 정보>
《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 서예전》
전시기간: 2020. 5.6 ~ 7. 26
전시시간: 오전10시~ 오후6시
1일 총 4회 50명씩 온라인예약으로 진행되며, 시간은 10시, 12시, 2시, 4시 입니다. 현장접수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