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당 조성주 인터뷰
국당 조성주의 여덟 번째 개인展이 오는 4월 15일 ~ 28일 인사동 한국미술관 2,3층 전관에서 개최됐다. “亂場, 同想異夢 -봄날은 간다-”를 메인 주제로 두 가지 형식의 부 주제를 동시에 선보인 이번 전시는 2012년 5월, 법화경을 완각하여 가진 <완각 하이퍼 전각 법화경 佛光전> 이후 8년만에 처음으로, 선생의 고희(古稀) 기념전 이기도 하다.
전시장 전경
전시장 전경, <완각 하이퍼 전각 법화경 佛光展> 출품작
조성주作, 筍子 句, 65×65cm
전통 서예가이면서 전각가, 미술인이면서 가수, 모델로도 폭넓게 활동하고 있는 선생은 “서예, 전각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취미로 나에게 영감을 주는 지엽(枝葉)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원로서예가 구당 여원구(丘堂 呂元九) 선생에게 사사 받아 오늘에 이르도록 서예와 전각공부에 깊이 있게 매진하여 전통 서예가로서 뿐만 아니라 독창적 예술 세계를 형성하게 되었는데, “오늘의 내가 만들어지기까지는 내 곁에 훌륭하신 스승님이 계셨기에 가능하였다.”라고 밝힌바 있다.
구당 여원구 선생
조성주 作, 圖 宮闕賞春(궁궐의 상춘을 그리다), 70×200cm
또한 이번 작품에 대하여 “23년 전부터 한시를 읊어 왔는데 그간 약 600여 수의 근체시를 지었고, 이번에는 그 가운데에서 주로 춘시(春詩)를 골라 작품으로 표현하였다.”며, 이어서 “따로 한시를 사사한 바는 없고 독학으로 했기 때문에 여러 면에서 부족하겠지만 시(詩)란 곧 그 사람의 사상과 예술적 성향이 압축되어 있기에 작품의 소재로 사용했다.” 고 전했다.
조성주 作, 청산에 살어리랏다, 55×75cm
희묵도지(戱墨塗之) :
자작 한시 봄시(春詩)로 꽃봄을 디자인하다
먼저 2층 전관에는 약 250여 점의 대소 필묵 작품이 전시된다. 전(篆)·예(隷)·해(楷)·행(行)·초(草)·한글 등 각체가 고루 전시되며, 행초서 작품이 주를 이룬다. 주로 국전지(70×200cm)사이즈의 화선지에 구사한 작품이 대다수로 선생의 자작 한시 중 ‘봄’을 소재로 한 작품이 80%에 이른다.
스승인 구당 여원구 선생에게 바치는 자작 한시를 낭독중인
국당 조성주 선생의 모습
조성주 作, 花雨(꽃비), 56×70cm
조성주 作, 韓非子句, 50×75cm
이번 전시의 또 다른 묘미로는 다양한 실험 요소들에 있는데 가령, 조형적으로 구성 된 판넬 작품, 전시장 내부 전면 공간을 활용한 입체적 진열법 등이 그렇다. 이번 전시에서 선생이 선보이는 필묵 작품과 전시방식은 다른 장르의 예술세계를 적극 수용하여 자신의 서화 세계와 접목시켜 재 구성한, 이른바 ‘멀티 그라피(Multi-Graphy)’라는 선생만의 독특한 예술 세계라 할 수 있으며, 디자인적 요소 또한 배제하지 않으려 애쓴 선생의 노력이 엿보인다.
조성주 作, 멀티그래피 9 - 卽事, 50×150cm
1C+4D : 종심난필(從心亂筆)로 봄의 향기를 칠(漆)하다
3층 전관에서는 전통 서예를 바탕으로 서양화 캔버스에 작업 된 ‘1C+4D’ 심화(心畫)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선생이 5년여 기간동안 정성들여 작업한 작품들로 구성되었는데 여기서 ‘1C+4D’란, 서예(Calligraphy)를 가미한 4가지 요소, Design(디자인), Diversity(다양성), Deep-felt(심도사상, 深度思想), Daub(조조칠, 粗糙漆)을 뜻한다. 그가 위와같은 요소들에 중점을 두고 작업을 하였기에 이같은 명칭이 붙었다.
조성주 作, 群鶴一鷄(The sun among inferior lights),
66×62cm, Canvas, Acrylic Paint
캔버스에 물감의 원액을 사용하여 매우 거칠고 두꺼운 화면으로 꽃, 봄을 표현하여 유독 화려한 색채가 눈길을 끄는데, 선생은 “이번에 내놓는 심화 작품에는 몇 가지 ‘무(無)’가 있다. 즉 무필(無筆, Nobrush), 무수(無水, No water), 무법(無法, No law), 무교(無巧, No skill) 등이 그것이다.
조성주 作, 4월-1(April-1), 75×140cm, Hanji, Acrylic paint
조성주 作, 八月을 넘다(Pass August), 76×62cm, Canvas, Acrylic Paint
이 작품들은 거의 아크릴 물감 원액을 쓰는 편이며, 되도록 화필을 사용하지 않았다. 화구로는 나무 주걱, 고무 롤러, 플라스틱 자(尺), 또는 심지어 손바닥, 발바닥 등을 사용하였으니 법이 있을 리 만무하다. 나는 이 심화(心畵) 작품을 하게 됨에 화선지 대신 캔버스를 쓰고 먹 대신 아크릴 물감, 붓 대신 나이프와 고무 롤러 나무 주걱, 또는 심지어 맨손, 맨발바닥 등을 화구 (畵具)로 사용하였고, 원액의 물감을 튜브나 병째로 거의 쏟아붓는 방식의 기법을 써서 거칠고 투박한 화면을 구사하였다. 대다수의 작품에는 서예적 요소를 가미 디자인하여 표현하였는데 이는 동서양의 하모니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라고 밝혔다.
조성주 作, 與自(스스로에게 주다), 70×200cm
조성주 作, 花春 1(A Spring day of blooming flowers 1),
95×205cm, Canvas, Acrylic Paint
한편 4. 20(월) 오후 5시 개막과 함께 자작 한시 600수를 수록한 전시기념 한시집(漢詩集) 『눈발 휘날리니 菊花피네』와 전서, 예서, 행서, 초서, 한글로 구성된 천자문 10종이 출간됐다.
개막식에는 작가의 <오프닝 콘서트>가 함께 진행되어 선생만의 독특한 창작 정신이 담긴 時 書 畵 가 樂과 어우러진 봄날의 일대 ‘亂場판’이 되어, 코로나19로 다소 침체된 사회 분위기의 환기換氣가 되어주었다. 고희를 맞아 비단 서예가가 아닌 한 인생을 살아온 사람으로서, 지나온 삶의 행보를 화려하게 펼쳐낸 이번 개인전을 마치며 지나온 봄날을 뒤로하고 새롭게 맞이할 선생의 또다른 봄날을 기대해 본다.
2020. 5. 14
글씨21 편집실
<전시정보>
국당 조성주 古稀展
“亂場, 同想異夢 -봄날은 간다-”
◆ 전시기간 : 2020, 4.15(수) – 28(화)
◆ 전시장소 : 인사동 한국미술관 2,3층 전관
* 작가 연락처 : 010-3773-9443
*총무 010-9465-9949